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상 분리 ‘뜨거운 감자’

산업 / 염유창 / 2013-02-07 11:44:52
인수위 vs. 정부·여야 정면 충돌

▲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왼쪽).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이 4일 오후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이날 오전 국회에서 한 정부조직개편안 관련 발언에 대한 기자회견을 가진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오른쪽).

[토요경제=염유창 기자] 외교통상부의 외교-통상 분리를 놓고 인수위와 정부·여야가 한 치의 양보 없는 설전을 벌이고 있다. 외교부 수장인 김성환 장관이 직접 전면에 나서 통상교섭권 이관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 입장을 밝혔고 여·야 위원들도 지원 공세에 나섰다. 인수위 역시 즉각 반박에 나섰다.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이 “궤변이자 부처 이기주의”라며 김 장관의 발언을 강력 비판한 것이다. 인수위의 원안대로 통상교섭 기능의 분리이관이 제대로 실현될지 주목되고 있다.


◇ 외교부 장관·여야 강력 반대
‘박근혜표’ 정부조직개편안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외교와 통상 기능의 분리를 놓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정부·여야가 정면 충돌하고 있다.


외교통상부가 갖고 있던 통상교섭권의 산업통상자원부 이관에 대해 해당 부처인 외교부와 인수위가 정면충돌하면서 정부조직개편안이 골격 그대로를 유지할지 주목된다. 여야 외교통상위원회도 정부 측과 입장을 같이하며 인수위를 압박하고 있다.


4일 국회 외통위 회의에서 김성환 외교부 장관은 통상기능 조정문제에 대해 “헌법의 골간을 흔드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밝히는 등 다양한 견해를 피력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부처 이기주의가 아닌 37년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물러나는 사람이 국익을 위하는 입장에서 드리는 말씀이다. 오히려 문제가 있는 것을 알면서도 말하지 않는 것이 공직자 윤리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며 통상기능 이전에 대해 강력 반대했다.


그는 “특정산업을 담당하는 부처가 통상교섭을 총괄하게 되는 경우 전문성의 한계를 드러내고 국내의 의견조정 과정에서 여타 산업과의 공정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며 “또 통상교섭 업무를 타 부처에 이관할 경우 전 세계에 방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재외공관망의 효율적인 운영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김 장관은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가 대표발의한 ‘정부대표 및 특별사절의 임명과 권한에 관한 법’ 개정안을 두고 “대통령의 외교에 관한 권한을 교섭을 행하는 개별 정부부처와 나눠서 행사토록 한 것으로 우리 헌법의 골간을 흔드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개정안은 현재 외교부가 수행 중인 통상교섭 기능의 지휘·감독권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부여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야 외통위 의원들도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새누리당 정의화 의원은 “외교통상부가 그대로 있는 게 맞고 필요하면 수정·보완하는 게 맞다”며 “외교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지 않고 약화하는 쪽으로 가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 겨우 외교가 통상·문화의 화합적 결합을 이뤘다”며 “다시 근간을 흔들면 좋지 않다. 만약 분리한다고 하면 장관급으로 해서 독립시키는 것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김성곤 의원도 “정권이 바뀌어도 정부가 바뀌어서는 안 된다”며 “정부 부처가 너무 바뀌면 국제적 신인도가 떨어진다. 좀 더 신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병국 의원 역시 “통상외교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서비스시장, 지적소유권, 국가소송제도, 농축산물 등인데 제조업 중심의 지식경제부로 넘어갈 때 한계가 있다”며 “미국 무역대표부(USTR)처럼 통상교섭 기능을 독립시키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홍익표 의원은 “외교통상부에 있어야 할 통상교섭 기능이 산업자원부로 가는 것은 맞지 않다”며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우선권을 두다 보니 내부대책에 소홀해온 외교부의 반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심재권 의원은 “지금 체제가 더 바람직하다”며 “독립형 본부보다 산업전반에 관련 문제를 생각해서 외교통상형이 낫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당선인이) ‘부처 이기주의’라고 나무라는데 이게 어떻게 부처 이기주의”냐고 목소리를 높이며 “당선인이 이런 식으로 국정을 운영하는것이 우려스럽다. 앞으로는 공론화와 검증을 통해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청래 의원도 “오늘 회의에서 통상교섭본부를 산업자원부로 보내는 것은 축구로 치면 박 당선인이 패스도 하지 않고 오로지 단독 드리블로 골을 넣겠다는 황당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박태호 통상교섭본부장도 “우리나라의 자원이 제한된 입장에서 독립된 기구를 만들어서 하기에는 이르다”며 “우리는 아직 수세적인 것이 많기에 좀더 경제적으로 발전한 다음에 생각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 인수위, 즉각 반박
그러자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은 서울 종로구 삼청동 금융연수원 기자회견장에서 즉각 반박 브리핑을 열어 김 장관의 발언을 “헌법상 법률상식을 흔드는 궤변이자 부처이기주의”라고 강력 비판했다.


그는 “통상 조약을 체결할 권한은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이라며 “대통령의 권한이 정부대표 및 특사 임명과 권한이 법률에 의해 외교부 장관에 위임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헌법 66조 제1항에서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며 외국에 대해 국가를 대표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73조는 ‘대통령은 조약을 체결·비준하고 외교사절을 신임·접수·파견하며 선전포고와 강화를 한다’고 정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외교부의 통상교섭권은 어디까지나 대통령이 위임한 권한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진 부위원장은 “외교부 장관은 외국정부와 국제기구의 교섭 및 국제회의 참석, 조약의 서명·가서명시 정부 대표가 된다”며 “이는 헌법상의 권한이 아니라 대통령의 권한을 위임받고 있는 것이고 대통령은 법률에 의해 그 권한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위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조직법 25조는 외교부가 외국과의 통상교섭, 총괄조정 등을 한다고 돼 있는데 이는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을 정부조직법에 의해 위임했다고 볼 수 있다”며 “따라서 정부조직법을 개정하거나 특별사절 임명권한을 개정하면 얼마든지 이 권한은 산업통상자원부로 위임할 수 있는 것이 헌법정신”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장관은) 헌법상 대통령이 고유권한을 갖고 있는 통상교섭 체결권을 외교부 장관이 헌법상 갖고 있는 권한처럼 왜곡해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을 침해했다고 볼 수 있다”며 “헌법상 법률상식을 흔드는 궤변이자 부처이기주의”라고 유감을 표시했다.


다만 진 부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이 박 당선인과 협의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박 당선인과의 상의는) 사전에 없었다”며 “인수위 차원이 아니라 (정부조직개편안을) 국회에서 논의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자격으로 와서 설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박 당선인은 의정활동 경험상 외교부보다 산업을 많이 관장하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통상교섭을) 하는 것이 전문성도 있고 조약 체결 이후에도 (산업을) 기반으로 수출할 수 있기 때문에 산업기능과 함께 있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 개정안을 내게 된 것”이라며 “반대 의견도 있었지만 찬성 의견이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외교부와 야당 뿐만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반대기류가 확산되고 있어 인수위의 원안대로 통상교섭 기능의 분리이관이 제대로 실현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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