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미FTA '삼성·LG' 지렛대 삼나?

산업1 / 민철 / 2017-10-06 12:07:53
한미FTA재협상 얻어낸 美, 보호주의 강화<br>우리나라 대표 기업 ‘삼성·LG' 정면 겨냥<br>유리한 고지 점하기 위한 ‘협상 카드’로 활용?<br>한미 ‘경제전쟁’ 점화 예고…거대한 파고 예상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 세번째)이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무역대표부에서 열린 '제2차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에 참석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 등과 함께 양국 FTA 현안에 관해 의견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연합>

[토요경제=민철 기자]미국의 통상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그간 미국 정부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한미FTA(자유무역협정)재협상이 사실상 관철됐고, 한국 제품을 겨냥한 미국의 보호무역 움직임이 이제는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미국이 삼성전자와 LG전자 제품까지 문제 삼고 나선 것은 향후 한미FTA재협상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한국 제품을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어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가 우리나라 산업 전 분야로 확대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로인해 한미FTA 재협상을 시발점으로 한미간 경제전쟁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정부는 한미FTA 재협상을 강력해 요구해왔다.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일방적으로 재협상을 선언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미FTA를 ‘재앙’으로 까지 표현했고, ‘재협상’에서 ‘폐기’로 발언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달초 허리케인 '하비'로 피해를 입은 텍사스 휴스턴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미 FTA 폐기를 준비할 것"을 참모들에게 지시했다. 그간 한미FTA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줄곧 '재협상'을 요구해 오긴 했지만, '폐기'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었다.


당시 정부 안팎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한미 FTA 개정 또는 재협상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협상용 발언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북한의 6차 핵실험이 이뤄져 안보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된 시점인 데다 한미간 동맹 관계의 틀마저 깨트릴 수 있다는 점에서 한미FTA재협상 관측을 축소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8월 서울에서 열린 1챂 한미FTA공동위원회 특별회기 이후 한달 반만에 사실상 재협상을 선언했다. 산업부는 “한미FTA의 상호 호혜성을 보다 강화하기 위해 개정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미국 쪽은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관련한 각종 이행 쟁점들과 일부 협정문 개정 사항들을 제기했다”며 “우리 쪽도 이에 상응하는 관심 쟁점들을 함께 제기하면서 향후 자유무역협정 진전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산업부는 “우리 측은 ‘통상조약의 체결절차 및 이행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경제적 타당성 평가·공청회·국회보고 등 한미FTA 개정협상 개시에 필요한 제반 절차를 착실히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공식적으로 개정에 합의했다는 언급은 없었지만, 개정을 염두에 두고 관련 절차를 밟아 나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미국의 통상압박은 한국 제품들에 대한 직접적인 제제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기업에 대한 제제 조치는 앞으로 한국을 겨냥한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해나가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우선 미국의 통상압박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정용 세탁기가 첫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5일(현지시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태국 베트남 등지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한 세탁기로 인해 자국 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판정했다.

ICT는 관세, 긴급수입제한(세이프가드) 등 어떤 조치를 취할 지 결정할 예정이다. ICT의 이같은 결정에 따라 미국은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수 있다. 세이프가드는 특정 품목의 수입 급증으로 인해 자국 산업이 피해를 볼 경우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다. 이로인해 삼성과 LG는 연간 1조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 세탁기 제조사 월풀은 올해 초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저렴한 수입 세탁기가 불법적으로 넘쳐나 미국 시장에서 세탁기 판매를 저해했다고 주장하며 ITC에 세이프가드 조치를 청원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이후 ITC가 한국산 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 요청 안건을 심의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ITC는 지난달 22일 한국과 중국, 멕시코 등에서 수입된 태양광 패널이 자국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했다고 판정했다. 미 태양광 패널 업체 '수니바'와 '솔라월'이 지난 5월 청원한 데 따른 것이다.


이 결정은 미 의회에서 세이프가드 조치시 관련 일자리 손실을 우려하는 가운데서도 위원 4명의 만장일치로 나온 것이어서, 자국산업 보호를 위한 트럼프 정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에 삼성과 LG는 실망감을 감추리 못하며 향후 공동전선을 구축해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삼성은 6일 입장 발표문을 통해 “ITC의(자국 산업 피해를 인정한) 결정에 대해 실망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전자 세탁기에 대한 수입 금지는 선택권 제한, 가격 상승, 혁신 제품 공급 제한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는 결국 미국 소비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LG전자 역시 “수입 세탁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미국의 투자와 일자리 증가를 위태롭게 할 뿐만 아니라 가격을 인상시키고 선택지를 줄이는 등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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