[권희용 칼럼]‘슬픈 국민’의 마지막 선택

산업1 / 권희용 / 2014-05-05 19:30:33

세계에서 큰 규모의 조선소 가운데 1등에서 5등까지가 대한민국에 있다. 세계가 우러러 보는 대단한 조선강국이 대한민국이다. 그뿐이랴! 전 세계 바다에 떠다니는 대형선박의 43%가 대한민국에 있는 조선소에서 만든 배다.


메이드인 코리아 산(産)이라는 거다. 게다가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잠수함을 잘 만드는 나라이기도 하다. 이 정도면 말 그대로 선박에 관한한 대한민국이 첫 손가락에 꼽히는 나라가 아니겠는가!


그런 대한민국의 모 기업이 일본의 모 여객선회사에서 20여년을 써먹다가 고물이 된 여객선을 사다가 대충 손을 보아 운항중 대형 사고를 일으켜 나라가 좌초위기에 빠져있다.


조선강국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게다가 그 선박이 대한민국 여객선 가운데 가장 큰 배란다. 수많은 섬을 오가는 선박 가운데 가장 큰 여객선이라는 것이다.


세월호의 위상은 그뿐이 아니다. 인천항에서 제주항까지는 우리나라 여객선항로 가운데 가장 긴 코스인데다가 이른바 노른자위로 첫 손가락에 꼽혔다고 한다.


세월호 선주는 고물 배를 그냥 고쳐 써 먹은 것만도 아니다. 아예 구조를 뜯어고쳐 증개축을 했단다. 탑승인원을 늘리고 화물을 더 실을 수 있도록 고쳐서 운항을 하다가 마침내 일을 낸 것이다.


유능하기(?)가 귀신을 능가하는 세월호의 실제주인은 선박하고 밀접한 연관이 있는 넋 나간 관리들을 꼬드겨 고물 배를 들여다 새 배인 냥 뜯어 고친 것이다. 그리고는 대한민국에서 제일 큰 여객선으로 둔갑을 해서 보무도 당당하게 인천-제주도 황금노선을 장악한 것이다.


그리고는 여객보다는 제주도로 가는 화물 나르기에 더 치중한 것이다. 여객과 화물은 배가 아니더라도 비행기를 이용한다. 그러나 제주도로 가는 많은 화물은 주로 이 회사선박을 이용하지 않고는 보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른바 독점운항허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섬이다. 따라서 온갖 화물은 물론 주민들이 먹고 쓰는 식품과 공산품은 육지에서 실어 날라야 한다. 그 선박이 바로 세월호가 속한 회사가 독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승객보다는 화물을 얼마나 많이 싣느냐에 따라 영업이익의 고저가 판가름 나기 마련이 아닌가. 이들 선박은 호화로운 여객선이 아니라 거죽만 멀쩡한 화물선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국민들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비극에 직면해서 할 말을 잊어버리고 눈물만 흘리고 있다. 모든 것에 대한 신뢰의 상실이 심각한 수준이다. 정부의 우왕좌왕 식 대처뿐만이 아니다. 끼리끼리 해먹어온 대한민국 식 시스템에 대한 신뢰상실이 더 이상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굳어지고 있다.


경제최우선주의가 만들어놓은 길목에서 대한민국이 숨을 헐떡이고 있는 모양새다. 어찌할 것인가? 국민은 묻고 있다.


들리는 소리의 중심에는 국가개조론이 있다. 정부의 시스템을 뜯어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른바 '관(官)피아'가 이끄는 나라의 구조를 쓸어버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그럴듯한 말이다. 그동안 끼리끼리 끌어주고 밀어준 작태가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직에서 물러나면 해당산하기관으로 자리를 슬쩍 옮기는 관행을 말끔하게 없애자는 소리가 그럴듯하다. 과연 그렇게 하면 작금의 사태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물론 먹이 사슬을 이루고 적당히 넘어가 주는 서로 봐주기 행태는 당장 걷어 내야한다. '한국적 끼리끼리주의'는 세월호 주인이 꿈꾸는 사설왕국건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더 본직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는 소리가 심금을 울린다. 정파가 다르다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앙앙불락하는 정치풍토에서 세월호 침몰은 언제든 재발한다는 지적이 가슴을 친다.


이미 대한민국의 침몰을 적당히 얼버무리면서 정파이익으로 눈을 돌린 정객들을 국민은 똑똑히 보고 있다. 바로 그것을 심판하는 몫은 오직 국민에게 있음을 안다. 이 기회를 놓치면 대한민국을 포기하는 것임도 알아야 한다. 슬픈 국민의 마지막 선택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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