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 중독된 서울, 이제 ‘워킹도시’로~

산업1 / 전현진 / 2013-01-25 11:57:12
서울시, ‘보행친화도시 서울 비전’ 발표

[토요경제=전현진기자] 서울시가 지난해부터 밑그림을 그려 온 ‘보행친화도시’의 구상을 마치고 올해부터는 사업 추진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 21일 선진국형 보행 도시로의 전환에 기틀이 될 ‘보행친화도시 서울 비전’을 발표했다. 박 시장은 “보행 환경 및 관련 제도 개선 등을 포함한 10개 사업을 추진해 현재 16%인 보행수단 분담율을 오는 2020년까지 20%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지난해 4월 ‘보도블록 10계명’을 발표하면서 ‘보도블록 시장이 되겠다’고 밝힌데 이어 이번에는 ‘보행친화도시 서울’에 대한 광범위한 정책철학과 구체적인 사업을 아우르는 비전을 발표했다.


‘보행친화도시 서울 비전’은 앞으로 보행친화도시 조성의 ‘기본서’로서 보행 관련 모든 시 정책ㆍ사업의 목표와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 지난 21일 서울시 신청사 브리핑실에서 박원순 시장이 ‘보행친화도시 서울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시는 비전 수립에 앞서 시내 보행환경에 대한 진단을 선행한 결과,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할 문제점을 크게 네 가지로 압축했다. 횡단보도 부재로 인한 무단횡단 위험, 자동차가 점령한 생활도로, 시내 250여 개소의 육교ㆍ지하보도, 들쑥날쑥한 보도폭 등이다.


현재 시내 전체 도로의 78%가 12m 미만 생활도로임에도 불구하고 불법 주차 차량이 도로를 꽉 메우고 있어 대부분의 시민들이 생활도로를 걷는데 불편을 겪고 있다.


또 보도폭을 최소 2.0m 이상 확보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곳곳에 볼라드ㆍ환기구ㆍ가로수가 무질서하게 자리 잡고 있어 실제로 보행자가 체감하는 보도폭의 정도는 매우 좁은 실정이다.


이에 서울시는 △쾌적하고 △안전하며 △편리하고 △이야기가 있는 거리를 만들기 위한 총 10가지의 단위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박원순 시장은 “이번 비전은 우리가 길을 걸으면서 한번 쯤 불편하거나 위험하다고 생각했던 것에 대한 성찰에서 비롯됐다”며 “부지불식 자동차에 중독되어 있던 도시 체질을 천천히 바꿔 시민 모두가 걸어서 해결하고, 걷는데서 해답을 찾는, 말 그대로 ‘보행친화도시’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 보행전용거리 운영과 보행친화구역 조성


서울시는 보행자만 다닐 수 있는 △보행전용거리를 확대 운영한다. 서울시는 보행량ㆍ도로 기능ㆍ교통량 등을 고려하여 지역 실정에 맞게 ‘주말형’과 ‘전일형’ 두 가지 형태로 지정해 운영할 계획이다.


지난해 몇 차례 시범운영을 거친 세종로(세종문화회관 앞 광화문 삼거리→세종로 사거리 550m 구간)를 첫 ‘주말형 보행전용거리’로 지정하고, 오는 3월부터 매월 세 번째 일요일로 정례화 한다.


차가 없는 ‘세종로’에는 재활용 나눔장터ㆍ농산물 직거래 장터ㆍ열린 예술 극장은 물론 시민이 참여하는 체험형 문화행사가 펼쳐지게 되며, 시는 내실 있는 콘텐츠 운영을 위해 전문 MP(Management Planner)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시는 외국인 문화거리 ‘이태원로’ㆍ강남스타일의 상징거리인 ‘강남대로’ㆍ전통문화 상가 밀집거리인 ‘돈화문로’를 ‘주말형 보행전용거리’로, 세계음식거리 ‘이태원길’ㆍ패션 거리인 ‘동대문디자인플라자’ㆍ젊음의 거리인 홍대 앞 ‘어울마당로’를 ‘전일형 보행전용거리’로 운영할 계획이다.


시는 이들 지역의 특성에 맞는 축제 및 행사를 주민 공모 방식으로 꾸려나갈 계획이며, 그 밖에 자치구에 대한 디자인 설계지원과 교통ㆍ안전시설 등 다양한 행정지원, 인센티브 제공 등을 통해 적극적인 참여를 견인할 예정이다.


다음으로 △2014년까지 보행친화구역 5개소를 조성한다. 보행친화구역은 보도 확장, 안전시설물 설치, 지역 보행로 특화 등 보행환경 개선이 수반된다는 점에서 기존의 거리 형태를 유지하면서 차량만 통제해 운영하는 보행전용거리와 구별된다.


조성 대상은 시내 첫 대중교통전용지구인 ‘연세로’, 역사문화탐방지역인 ‘성북동길’, 보행인구가 많은 ‘강변로(광진구)’ㆍ‘영중로(영등포구)’ㆍ‘대학로’ 등으로 이들 5개소는 지역 특성과 쾌적한 보행로가 결합되어 지역 경쟁력까지 갖추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서울시, 안전하고 편리한 보행환경 제공


시는 도로 규정 속도를 하향 조정하고, 어린이 보행안전구역을 새롭게 지정하는 등 안전한 보행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3가지 방안을 추진한다.


우선 보행량이 많고 교통사고 위험이 높은 폭 10m 내외의 생활권 도로에 전국 최초로 △생활권 보행자 우선도로를 도입한다.


‘생활권 보행자 우선도로’는 통행 우선권이 차가 아닌 보행자에게 있는 도로로서, 차도 대비 보도를 최대한으로 넓히고 차량속도 저감시설, 보행자 우선 표지판, 회전교차로 등을 설치하게 된다. 이 도로에서는 30km/h 이하로 지나가야 한다.


또 교통약자인 어린이 보행 안전을 위해 △어린이 보행전용거리도 운영한다. 어린이 보행전용거리로 지정되면 교통안전 노면표시, CCTV 추가 확충 등 시설 개선뿐만 아니라 등ㆍ하교 시간대에 학교 앞 도로의 차량 통제가 이뤄진다.


서울시는 주택가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생활권 이면도로 차량 제한속도 강화도 추진한다. 편도 1차로는 40km/h⟶30km/h, 편도 2차로는 60km/h⟶50km/h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경찰청과 협의 중이다.


더 나아가 교통약자가 혼자서도 시내 어디든지 이동할 수 있도록 △교통약자 보행환경 종합 개선을 추진한다.


올해 중으로 보행 및 교통안전시설물이 교통약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버스정류소와 지하철역사 시설, 도로 및 보행시설(보도ㆍ횡단보도ㆍ신호등 등)에 ‘교통약자 이동편의시설 기준적합성 심사제도’를 도입한다.


△횡단보도 신호등 녹색시간 연장도 추진한다. 서울시는 경찰과 함께 횡단보도 보행 속도 산정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며, 어르신과 어린이 등 교통약자의 보행속도에 맞춰 1.0m/s→0.8m/s로 완화할 계획이다.


△도심 내 모든 교차로에 횡단보도 전면 설치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교차로에 횡단보도가 없어 보행자들이 우회해야 하는 불편을 해소하고, 육교 등을 건너기 힘든 교통약자의 이동권 또한 보장하기 위함이다.


◇ “걷기 문화 확산위해 힘쓸 것”


서울시는 보행에 역사와 문화, 이야기를 불어 넣는 작업도 병행한다. 보행문화 확산을 위한 도심보행 축제인 △보행친화도시 서울 걷기대회(가칭)를 개최하는 한편 2015년 서울성곽 유네스코 등재 계획과 병행해 도심 내 고궁ㆍ쇼핑ㆍ역사문화공간 등 명소를 잇는 도심보행길(프롬나드)도 개발할 계획이다.


더욱이 서울시는 보행친화도시 기반조성을 위해 보행친화도시 사업 발굴과 정책자문을 위한 ‘보행친화도시 추진위원회’를 운영해 보행 제도와 문화, 환경 개선에 대해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하고 사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또 보행권 위상 향상을 위한 ‘보행기본조례’를 제정하고, 대규모 도시계획 사업에 보행환경 개선 관련 사항을 적용하기 위한 ‘보행친화도시 평가시스템’도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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