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재판 본격화, '곽영욱 진술' 통할까

산업1 / 토요경제 / 2010-03-08 17:38:53
5만달러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공판이 8일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돈을 건냈다는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진술 신빙성 여부가 또다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형두)는 이날 오후 2시 한 전 총리 사건과 관련해 첫 공판을 열었으며, 주 2∼3회씩 재판을 열어 약 10회의 공판을 가진 뒤 4월9일 선고를 내릴 계획이다.

이번 재판에서 검찰과 한 전 총리 측은 "돈을 건넸다"는 곽 전 사장 진술의 신빙성 여부를 중심으로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양측은 동일인물 2명을 포함해 각각 26명과 7명을 증인으로 신청, 한 전 총리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는 곽 전 사장 등 31명의 증인이 법정에 설 예정이다.

한 전 총리 측이 여전히 돈을 받은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사건의 기본적인 전제를 성립시키는 곽 전 사장 진술은 재판의 가장 중요한 뼈대다.

통상 법원도 뇌물죄의 유·무죄 판단을 할 때 공여자 진술의 합리성과 일관성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본다.

대법원 판례에서는 '피고인이 수수 혐의를 부인하고 이를 입증할 물증이 없는데도 유죄가 인정되려면, 공여자의 진술에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이 있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전 총리 측은 첫 공판부터 검찰에 날을 세웠다.

한 전 총리는 첫 공판에서 진행된 모두발언을 통해 "돈을 받아 챙기는 그런 일은 해본 적도, 할 줄도 모른다"며 "더구나 총리공관에서, 비서관과 경호관들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돈을 받는다는 것은 저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 곽 전 사장 진술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이어 "2006년 12월20일 총리공관 오찬은 (당시) 정세균 산자부 장관의 사의표명 후 지인들끼리 가진 송년회 성격의 조촐한 점심식사 자리였다"며 "퇴임하는 장관에게 인사청탁이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검찰은 "한 전 총리는 이 사건을 마치 의도적인 표적수사로 몰아가고 있지만, (수사과정에서) 우연히 한 전 총리에 대한 진술이 나와 시작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하며, 곽 전 사장의 진술에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이어 "진술과 정황이 정확하지 않았다면 애초에 수사 착수하지 않으려 했다"며 "이 사건은 표적수사가 아니라 단순히 공기업 취임과 관련된 뇌물수수 사건"이라고 못박았다.

양측은 '검찰이 곽 전 사장의 재산 형성 과정의 불법 의혹을 문제 삼지 않는 대가로 한 전 총리에게 청탁 명목으로 뇌물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이 아니냐'는 이른바 '빅딜 의혹'을 두고도 설전을 벌였다.

우선 한 전 총리의 변호인단은 "진실을 밝히겠다"며 곽 전 사장의 횡령 의혹에 대한 내사종결 자료와 참고인 조사 영상녹화물의 공개를 검찰에 요구했다.

그러나 검찰은 "내사종결 서류는 방침상 공개한 적이 없다"며 "재판부에게만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영상녹화물의 경우도 열람만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에 재판부는 "(내사종결 서류를) 변호인이 보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며 "'빅딜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는 부분을 빼도 공소유지가 된다면 공개하지 않아도 되지만, 명료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첫 공판부터 열띤 공방을 벌인 한 전 총리와 검찰은 연이어 진행될 공판에서도 공세의 수위를 낮추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한 전 총리 측은 대질심문 당시 곽 전 사장의 발언과 행동을 근거로 진술의 신빙성이 낮다는 주장을 집중적으로 펼칠 것으로 보인다.

한 전 총리 측에 따르면 곽 전 사장은 한 전 총리와 대질 심문이 진행되는 동안 진술을 수차례 번복하고 불분명한 답변을 했다.

한 전 총리 측은 또 상식적인 수준에서 곽 전 사장 진술에 접근,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들춰낸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직접 5만 달러를 옷에 집어넣으며 곽 전 사장 진술의 맹점을 지적한 바 있다.

이외에도 한 전 총리 측은 검찰의 압박수사로 곽 전 사장이 허위 자백했을 가능성까지 제기, 검찰 수사를 근원적으로 뒤흔들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곽 전 사장의 인사청탁 과정에 한 전 총리와 당시 산업자원부 최고위층이 함께 관여한 것으로 파악, 이들의 진술과 당시 정황 등을 들어 곽 전 사장 진술의 신빙성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검찰은 공기업 사장 자리를 원하던 곽 전 사장이 오찬 자리에서 직접적인 청탁을 하지 않았더라도 공기업 사장 선임에 영향력을 가진 산업자원부 장관 등이 동석한 사실만으로도 정황 증거가 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곽 전 사장이 한 전 총리와 정 대표 등을 만난 2006년 12월20일은 석탄공사 사장 후보 응모 마감 6일 전이었고, 석탄공사는 2007년 1월 산업자원부에 곽 전 사장을 포함한 3명을 신임 사장으로 추천했다.

검찰은 또 곽 전 사장이 "(당시 오찬에서) 특정 기업을 지목하지 않았지만 '일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취지의 (포괄적) 발언을 했다"는 진술도 확보, 이를 통해 청탁에 효과가 있었음을 강조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도 검찰은 현재 5만달러의 사용 흔적을 포함해 미공개 정황증거들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한 전 총리에게 고가의 골프채를 건넸다는 곽 전 사장의 진술도 재판에 적절히 활용해 한 전 총리 측 주장을 흔들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검찰은 곽 전 사장의 건강 악화가 변수일 것으로 판단,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곽 전 사장의 불안정한 상태가 자칫 법정에서의 진술번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검찰에 따르면 한 전 총리는 2006년 12월20일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곽 전 사장으로부터 "대한석탄공사 사장으로 임명될 수 있게 해달라"는 취지의 청탁과 함께 2만달러와 3만달러가 든 봉투 2개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11일 열리는 2차 공판에는 핵심 인물인 곽 전 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하고, 이후 강동석 전 건설교통부 장관(15일), 이국동 전 대한통운 사장(19일), 정세균 민주당 대표(26일) 등이 잇따라 법정에 선다.

22일 오후 2시에는 뇌물을 주고 받은 장소로 알려진 총리공관에 대한 첫 현장검증도 진행될 예정으로, 이 사건 심리는 내달 9일 선고에 앞서 이르면 이달 26일께 끝날 전망이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