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MBK인수 ‘론스타 재현’ 우려 시각도
보험료 연체고객 계약 일방해지에 법원 철퇴도
[토요경제=박지원 기자] ING생명이 지난 2년여간 표류와 경영공백에 마침표를 찍고 국내 토종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최종 인수가 확정됐다. 이제 경영진을 선임하고 그동안 추락했던 보험사로서의 고객신뢰를 확보하는 등 경영정상화에 힘을 쏟을 전망이다. 그러나 금융계 안팎으로는 사모펀드의 보험사 인수를 놓고 야권 일각을 비롯한 금융소비자단체,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형성된 우려의 시각이 여전한 것이 암초라면 암초다. 지난 2004년 외환은행을 둘러싼 론스타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매각을 확정됐지만 아직 갈 길이 먼 ING생명의 앞날을 조망해본다.

지난 11일 MBK파트너스의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가 확정됐다.
이날 금융위원회는 MBK파트너스가 ING생명 인수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인 라이프투자의 ING생명 대주주 변경 요청을 승인했다. 그간 정치권과 노동계는 외국자본 비중이 높은 사모펀드를 통해 국부가 유출될 것이란 우려를 제기하며 거세게 반발했지만 정부당국은 MBK가 대주주가 되는데 문제가 없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MBK의 ING생명 인수 작업은 올해 안에 마무리될 전망이다. 현재 MBK는 인수대금 지급과 새로운 CEO 물색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 승인 심사 과정에서 MBK는 향후 2년간 ING생명을 재매각하지 않고 고배당도 자제하겠다는 내용의 확약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제2의 론스타 먹튀’ 재현을 우려해서다.
보험업계는 이달 안에 ING생명 한국법인의 새로운 CEO가 선임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새로운 ING생명의 첫 CEO 후보로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인물은 강영구 전 보험개발원 원장, 이영호 전 라이나생명 사장, 김종원 전 ING생명 영업총괄 사장 등이다.
이로써 뾰족한 해법을 찾을 수 없을 것만 같았던 2년여에 걸친 ING생명 매각 작업은 마무리됐다. 그러나 ING생명 인수전이 지리한 장마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던 그동안 ING생명의 신뢰도 문제는 여전히 묵은 숙제다.
◇ 금융사고‧민원발생 多보험사 타이틀 ‘오명’
ING생명은 지난해 생명보험사에서 발생한 금융사고 총 27건(29억6300만원) 가운데 5건(8억400만원)의 금융사고가 발생해 금융사고 최다 보험사 타이틀을 차지했다. 최근 5년간 금융사고를 가장 많이 일으킨 생명보험사를 조사한 결과에서 ‘빅 파이브’에 랭크되기도 했다.
ING생명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금융소비자 보호에 소홀한 금융사’에 낙인찍혀 집중적인 관리를 받고 있기도 하다. 이는 민원 발생이 많은데 개선도 잘 안 되는 ‘민원발생평가 4~5등급 금융사’를 대상으로 금감원이 밀착관리를 해주는 것이고 그 대상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참고로 최하 등급은 5등급이고 ING생명은 4년 연속 5등급을 기록했다. 물론 최하위 탈피를 위해 공은 들였겠지만 ‘인수 칼자루’에 시선이 쏠려 개선이 녹록치 않았을 것이란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결국 ING생명은 신뢰도 부문에서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 고질적인 과다 민원 국감 지적…181일 지나 보험금 지급 8919건
ING생명의 문제점들은 국정감사에서도 어김없이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종훈 새누리당 의원이 금감원의 민원발생평가 제도가 유명무실하다고 지적하고 나선 것.
김 위원은 “낮은 점수를 받은 기업은 민원개선방안을 내야 하는데 매번 개선 방안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금감원 자료를 근거로 ING생명 등이 민원발생평가에서 지속적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을 감안한 발언이었다.
당시 최수현 금감원장은 “평가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는지 해당 보험사가 민원을 개선할 의지가 없었는지 따져보겠다”고 대답했고, 존 와일리 ING생명 대표는 “과다한 민원 발생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하며, 민원을 줄이기 위해 성실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국회 정무위 소속 김기식 민주당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ING생명은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보험금 지급 결정이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181일 이상이 지나서야 보험금을 지급한 사례가 8919건으로 생명보험사 가운데 가장 많았다.
ING생명의 ‘주객전도’된 횡포가 심각하다는 사실과 보험금 지급은 정해진 기간을 넘기기 일쑤였단 사실이 증명된 것이다. 김기식 의원은 “보험회사들이 보험 상품을 판매할 때는 ‘고객은 왕’이라고 하면서 막상 가입자가 민원을 제기하거나 보험금 지급을 요청하면 어느새 ‘고객은 봉’이라고 여긴다”고 지적했다.
◇ 상법 무시한 일방적 해지로 법원 된서리 맞기도
한편 ING생명은 이와는 별도로 최근 보험료를 연체한 고객과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했다가 법원의 철퇴도 맞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46부(재판장 배형원 부장판사)는 최근 P씨가 “종신보험료 연체로 인한 일방적인 계약 해지는 부당하다”며 ING생명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계약유효확인 청구소송에서 P씨의 손을 들어줬다. 앞서 P씨는 ING생명의 종신보험에 가입한 후 자동이체로 보험료를 납부했다.
그러던 중 예금부족으로 2개월분의 보험료가 인출되지 않아 계약이 해지됐음을 알아차렸다. 이에 P씨는 ING생명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당시 P씨가 가입한 ING생명 종신보험계약 약관에는 ‘납부일에 보험료를 내지 못하면 다음 납부일까지를 납입최고기간으로 정하고, 이때까지도 보험료가 미납되면 납입최고기간이 끝난 다음날 해지된다’는 취지의 내용이 명시돼 있었다.
ING생명은 이 같은 약관을 근거로 P씨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러한 약관 자체가 상법 제650조 제2항 규정에 어긋나 무효라는 판단을 내렸다.
상법 제650조 제2항은 ‘계속보험료의 경우 보험계약자가 약정한 시기에 보험료를 지급하지 않으면 보험사는 상당한 기간을 정해 보험계약자에게 최고하고, 이 기간 내에도 지급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도 보험사가 납입기일로부터 일정한 기간을 유예기간으로 설정해 기간이 경과할 때까지 계속보험료의 지급이 없으면 보험계약을 실효 시키는 약관은 무효라고 판시한 바 있다.
결국 ING생명은 상법에서 정한 일정한 통지절차를 무시한 채 ‘미납하면 가차 없이 해지한다’는 보험 약관을 근거로 P씨와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했다가 된서리를 맞은 셈이다.
한편 ING생명은 MBK에 최종 인수가 확정된 것과 관련해 그간 불거진 ‘오명’을 벗을 기회가 생긴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원론적이고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ING생명 관계자는 “마비된 경영을 빠른 시일 안에 정상적인 궤도에 진입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고, ING생명의 또 다른 관계자는 “MBK 측에 물어볼 사안인 것 같아 할 말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반면 MBK 관계자는 “MBK는 ING생명 경영진과의 굳건한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긴밀히 협조해 ING생명의 기업가치 제고에 심혈을 기울일 것”이라며 “ING생명을 우수한 독립 생명보험사로 성장시켜 한국 생명보험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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