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겉으로 보면 아무 문제없이 평온해 보이지만 비극적인 역사를 지나온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당연하다 믿고 있는 핏줄에 대한 끈끈한 애정과 탄탄한 연대의식이 자세히 들여다보면 얼마나 허망하고 위선적인 것인지 이야기한다.
소설은 출판사에서 편집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한민형의 목소리부터 시작해, 아들이 일하는 출판사의 사장인 아버지 한진규, 고등학교 역사교사이자 어머니인 민경화, 한민형의 처이자 고등학교 수학교사인 서현주, 한민형의 동생인 한영미와 한민주, 대학 후배인 이정석, 장모인 강희숙, 딸 한지현,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금은 세상을 떠난 한민형의 누나 한민희까지 모두 화자로 나서 각자의 사연과 감정 들을 토로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파편화된 개인들이 깊은 관계를 맺지 못하고 데면데면하게 피상적으로 소통하는 요즘이지만 그래도 우리가 가족이라는 명사에서 느끼는 것들, 최소한 느끼기 원하는 것들은 대개 따스하고 편안한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해피 패밀리’의 가족들은 철저히 개인주의적이고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가슴에 맺힌 커다란 상처를 허무주의로 메우고 있는 한민형의 모습이나, 직접 입양해온 한영미를 철저히 필요에 의해서 물건처럼 대하고 심지어 그런 태도를 아무렇지 않게 정당화시키는 어머니 민경화의 모습은 이들을 정말 가족이라 부를 수 있는지를 다시 한번 되묻게 한다.
고종석은 소설 연재를 시작하는 글에서 ‘해피 패밀리’라는 소설의 표제가 반드시 역설적인 의미만을 뜻하지 않는다고 얘기하며, ‘우리는 모두 행복해지기 위해 태어났다’는 이야기를 한 바 있다.
그의 말대로 소설에 등장하는 가족들 중 누군가는 소설의 제목대로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르며, 누군가는 행여 불행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두들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쯤에서 우리는 가족이란 게 대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어린 한지현도 아빠와 엄마, 그리고 외할머니에게 가족이 무엇인지 질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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