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경제=염유창 기자] 주요 손해보험사들의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에 비해 감소했다.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손해율이 급등한 건 폭설과 한파로 인해 사고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손보사들이 잦은 폭설과 한파에 울상을 짓고 있다.
◇ 5개 손보사, 영업익 5.1% 감소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동부화재·LIG손보·메리츠화재 등 주요 5개 손보사의 2012회계연도 3분기(2012년 4월~12월) 영업이익은 총 2조64억원으로 전년(2조1138억원)보다 5.1% 감소했다.
보험사의 영업이익은 보험영업이익과 투자영업이익을 합한 값으로 각 사의 실적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회사별로 보면 메리츠화재의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1455억원으로 지난해(1797억원)보다 20%가까이 줄어들며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이어 현대해상이 3967억원(8.0%↓), 삼성화재가 7612억원(6.0%↓), LIG손보가 2450억원(0.8%↓)의 누적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동부화재만이 영업이익이 소폭(1.8%) 늘었을 뿐 대부분의 손보사의 영업이익이 축소됐다.
투자영업이익의 경우 삼성화재가 전년대비 8.0% 증가하는 등 주요 손보사 모두 증가세를 보인 것을 감안하면 보험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올 겨울 잦은 눈으로 인한 자동차보험의 손해율 악화가 변수였다.
손해율이란 고객이 낸 보험료 중 보험금으로 지급되는 비율을 뜻하며, 이 수치가 높을 수록 보험금을 많이 지급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손보사별로 12월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살펴보면, 삼성화재가 107%로 지난달에 비해 무려 27% 포인트 상승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동부화재도 102.5%를 기록했고, 현대해상과 LIG손보도 각각 99.5%, 98.1%로 100%에 육박하는 수치를 보였다. 메리츠화재는 역시 104.1%의 손해율을 보였다.
한 손보업계 관계자는 “지난 12월 기록적인 폭설과 한파 영향으로 사고가 증가해 손해율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며 “이로 인해 영업이익에 큰 타격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보험에서의 실적악화로 인해 전체 보험영업의 실적을 보여주는 합산비율도 지난해보다 나빠진 수치를 기록했다.
합산비율은 손해율과 사업비율을 더한 값으로, 이 수치가 100%를 넘으면 보험료보다 보험금과 사업비로 지출된 금액이 더 많아 손실이 발생했다는 것을 뜻한다.
삼성화재의 경우 이 기간 동안 합산비율이 지난해 101.7%에서 1%포인트 상승한 102.7%를 기록했고, 현대해상(101.0%), 동부화재(101.0%), LIG손보(102.5%), 메리츠화재(103.4%) 등 모두 1.0~2.9% 포인트의 상승폭을 보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올 1월에는 눈이 거의 내리지 않아 지표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올 겨울에 생긴 적자폭을 회계연도가 끝나는 3월까지 메울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 배터리 방전 피해 속출
3일 오후부터 시작된 올겨울 최대 폭설로 인해 차량피해가 속출했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폭설이 내린 3일 오후부터 이른 아침까지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LIG손해보험 등 손해보험사에 집계된 긴급출동서비스 신청은 10여만 건에 달했다. 평소 평균 5만여 건의 신청이 들어오는 것을 감안하면 두 배에 이르는 수치다. 기간이 짧은데도 불구하고 이같이 많은 차량피해가 일어난 건 주말인데다 인구가 많은 수도권에 폭설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국내 차량 중 절반가량이 모여 있는 수도권에 폭설이 집중 돼 피해가 컸다”며 “주말을 맞아 외출한 시민들이 집으로 돌아오며 피해를 본 경우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폭설로 인한 차량피해는 일반적으로 빙판길 사고로 생각하기 쉽지만, 한파의 영향으로 차량 배터리가 방전돼 서비스를 찾는 경우가 절반을 훌쩍 넘는 것으로 나타나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달 1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삼성·현대·LIG손보 등 대형 3사에 지난해 12월 24일부터 일주일간 접수된 긴급출동 서비스 총 30만1695건 중 배터리 방전으로 인한 출동은 18만515건으로 59.8%를 차지했다. 이는 평상시(약 34%)의 비율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이에 반해 사고로 인한 출동은 6348건으로 전체 출동건수의 2.1%를 차지했다. 평상시 3% 이상을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눈길과 빙판길에 의한 사고는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눈이 오면 오히려 운전자들이 저속운행을 하는 등 안전에 신경을 써서 사고는 크게 늘지 않는 편”이라며 “오히려 한파 때문에 차량 배터리가 방전 돼 출동하는 횟수가 더 많다”고 말했다.
배터리 방전이란 배터리의 성능이 저하돼 배터리가 시동모터를 작동하지 못하고, 고압펌프에서 충분한 연료가 분사되지 못해 시동이 안 걸리는 상태를 말한다.
특히 최근처럼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경우 60%밖에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방전사고가 많아지게 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특히 최근에는 블랙박스를 설치한 차량이 늘어나며 발생 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최근에는 블랙박스가 시동을 꺼도 작동하게 돼 있어 블랙박스가 배터리를 지속적으로 소모시켜 겨울에 시동이 걸리지 않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며 “블랙박스 장착 시 배터리가 일정 수치 이하로 내려간다면 ‘자동off’장치 설치제품을 장착하거나 이를 가능케 하는 장치를 추가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배터리 방전 방지를 위해 ▲한파 발생 시 외부에 주차하기보다 가급적 지하주차장을 이용할 것 ▲동결방지제를 사용할 것 ▲주행거리 5000km마다 수분제거제를 사용해 연료필터 내부의 수분을 제거할 것 등을 강조했다.
한편 손보업계는 폭설과 한파 시 주의해야할 차량 관리법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눈보라가 치는 한겨울에는 눈보라 방향으로 차를 장기간 주차해두면 엔진룸에 눈이 들어가 시동이 걸리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아울러 사이드 브레이크는 잠가두지 않는 것이 좋다. 사이드 브레이크가 얼면 풀리지 않은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와이퍼는 세워놓아 눈의 무게로 인해 구부러지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겨울철 차량 관리에 신경을 조금만 쓰면 차량을 더 오래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폭설대비 ‘車보험 특별대책반’ 운영
한편 손해보험협회는 ‘2013 안전사회를 위한 자동차보험 특별대책반’을 가동하고 있다.
지난달 6일 손해보험협회는 올 겨울 들어 폭설과 계속된 한파로 사고가 급증하는 등 각종 사고가 늘어 자동차보험 시장여건이 악화함에 따라 이 같은 대책을 내놨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반은 지난연말 폭설 등으로 인해 긴급출동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가량 증가한 263만건을 기록하며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자 이에 대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대책반 구성은 손보협회 자동차보험본부장을 반장으로 14개 손보사 자동차보험 담당임원으로 이뤄졌으며, 실무팀(TF)을 교통사고 예방·제도개선·대인보상·대물보상 등 4개 반으로 나눠 운영한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겨울철 교통사고 감소대책을 마련해 대국민 홍보를 시행하는 한편 자구노력을 포함한 자동차보험 제도의 합리적 개선 등을 통해 소비자 편익 증진 및 손보업계 경영개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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