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엄정한 처벌 불가피”
재판부는 “최태원 회장이 펀드 출자금을 선지급금 명목으로 횡령한 혐의는 유죄로 인정 된다”며 “대기업 최고 경영자로서 사회적 책임을 선도하고 국민 기업으로 성장해야 할 신뢰를 저버리고 불신을 가중시킨 점 등 엄정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최태원 회장은 2008년 SK텔레콤 등 SK그룹 계열사 18곳이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투자한 2800억원 중 497억원을 동생 최재원 부회장과 김준홍(47·구속기소) 베넥스 대표와 공모해 빼돌린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최태원 회장의 동생 최재원(49) 부회장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최태원 회장이 2005년부터 5년간 그룹 임원들에게 지급되는 성과급을 과다 지급한 것처럼 꾸며 139억원대 비자금을 조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최재원 부회장은 최태원 회장과 그룹 투자금을 빼돌리는 데에 관여한 혐의 외에 2008년 11월 SK가스 등 그룹계열사가 펀드 출자금 명목으로 선지급한 495억여원을 빼돌려 김원홍(52) 전 SK해운 고문에게 송금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으나 모두 무죄로 인정됐다.
◇ SK “힘들 게 됐다” 침통
최태원 회장이 결국 유죄로 판명되자 SK는 당혹감과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수백억원대 회삿돈을 빼돌려 개인투자에 사용한 혐의로 기소된 최태원 회장에게 징역 4년에 법정구속 판결이 내려졌다.
최태원 회장의 유죄 선고에 대해 SK 관계자는 “힘들 게 됐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아직 구체적인 대응 방향이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변호인단과 상의를 해서 항소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최근 (최 회장 재판건과 관련) 법원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소식을 듣고 있었다”며 “어느 정도 각오는 했지만 이 정도 수준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당혹해 했다.
◇ 재벌총수 ‘실형’ 이어지나…재계 긴장
경영비리로 기소된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에 이어 최태원 회장까지 실형이 선고되자 재계에 적지 않은 파장이 일고 있다. 경영공백이나 경제기여란 미명하에 온정주의로 흘렀던 재벌단죄의 관행에서 벗어난 것으로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재벌총수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날 법원은 최근 재벌총수의 경제 범죄에 대해 실형이 선고되는 추세를 그대로 보여줬다. 앞서 횡령, 배임 등으로 회사에 4800억 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해 8월 징역 4년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현재 구속집행정지 상태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과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도 판결을 앞두고 있다. 담 회장은 300억원대의 회사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작년 6월 구속돼 10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데 이어 지난 1월 2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아 풀려났다. 검찰의 항소로 3심이 진행 중이다. 1400억원대의 회사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이 전 회장은 2월 1심에서 징역 4년6월을 선고받았으며 2심이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대기업 관계자는 “죄가 있다면 처벌을 받는 게 당연하지만 경제 위기로 강력한 오너십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에 대기업 총수가 법정구속 돼 안타깝다”며 “앞으로의 재판에서 기업인들이 지나치게 중한 형량을 선고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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