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경제=민철 기자]동부그룹이 이근영 회장 체제 닻을 올렸다. 하지만 창업주 김준기 회장의 불명예 퇴진으로 동부의 바통을 이어받은 이 신임 회장 체제가 얼마나 지속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수년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이제 기지개를 켜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시점에서 이 회장이 짊어진 책임의 무게는 가늠하기 힘들다. 이 회장이 27일 동부 본사 사옥에서 취임식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걱정이 많이 된다”라는 첫 마디는 자신이 느끼고 있는 부담감의 우회적 표현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언론에서는 동부가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면서도 “일부 계열사에 보다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사고, 특단의 노력이 필요한 어려움은 있어도 동부그룹의 위기는 결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어느 때 보다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긍정적인 자세로 각고의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라고 당부했다.
그는 동부의 문화인 ‘자율경영’ 체제를 유지해 나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보상과 책임이 따르는 자율경영을 원칙으로 할 것”이라며 “각사 최고경영자를 중심으로 합심해 맡은 바 소임을 완수함으로써 경영목표 달성에 차질이 없도록 하고 회사 중장기 발전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취임 일성으로 내부결속과 자율책임 경영을 주창한 이 회장이 동부그룹 내부에 견고하게 안착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지난 2008년 동부메탈과 동부생명 사외이사에 이어 고문을 맡아온 만큼 그룹 내 입지가 탄탄하지 않을 뿐 아니라 80세가 넘는 고령의 나이를 고려하면 이 회장 체제가 그리 오래 유지되지 않을 것이란 게 재계 안팎의 대체적 시각이다. 때문에 김 전 회장의 측면 지원 속에서 김 전 회장의 장남인 김남호 상무로의 온전한 경영권 승계를 위한 마중물 역할을 이 회장이 맡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많다.
그간 김 전 회장은 김 상무로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지분을 점진적으로 이동시켰고, 김 상무는 현재 동부그룹 제조 계열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주)동부의 지분 18.59%를 보유한 최대주주에 올라 있다. 또한 금융 계열의 지주사 역할을 맡고 있는 동부화재의 지분 9.01%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직 경영수업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한 김 전 회장이 급하게 아들을 앞에 내세우기 보다는 전문경영인을 통해 시간적 여유를 벌어준 것으로 분석된다. 안정적 지분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서두를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1975년생인 김 상무는 올해 43세로, 2009년 동부제철 차장으로 입사해 본격적으로 경영수업을 받았다. 동부팜한농으로 옮겼다가 동부생명을 거쳐 지난해부터 금융연구소로 출근했고, 지금은 동부화재에 다니고 있다.
김 전 회장이 이 회장을 후임으로 선택한 데에는 이 회장이 금융전문가인 점도 고려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룹의 주력 사업 부문이 제조업에서 금융으로 전환된 만큼 김 상무가 이 회장으로부터 금융 분야의 경력을 쌓아주기 바란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회장은 행정고시 6회 출신으로 국세청 조사국장, 재무부 세제실장 등 공직을 거쳐 한국투자신탁 사장,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산업은행 총재,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 등을 지낸 금융 전문가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이 회장을 중심으로 계열사 전문경영인의 자율경영을 강화하겠다”며 “김 상무는 회장 교체와 상관없이 현재 업무를 당분간 계속 수행할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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