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까지 재임 기간이 가장 짧았던 총리는 허정 전 총리로, 1960년 6월15일 취임해 제2공화국 출범 직후인 같은 해 8월18일 물러나 65일 재임했다.
정부 수립 이래 취임 6개월도 안돼 물러난 총리는 11명으로, 노태우 정부 시절의 노재봉·현승종 전 총리, 김영삼 정부 시절의 이회창 전 총리, 김대중 정부 시절의 박태준 전 총리 정도를 ‘단명’했던 총리로 꼽을 수 있다.
노재봉 전 총리는 1991년 1월23일 취임해 같은 해 5월23일 ‘강경대 사망사건’ 이후 시위 격화 수습책으로 120일 만에 물러났다.
현승종 전 총리는 1992년 10월8일 취임, 이듬해 2월24일 노태우 대통령 퇴임과 함께 140일 만에 사퇴했다.
이회창 전 총리는 1993년 12월17일 취임했으나 당시 김영삼 대통령과 헌법상 국무총리 권한 행사 관련한 갈등으로 125일 만인 이듬해 4월21일 물러났다.
박태준 전 총리는 2000년 1월13일 취임했다가 조세 회피 목적의 부동산 명의 신탁 의혹을 받아 126일 만인 5월18일 경질됐다.
이번에 이 전 총리의 사퇴는 자업자득의 성격이 강하다. 현직 총리가 부패 스캔들의 한가운데 놓인 것 자체가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인 데다 그의 잦은 말 바꾸기로 거짓말 논란에 휩싸여 스스로 국민적 신뢰를 잃었다. 이 전 총리는 성완종 리스트가 공개된 직후 “가까운 사이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지난 1년간 23번이나 만나고 두 사람의 휴대전화에 217차례의 착·발신 기록이 남을 정도로 빈번한 교류가 이뤄진 것이 확인됐다. 성 전 회장이 ‘비타 500’ 박스에 3000만원의 현금을 전달했다는 의혹에 대해 부인으로 일관하다가 이 총리의 운전기사가 “두 사람이 그날 단독 회동을 했다”는 증언을 하면서 백기 투항을 한 것이다.
이 총리의 사퇴 과정은 도덕성과 정직성이 결여된 공직자에 대해 국민이 어떤 심판을 내리는지를 똑똑하게 보여 준 사례다. “대통령 귀국 때까지만 기다려 달라”고 설득하던 여당도 등을 돌릴 정도로 민심 이반이 심했다. 이 총리의 사퇴로 현 정권의 인사 난맥상이 다시 한번 재연된 점도 반드시 짚고 넘어갈 대목이다.
박근혜 정부가 집권 3년차 초반기에 벌써 6번째 ‘총리 찾기’에 나서게 됐다.
이번만은 야당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의 개선과 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정부의 1~2년차까지는 어느 정도 힘으로 밀어붙이기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청와대가 고집을 부릴 경우 여권 전체가 힘들어진다.
청와대도 신임 총리 후보자 고르기에 나섰다. 총리 없는 내각이라는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작업이다.
이런 이유로 최경환 경제부총리, 황우여 사회부총리, 황교완 법무부 장관 등의 내각 인사가 총리 후보에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이와 함께 그동안 박 대통령을 근거리에서 보좌하고 세월호 사건 등에서 국민적 신뢰를 얻은 이주영 전 해수부 장관도 총리 후보자로 꼽힌다.
관료 출신으로는 김황식 전 총리,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과 법조인 출신의 조무제 대법관, 이명재 전 검찰총장, 이강국 전 헌법재판소장, 목영준 전 헌법재판관 등도 후보군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이한구 의원 등도 본인의 의사와 관계 없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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