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경제=염유창 기자] 버스폰’은 사라지지 않았다. LG유플러스가 영업정지 중인 지난 주말 30만원대 아이폰5와 15만원대 갤럭시 S3가 시장에 쏟아졌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동통신 3사에 내린 순차적 영업정지가 오히려 보조금 과다 지급 및 가입자 유치 과열 등 경쟁을 부추기고 있는 형국이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LG유플러스의 영업정지가 시작된 지난 7일부터 18일까지 일일 번호이동 건수는 3만∼4만 건 수준이었다. 방통위가 지정한 시장과열 기준인 2만4000건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동통신 3사 중 1곳이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영업정지가 시작되면서 번호이동이 더욱 과열 양상을 보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 LG U+ 2주일 새 5만7000명 빼앗겨
이동통신 3사 중 가장 먼저 영업정지에 들어갔던 LG유플러스가 2주일 사이 5만 7000여명이 넘는 가입자를 빼앗긴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방송통신위원회와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가 영업정지에 들어간 지난 7~17일 중 총 5만7,364명의 가입자가 이탈했다. 이 중 71%인 4만628명은 SK텔레콤으로, 29%인 1만6,736명은 KT로 각각 이동했다. 일단 SK텔레콤이 가입자 쟁탈전에서 KT에 압승을 거둔 형국이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해 12월 24일 이동통신 3사에 총 66일간 영업정지와 과징금 부과를 의결했다. 불법 단말기 보조금을 지급해 이용자를 부당하게 차별했다는 이유다. 영업정지 기간은 LG유플러스 24일, SK텔레콤 22일, KT 20일이며 지난 7일 LG유플러스부터 순차적으로 시작됐다. 과징금은 LG유플러스 21억5000만원, SK텔레콤 68억9000만원, KT 28억5000만원이다.
SK텔레콤과 KT의 가입자 유치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자 방송통신위원회도 경고에 나섰다. 지난 18일 열린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상임위원들은 영업정지를 받았음에도 보조금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것에 대해 ‘당국을 우습게 보는 것이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더 큰 문제는 SK텔레콤과 KT도 영업정지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이달 31일부터 내달 21일까지는 SK텔레콤이, 내달 22일부터 3월13일까지는 KT가 영업정지에 들어간다. SK텔레콤이 영업정지에 들어가면 4만 명 넘는 가입자를 빼앗긴 LG유플러스가 대대적인 반격에 나설 것이 뻔하다. KT 역시 다가올 영업정지 기간 중 가입자가 빠져나갈 것까지 감안해 총공세를 펼칠 것이 자명하다. 그 후 KT가 영업정지가 들어가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이전과 똑같은 가입자전쟁을 펼칠 것이 확실해 보인다.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는 결국 “3사의 영업정지 기간이 끝난 후 가입자 수를 따져보면 아마도 원점으로 되돌아가 있을 것”이라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 ‘치고 빠지기식’ 보조금 경쟁
22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부터 시작된 LG유플러스 영업정지 기간 동안 이동통신사들의 보조금 경쟁이 불꽃 튄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정지 조치를 내린 직후인 지난해 12월 25일부터 지난 8일까지 이동통신 3사의 보조금 가이드라인 위반율은 평균 31%에 달했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방통위의 시장과열 가이드라인 자체가 비현실적인 면이 있지만, 영업정지 기간에도 ‘치고 빠지기식’ 보조금 경쟁이 지속되는 것을 볼 때 영업정지가 시장안정화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진단했다.
시장에서는 LG유플러스의 영업정지 기간인 11일 동안 다양한 형태의 ‘치고 빠지기식’ 보조금 경쟁이 공공연히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영업정지 기간 중에도 일선 대리점에서는 옵티머스G가 24만원, 아이폰5가 19만원, 갤럭시노트2가 54만원에 판매되는 등 일명 ‘버스폰’ 이라 불리는 초저가 휴대폰들이 버젓이 활개를 쳤다. 특히 이 같은 불법 보조금 영업은 폰파라치가 시행된 이후에는 과거 인터넷 매장 중심에서 인터넷 비밀카페 또는 오프라인 매장, 전화영업 등으로 옮겨가며 숨바꼭질을 하고 있는 양상이다.
한 관계자는 “방통위가 영업정지를 내렸다고 해도 보조금을 과다 지급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오프라인 대리점을 아무리 점검한다고 해도 온라인에서 치고 빠지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이달 말 SK텔레콤 영업정지 기간이 시작되면 그동안 가입자를 빼앗긴 LG유플러스가 가만히 있겠느냐”며 “영업정지 기간 동안 겉으로는 방통위의 눈치를 보는 척하면서 물밑 보조금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 방통위 대책 사실상 ‘유명무실’
방통위 역시 이 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지난 18일 방통위 전체회의에서는 “(이통사들의 행태는) 방통위를 우습게 보는 것”이라는 상임위원들의 호통이 울려 퍼졌다. 위반 실태를 철저히 조사 후 가중처벌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18일 방통위는 제3차 전체회의를 열고 ‘이동통신 3사 단말기 보조금 지급 관련 실태점검 결과’와 ‘LG유플러스의 신규가입자 모집금지 이행실태 점검결과’를 보고했다. 실태점검은 지난해 12월25일부터 지난 1월8일까지를 대상으로 했다. 방통위는 지난해 12월24일 통신 3사에 대해 순차 영업정지를 발표했다. 징계는 지난 7일 LG유플러스부터 시행됐다.
실태점검 결과 방통위 제재는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위법성 판단 기준인 대당 보조금 27만원을 초과한 위반율은 평균 31.0%를 기록했다. 영업정지 결정 다음 날부터 바로 시장이 과열된 것이다. 과열 주도 업체로는 SK텔레콤이 지목됐다.
주도 사업자로 지목된 SK텔레콤은 반발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대리점 3곳만 샘플링 했는데 이는 전체를 대변할 수 없다”라며 “정확한 조사가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LG유플러스는 영업정지 첫 날부터 명의변경 13건이 적발됐다. 방통위는 ‘경고’ 조치했다. 그러자 LG유플러스는 ‘방통위 전체회의 관련 입장’을 통해 “방통위가 발표한 명의변경 13건 중 9건은 사전 해지조치 함으로써 최종 개통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라며 “SK텔레콤과 KT는 악의적 경쟁사 흠집 내기를 중지하라”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방통위는 실태점검에 이어 사실조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예비조사 격인 실태점검과 달리 사실조사는 추가적인 행정적 제재조치가 가능하다. 전영만 방통위 시장조사과장은 브리핑을 통해 “사실조사에 들어가기 전에 방법 등을 보완해 정확한 데이터를 뽑아내겠다”며 “번호이동 건수 증가 등 시장이 과열되고 문제가 될 때마다 즉각적인 실태점검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방통위의 조치를 개의치 않는 어느 업계 관계자의 이야기는 이런 대책과 규제가 실효를 거둘지 있을지 의문을 자아낸다.
“그동안 부과된 최대 과징금이 200억 원대 이다. 과징금은 벌어들일 수입에 비하면 모기에 물리는 수준이다. 설사 삼진아웃에 걸려도 영업제한 기간 보조금 총탄을 아껴뒀다가 그 기간이 끝나면 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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