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법무실 이수형 상무보는 11일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사건과 관련해 기자들을 만나 "사실관계를 밝혀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법적대응 문제는 사실관계가 다 규명된 뒤 생각할 문제다"고 말해 향후 법적 대응에 나설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이 상무보는 "김 변호사를 고발하면 개인대 삼성, 약자와 강자의 싸움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있다. 많은 이들이 약자편을 드는 상황이 생기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이종왕 법률고문이 사직서를 낸 것에 대해서는 "지난 주 금요일 오전 변호사 자격증 반납 지시를 했다"며 "이 실장이 김 변호사에 대응하지 말자고 했었는데 사건이 확대되자 책임감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수사가 임박한 시점에 이 고문이 사퇴한 것과 관련해서는 "차명계좌 관련 김 변호사는 4~5개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상은 1개다. 다른 돈이 아니라 똑같은 돈의 연결계좌다. 추적은 한나절이면 가능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매각 사건이 조작됐다는 김 변호사의 주장에 대해서는 "법무실 변호사들에 따르면 김 변호사는 에버랜드 기록을 한 번도 제대로 본 적이 없다. 허태학, 박노빈 사장 등 대표이사가 자본금 증감 변동을 모른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김 변호사 부인이 보낸 편지내용에 대해서는 "돈을 내놓으라는 직접적인 협박은 없었지만, 누가 보더라도 요구하는 게 그것(돈)이라는 인식을 쉽게 할 수 있는 내용"었다며 "협박편지 내용이 예사롭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수영 상무보와의 일문일답.
-이 고문 사퇴는 사전에 법무팀과 상의했나.
"전혀 상의 안했다. 이 고문이 고민을 오래전부터 한 것 같다. 지난 금요일 11시30분에 임원회의한 뒤에 이 같은(사퇴의) 뜻을 피력했다"
-이학수 실장과 상의하지 않았나.
"안한 것 같다. 금요일 출근 직후 행정담당 차장에게 변호사 등록 취소하라고 말했고, 이를 확인 한 뒤 임원회의를 열었다. 이학수 실장이 탈진을 한 정도로 만류했으나 만류를 못하도록 변호사 자격 상실 조치를 취한 뒤 말씀드린 것 같다"
-이 고문이 수뇌부의 질책 때문에 나간 것은 아닌가.
"전혀 그렇지 않다. 11시30분 임원회의 직후 이학수 실장 방으로 올라갔는데 점심시간에도 계속 안 내려온 것으로 봐서는 오랜 만류가 있었던 것 같다. 김 변호사가 여러 주장을 하는데, 그의 주장은 검증이 필요하다"
- 지금 그만두는 이유는.
"일부에서 이번 사태를 수습한 뒤 사퇴 표명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는데 내 생각으로는 이 사건은 법리논쟁이 치열한 에버랜드 사건과는 달리 사실관계가 단순하다. 김용철 변호사는 차명계좌가 4∼5개라고 하는데 사실은 1개인 것 같다. 일종의 연결계좌다. 이율이 높은 데로 옮기려 한 것이다. 검찰이 추적하면 한나절이면 될 것이다.
법무팀이 하는 말이 김 변호사는 에버랜드 기록을 제대로 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한다. 이번 건은 사실관계를 규명하는 것이지 법리논쟁을 하는 것이 아니어서 검찰수사에 충실히 응하면 된다. 이 고문이 있건 없건 상관없다.
이 고문은 전략기획위원회에도 참석하고 경영전반과 삼성의 실체에 대해 잘 아는 위치에 있다. 김 변호사와는 같이 근무하지 않았지만, 떡값명단이나 증인조작 주장 등에 대해서도 사실을 판단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고 본다"
-이 고문이 김 변호사의 협박에 응하지 말라고 이메일에 썼던데.
"나중에 더 큰 빌미를 안겨준다고 판단하신 것 같다. 또 같은 변호사로서 최소한의 직업윤리가 있을 것으로 초기에 판단했다. 하지만 사건이 커지면서 '내가 사람을 잘못 봤다. 회사가 엄청난 데미지를 입었다'고 판단하신 것 같다"
- 이 고문의 말은 어느 정도 스크린 끝에 나온 건가.
"김 변호사의 차명계좌와 비자금 1000여개 설은 다 검증됐을 것이다. 만약 회사 비자금이라고 하면 이 고문이 대국민 거짓말을 한 꼴인데 스크린 안하고 그런 주장이 가능했겠나.
참고로 김 변호사의 2차 기자회견을 TV에서 봤는데 그가 아멘한 후 한 말은 전부 거짓말이다. 자기 동생 처남을 구속했다고 했는데 검사는 자신의 친인척 수사를 맡지 못하게 돼 있다. 이것만으로도 거짓말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부인의 협박편지는 어떤 내용인가.
"돈 내놔라 하는 직접적인 협박은 없었지만 누가 보더라도 요구하는게 그거(돈)라는 인식을 쉽게 할 수 있는 내용이다. 협박편지들은 예사롭지 않은 내용이다"
-협박편지 전문을 공개할 생각은.
"편지에서 검찰 회사 임직원 등 실명이 거론되는데, 누가 봐도 황당한 내용이지만 그들의 프라이버시도 중요하다. 시사인 보도에 따르면 김 변호사는 부인과 2005년 8월 첫 이혼을 한 뒤 2006년 재혼을 했고 또다시 2007년 1월 두 번째 이혼을 했다고 한다. 2007년 8월에 부인이 김 변호사의 주장을 토대로 협박성 편지를 보내왔는데, 여러 정황을 볼 때 실질적으로는 부부의 인연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 같다"
-김 변호사에 대한 법적 대응 여부 논쟁은 없었나.
"부인이 왜 협박편지를 보냈나,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등의 논의는 있었을 것이다. 김 변호사가 해코지하면 삼성그룹 전체에 큰 부담을 줄 수 있으니 만나서 들어보고 가능하면 해결하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고문은 법무실장으로서 법과 원칙에 의한 경영을 강조하는 사람이다. 김 변호사의 부당한 요구를 들어주면 더 큰 빌미와 화를 자초하는 것이라 주장했고 이 고문의 의견이 존중된 것으로 생각한다"
- 초기에 명예훼손 등의 법적 대응 움직임은 없었나.
"초기에는 고려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고문은 삼성과 김 변호사 개인의 싸움으로 비쳐질까 부담을 가졌고, 강자와 약자 간의 분쟁으로 변질될 경우 사람들이 약자 편을 드는 쪽으로 흐르는 것을 우려했다.
사실관계를 밝히고 진상규명 하는 것이 중요하다. 법적으로 대응하는 문제는 사실관계가 다 규명된 뒤 생각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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