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만 부는 ‘한국의 맨해튼’

산업1 / 유상석 / 2013-01-18 16:16:17
여의도 금융허브 ‘침체의 늪’으로…

[토요경제=유상석기자]

▲ 국제금융센터(IFC)

“한국의 맨해튼으로 키우겠다더니…”. 한국을 넘어 동아시아의 금융허브로 발돋움하려던 여의도는 현재 좀처럼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강르네상스 등 거창한 개발계획이 사실상 무산된 데다 리먼 쇼크 탓에 글로벌 금융사들의 입주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용산과 더불어 서울 도심의 최고 주상복합권역으로 개발하려던 주요 사업도 진척이 더디기만 하다.

서울 여의도는 흔히 ‘한국의 맨해튼’으로 불리곤 한다. 미국은 물론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뉴욕 맨해튼과 여의도가 닮은꼴이 많은 이유에서다. 여의도 한가운데에 남북을 가로지르는 여의도공원이 있다면 뉴욕 맨해튼에는 센트럴파크가 있고, 두 지역 모두 강(한강ㆍ허드슨 강)을 끼고 형성됐다. 서울시가 여의도를 개발하면서 ‘금융’이라는 콘셉트를 생각해낸 것도 뉴욕의 맨해튼을 염두에 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 2008년 리먼 사태 여파로 직격탄을 맞은 점 또한 맨해튼과 여의도의 닮은꼴이다.


◇ MBC 여의도 본사 부지 ‘안팔리네~’
세계 경기 침체는 여의도 개발 사업에도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MBC(문화방송) 여의도 본사 부지 매각 추진을 들 수 있다. MBC가 여의도 부지를 매각하고 상암동으로 이전할 계획을 세우자, 지난 2011년 10월 홍콩계 사모펀드회사가 부지 매각을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경기 침체 탓에 투자자 모집에 실패해 2012년 6월 양해각서(MOU)가 해지됐다.

당초 이 부지는 통합사옥 건립을 추진하는 KB금융 등 국내 기업과 기관투자자들 사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당시 5000억원의 매입가를 써낸 젠투파트너스는 새마을금고연합회와 현대증권 등 국내 금융회사들과 손잡고 부지를 개발하려고 했다. 하지만 참여키로 한 금융기관들이 난색을 표시하면서 부지매각 사업은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갔다.

피용선 MBC 신사업기획부장은 “지난 2011년 10월 MOU 체결 이후 젠투파트너스가 여러 차례 본계약 체결을 연기해 MOU 계약을 해지했다”면서 “2013년 사업 공고를 다시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련업계에서는 젠투파트너스와 맺은 MOU는 해지됐지만 거래 조건만 맞는다면 다시 추진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물론 지난 2011년 최종 입찰에서 탈락한 KB금융지주 외에 제3의 금융회사와 매각 절차를 밟는 것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매각주관을 맡은 홍순만 신영에셋 이사는 “사업 추진이 ‘ 된다, 안 된다’는 식으로 잘라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 여의도 상권 ‘찬바람만 싸늘’
여의도 상권도 예전 같지 않게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장 지난 2012년 8월 IFC 지하 3층에 H&M, GAP, 홀리스터 등 유명 패션의류 브랜드와 CGV, 영풍문고 등 각종 편의시설, 각종 식당가로 구성된 IFC쇼핑몰이 문을 열었지만 점심시간대를 제외하고는 찾는 이가 적어 한산한 모습이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 소장은 “여의도는 섬인데 기업들이 많다 보니 영등포나 마포에 대규모 리테일(상업) 시설이 들어서도 별 영향을 받지 않는 특징이 있다. 자체 내 수요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금융으로 대표되는 여의도 입주기업들의 사정이 좋지 못한 탓에 악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가 2012년 3분기 서울 주요 상권의 임대료 현황을 조사한 결과 2012년 1분기에 m²당 4만3600원까지 치솟았던 여의도 임대료는 2분기 4만1300원, 3분기 3만8500원으로 떨어지며 꾸준한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미윤 부동산114 연구원은 “IFC쇼핑몰의 입주를 앞두고 주변지역 상권 형성에 대한 기대감으로 2012년 초까지 임대료가 상승했지만 8월 말 ‘개장 효과’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오히려 가격이 꺾였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반면 ‘손님이 분산되는 것은 아닐까’ 긴장했던 타임스퀘어 등 영등포구의 기존 상권 2012년 3분기 임대료가 상승한 것은 여의도 상권이 예전 같지 못하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 야심과 달리… IFC ‘썰렁~’
서울 여의도의 랜드마크 빌딩으로 기대를 모았던 국제금융센터(IFC) 서울의 임대율이 당초 기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IFC 서울은 연면적 50만5236㎡에 오피스 3개동, 호텔, 쇼핑몰로 구성된 대형 복합 상업용 건물이다.

이 건물은 서울시가 부지를 제공하고 시행사인 AIG 부동산개발이 지어 99년간 운영한 뒤 시에 기부채납 하는 조건으로 지난 2006년 계약이 체결됐다. AIG부동산개발은 AIG에셋매니지먼트 내에서 부동산 개발을 담당하는 회사다.

총 3개동으로 구성된 오피스 건물 중 1동(One IFC)과 2동(Two IFC)은 각각 2011년 10월과 2012년 11월 완공됐다. 3동(Three IFC)은 현재 공사만 완료된 상태다. 당초 AIG부동산개발은 IFC 서울 건립 조건으로 이곳에 글로벌 금융회사를 대거 유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가 이 부지를 99년 무상 임대방식으로 내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가장 먼저 완공된 1동에 입주한 외국계 금융회사는 다이와증권(일본), ING자산운용(네덜란드), 뉴욕멜론은행(미국) 등 9~10곳에 불과하다. 그나마 국내에 새로 지점을 낸 것이 아니라 기존에 다른 곳에 있던 지점을 이곳으로 옮겨온 경우다.

전체 차지하는 비중도 20% 미만이다. 1동에 입주한 나머지업체는 소니코리아, LG화학, LG하우시스, 필립모리스 등으로 금융업과 거리가 멀다. 그나마 1동은 사정이 괜찮은 편이다. 100% 입주가 됐기 때문이다.
정작 문제는 2012년 11월말 문을 연 2동과 아직 오픈 예정일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는 3동이다. 2동의 경우 현재 입주율이 10~15%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2동에는 현재 코스모자산운용(일본), 소니케미컬(일본), 러셀인베스트먼트(미국) 등 5개 회사가 입주해 있다.

국내 한 오피스컨설팅업체 관계자는 “토지를 제공한 서울시야 국제적인 금융사를 유치하고 싶겠지만 세계 경기 불황과 서울 내 다른 지역과 비교한다면 IFC 서울이 가진 매력은 상당히 떨어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업계 소문에 따르면 입주 전 강남에 사무실을 둔 몇몇 글로벌 금융 회사들에게 입주를 타진했는데 상당수 기업들이 여의도라는 지역적 한계에 부담을 느껴 입주를 포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여의도 IFC 서울 내 외국 금융사들의 입주를 독려하기 위해 지난 2012년 7월 '서울특별시금융산업지원에관한계획'이라는 조례안을 만들었으며 2013년 시의회 통과를 추진 중이다. 이 조례안에는 IFC 서울에 입주하는 신규 외국 금융사에 대해 법인세를 감면해 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IFC 서울 완공 후 여의도 오피스 시장은 그야말로 냉각기에 접어들었다. 고신 프라퍼트리 대표는 "방송 관련 프로덕션과 광고대행사 등 중소업체들이 여의도 오피스 시장의 주요 임차인이다 보니 여의도는 대형과 중소형 간 양극화가 다른 지역보다 심한 곳"이라면서 "외부에서 대규모로 수요가 유입되지 않는 한 2~3년 내 빈 사무실이 다 차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토해양부가 한국감정원에 의뢰해 조사하는 2012년 3분기 상업용부동산 보고서에 따르면 여의도권역(마포 포함)의 경우 공실률 상승과 자산 가치 하락 영향으로 투자수익률이 2011년 3분기보다 1.27%포인트 하락한 1.05%를 기록했다. 소득수익률은 1.53%였지만 자본수익률은 마이너스 0.48%였다.

이런 가운데 여의도 남단 쪽에 있는 전경련회관도 2013년 7월 입주를 앞두고 있어 여의도 오피스 대란은 당분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경련회관은 연면적 16만8681㎡에 지상 50층, 지하 6층 규모로 지어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PF(프로젝트파이낸싱) 자금으로 지어져 당장 수익을 내야 하는 IFC 서울과 달리 전경련회관은 상당 비용을 자체 충당해 임대료를 비싸게 책정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이 때문에 IFC 서울을 비롯해 여의도 공실은 당분간 계속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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