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경제=염유창 기자] 지난해 경제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는 ‘골목 상권 보호’와 그에 따른 ‘동반 상생’ 이었다. 동네 가게가 먹고 살 수 있도록 대기업의 골목 진출을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자 일부 대기업들은 소규모 업종에서 철수하거나 진출 계획을 취소했다. 정치권은 대기업의 중소기업 업종에 대한 진출을 제한하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를 5년 만에 부활시켰다. 대기업들은 시장 경제의 퇴보 및 역차별이라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고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여전히 목을 조르는 대기업 때문에 생계를 위협받는다고 아우성이다. 그 중 대형 프랜차이즈제과점과 동네빵집의 다툼이 날이 갈수록 격해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7월 동반성장위원회가 대기업의 중소기업 업종 참여를 제한하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제과·제빵 업종을 포함시키면서 갈등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대형 프랜차이즈를 대표하는 SPC와 동네빵집을 대표하는 제과협회가 극명히 대립하면서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은 올 2월로 미뤄진 상태다.
◇ “동네 빵집 위기, 프랜차이즈 탓 아냐”
이런 가운데 지난달 28일 프랜차이즈산업연구원에서 제과점 매출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경기 침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제과업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설문 결과의 파장은 적지 않았다.
프랜차이즈산업연구원은 올해 1월 11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소재 베이커리 사업체 300곳(프랜차이즈 가맹점 150개, 독립점 150개)을 대상으로 한 경영실태 조사 결과를 밝혔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제과점의 매출 감소 원인은 ‘경기 침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흥미로운 점은 가맹점(42.7%)뿐만 아니라 독립점(45.3%) 역시 불황 탓에 빵이 팔리지 않는다고 대답했다는 사실이다. 독립점의 경우 ‘주변 대형마트나 편의점 제과점 증가(22.0%)’, ‘주변 대기업 제과점 증가(15.3%)’ 등이 매출감소에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정부 지원에 대한 요구사항도 프랜차이즈 가맹점과 독립점 양쪽 다 비슷했다.
‘정부의 어떤 지원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가맹점은 ‘세제지원’이 6.44점으로 가장 높았고, 독립점은 ‘운영자금 지원’과 ‘세제지원’이 각각 6.3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7점에 가까울수록 중요, 1점에 가까울수록 중요하지 않음)
하지만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대한 시각은 프랜차이즈 가맹점과 독립점이 다른 양상을 보였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이 ‘시장의 자율성을 해친다’라는 의견에 대해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동의 점수는 7점 만점에 4.90점, 독립점은 3.46점이었다,
‘소비자 선택의 기회를 박탈한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가맹점 4.69점, 독립점 3.45점,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견해에는 가맹점 4.43점, 독립점 3.49점으로 나타났다.
프랜차이즈산업연구원의 장재남 원장은 “조사 결과 매출 감소의 주원인이 프랜차이즈 때문이라는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정부는 최근 제과점 업계를 둘러싼 갈등의 원인을 양자의 대립구조로 볼 것이 아니라 세제 혜택과 자금 지원 등 독립제과점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프랜차이즈산업연구원 발표는 엉터리”
이에 대해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는 프랜차이즈산업연구원의 “발표는 엉터리” 라며 조사 결과를 전면 반박하고 나섰다.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는 지난달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프랜차이즈산업연구원이 대기업 프랜차이즈 제과점을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조사 결과를 발표해 진위 여부에 논란이 일고 있다”고 밝혔다. 제과점업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미묘한 시점에 발표한 프랜차이즈산업연구원의 조사결과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는 “설문조사 대상이 독립제과점만이 아닌 대기업 프랜차이즈 가맹 제과점을 포함시킨 것은 리서치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표본조사대상 원칙에 어긋난다”며 “일부 동네빵집의 의견을 마치 전국 대다수 동네빵집의 의견인 것처럼 호도하는 것 또한 올바른 연구원의 자세가 아니다”고 밝혔다.
또한 “동네빵집의 몰락은 최근 급성장한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가맹점 숫자에서도 금방 알 수 있다”며 “프랜차이즈산업연구원의 설립목표가 아무리 프랜차이즈를 대변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진실을 왜곡하는 연구형태 및 언론플레이는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프랜차이즈 횡포에 동네 빵집 고사 직전”
대한제과협회도 지난달 29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대기업 프랜차이즈를 비판하며 제과점업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선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과협회 및 제과업계 공동비상위는 성명에서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부도덕한 불공정 행위와 횡포, 그리고 무분별한 확장으로 인해 제과점업종이 고사 직전에 빠졌다”며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더 이상 확장되지 않도록 반드시 제과점업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선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과협회는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 중 특히 ‘파리바게뜨’를 언급하며 “동네빵집 바로 옆에 신규 매장을 내거나 기존 빵집의 상호를 파리바게뜨로 변경토록 압박하면서 건물주에게 기존 동네빵집 임대료를 터무니없게 인상하여 임대 계약을 해지토록 유도하는 등 각종 불공정한 행태를 일삼아 왔다.”고 주장했다.
제과협회는 또한 ‘파리바게뜨’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주)파리크라상이 제과점업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에 방해공작을 펼쳤다고 밝혔다.
제과협회는 “(주)파리크라상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지정되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가맹사업자들을 동원하여 동반성장위원회 등지에서 시위를 벌이게 했다.”면서 “협회를 상대로 협회비 반환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는가 하면 협회비 반환청구소송 확대를 위해 회사조직을 활용하고 협회비를 납부하지 말라고 종용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파리바게뜨 비상대책위원회의 내용증명 압박과 협회 지회 및 지부에 협회 회원으로 위장 회원가입을 하는 등 치졸하기 그지없는 각종 방해공작과 회유 작업을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제과협회는 (주)파리크라상의 방해공작은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횡포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으로 동네빵집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선정할 필요성을 강력히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과협회는 “이런 프랜차이즈 때문에 동네상권이 다 무너지면 제빵기술을 배우겠다는 사람조차 없어질 것이다.”라고 우려하며 “동반성장위원회가 제과점업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조속히 선정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 “프랜차이즈 점주들도 생존권 위협”
이와 관련해 반대 입장에 서 있는 파리바게뜨 점주들은 지난해 12월 “대한제과협회의 제과업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신청서는 무효”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파리바게뜨 점주들은 “협회는 모든 회원에게 공지하지 않고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신청서를 제출했다”며 “협회 규정 위반이자 위법이므로 반려해야한다”고 말했다.
또 이들은 “제과협회장은 프랜차이즈 제과점에서 만든 빵에 대해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등 근거 없는 여론 몰이를 하고 있다”며 “우리를 동네 골목상권 파괴자의 주범으로 모는 것은 억울하다”고 밝혔다. 점주들은 이어 “협회장은 우리가 사업자에게 이용당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회원간 분열을 야기하고 있다”며 “우리도 지금 생존권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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