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경제=염유창 기자]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이름이 지난 21일 열린 양바이빙(楊白氷) 전 중앙군사위원회 비서장 장례식 때 맨 마지막에 호명되면서 중국에서 '상왕 시대'의 종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의 호명 순서는 국민과 당원에게 실세가 누구인지 알려주는 척도나 다름 없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3일 장쩌민 전 주석이 제18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폐막 후 자신의 의전 서열을 현직에서 물러난 원로들과 동일한 수준으로 낮춰 달라고 스스로 요청했다고 보도하면서 이는 장 전 주석의 고귀한 인격과 성품이 반영된 것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장쩌민 전 주석의 이 같은 요청은 지난 21일 열린 양바이빙(楊白氷) 전 중앙군사위원회 비서장 장례식의 호명 순서에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장 전 주석의 이름은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과,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자칭린(賈慶林) 정협 주석, 리커창(李克强) 부총리, 그리고 나머지 새로 선출된 정치국 상무위원 5명에 이어 맨 끝에 호명됐다.
공식 행사에서 장쩌민 전 주석의 이름이 상무위원들 이름 뒤에 호명된 것은 그가 2004년 말 중앙군사위 주석직에서 퇴임한 후 처음이다. 장쩌민 전 주석은 후진타오 주석 집권 시기 내내 공식 석상에서 후 주석에 이어 두 번째 자리를 차지하는 예우를 받았다.
공식행사에서 후 주석 바로 다음에 입장하거나 관영매체 보도에서 두 번째로 호명됐던 것이다. 지난해 11월 시 총서기가 새 지도자로 선정된 뒤에 있었던 딩광쉰(丁光訓) 전 정협 부주석 장례식 때는 후 주석과 시 총서기에 이어 서열 3위 대접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장쩌민 전 주석의 영향력 감소로 인한 서열 후퇴, 정치적 은퇴 수순 등 다양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과도한 해석을 방지하기 위해 당국이 관영 언론을 통해 공식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후진타오 주석이 지난 당대회 때 총서기는 물론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자리까지 내놓고 깨끗이 물러난 것도 장쩌민 주석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평가된다.
장 전 주석이 스스로 의전서열을 낮춤으로써 시진핑 등 현직 지도부의 정치적 발언권은 상대적으로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장 전 주석의 의전 서열이 뒤로 밀린 것은 상징적인 의미일 뿐 막후에서의 정치적 영향력은 크게 변동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강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앞서 시진핑 지도부가 출범된 후 은퇴한 당 원로들이 군권 장악 등 막후에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를 거라는 시선이 다분했다. 따라서 시진핑 시대는 상왕(후진타오 주석)과 태상왕(장쩌민 전 주석)이 함께 존재하거나 두 명의 상왕을 모시는 시대가 될 것이며 새 지도부의 개혁 행보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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