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유상석기자] 대한민국 백화점 ‘빅3’로 흔히 롯데ㆍ신세계ㆍ현대백화점 꼽힌다. 하지만 강남 일대의 사정은 다르다. ‘프리미엄’ 콘셉트를 앞세운 갤러리아를 주축으로 신세계ㆍ현대백화점이 강자로 자리매김해있는 것이다.
올해도 ‘강남 최강의 백화점’ 자리를 놓고, 이들의 자존심 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유행처럼 번진 프리미엄 식품관 등의 신규 개점 또는 재탄생 등에 열을 올리며 고객 확보 경쟁이 거세지는 모양새다.
◇ 프리미엄 식품관 ‘손님 잡기 전쟁’
‘프리미엄 식품관’은 강남 일대 백화점들의 효자 노릇을 하는 코너로 알려져 있다. 이 일대에 거주하는 소비자들은 불황에도 먹을거리에 대한 소비를 크게 줄이지 않고, 여전히 ‘좋은 먹을거리’에 대한 높은 선호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신세계백화점은 ‘SSG푸드마켓’을, 갤러리아백화점명품관(이하 갤러리아)은 ‘고메이494’를 열고 고객 맞이에 한창이다.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은 기존 식품 코너에 치즈 전문 숍 ‘라프로마제리’를 여는 등 상품을 강화했다. 이들 3사는 매장 분위기 연출과 식품 코너 진열 방법,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해외 식재료, 국내 직거래 농가에서 올라온 과일ㆍ채소ㆍ육류 등을 선보이는 점에서 상당히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 사의 차별화 전략이 눈에 띈다. 더욱이 각 매장의 이동 거리를 살피면 현대와 갤러리아는 약 1.2km, 갤러리아와 SSG푸드마켓은 약 700m의 근거리에 위치해 고객층이 겹치고 있다. 실제 청담동ㆍ삼성동ㆍ논현동ㆍ신사동ㆍ압구정동 거주 고객이 전체 고객의 40~50% 이상을 차지다보니, 고객 선점 전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 고급 식품ㆍ패션ㆍ외식을 하나로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7월 청담동에 ‘SSG푸드마켓’을 소개하며 프리미엄 식품관의 포문을 열었다(본지 제321호(2012년 8월 18일자) 보도). 이 ‘SSG푸드마켓’은 백화점 안이 아닌 외부에 매장을 열었다는 점이 특징이다.
고급 주상복합 건물에 입주한 SSG푸드마켓은 지하 1층과 지상 1층 영업면적 4960㎡(1500평)로 구성됐다. 먼저 1층 입구에 들어서면 높은 층고와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마치 백화점의 한 명품관에 있는 느낌이다.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옷이 걸린 패션 편집 매장 ‘마이분’이 그 분위기를 더해준다.
지하 1층 SSG푸드마켓에는 농수산물ㆍ정육제품ㆍ생활용품 등 갖가지 상품이 다채롭게 마련돼 있다. 또 조선호텔 도시락, 간단한 조리 음식과 다양한 밑반찬 등을 판매하는 델리 코너와 약국, 명품 전문 세탁소까지 갖췄다.
‘정용진 마트’로 오픈 전부터 유명세를 탔던 SSG푸드마켓은 백화점에서 벗어난 외부 공간에 독립 매장을 연 것부터 식재료ㆍ패션ㆍ외식 매장 모두를 고급화한 프리미엄 쇼핑 공간이다. 다른 식품관과 다른 신세계가 강점으로 꼽는 고급화 전략이 도드라지는 대목이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이를 완성하기 위해 2년 가까이 공을 들였다. 백화점 식품의 고급화 전략에 초점을 맞추고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을 불러 모아 아이디어를 나눴다.
SSG푸드마켓 오픈 이후에는 정 부회장이 직접 찍은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며 홍보할 만큼 자신감과 애착을 보여 화제가 됐다. 오픈 이후 유명 연예인이나 청담동 부자들의 매장 방문이 잦아져 빠르게 입소문이 퍼져 강남 외 지역에서도 많은 고객들이 찾고 있다.
◇ “고메이 494, 갤러리아명품관의 심장”
갤러리아는 기존 식품관을 8년 만에 새 단장해 지난해 10월 ‘고메이 494’를 열었다. 박세훈 한화갤러리아의 대표이사는 고메이 494를 “갤러리아명품관의 심장”이라고 말했다.
이곳은 해외 프리미엄 170여 개 식품 브랜드 제품과 웰빙 식재료 브랜드 등 다채로운 구성을 갖췄다. ‘마케팅의 귀재’로 알려진 박 대표의 아이디어일까. 매장 곳곳에서 재미난 요소들이 시선을 끈다. 직원은 고객이 구매한 농산물을 세척해 손질해 주고 고구마ㆍ감자 등은 즉석에서 굽거나 쪄서 판매하는 ‘컷앤드베이크(Cut & Bake)’ 서비스를 하고 있다.
타 매장에서 접하기 어려운 풍경이다. 또 정육 코너에서 구매한 한우 등심을 바로 앞의 스테이크하우스에서 조리해 먹을 수 있고 전복 전문점에서는 전복을 활용한 찜ㆍ탕ㆍ회 등 다양한 테이크아웃 메뉴를 선보여 고객이 원하는 식재료와 요리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게 했다.
백화점 측은 “싱글족ㆍ핵가족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함께 갤러리아 식품관의 베스트 서비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갤러리아는 고메이 494 오픈 전부터 전사적인 태스크포스팀을 가동해 식품ㆍ명품ㆍ전략ㆍ마케팅 등 각 분야 50여 명이 참여하는 사장 주재 회의를 매주 월요일에 개최하는 등 ‘신개념 공간 마련’을 위해 노력해 왔다.
고메이 494는 지난 2011년 3월에 부임한 박 대표의 첫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업계 안팎에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는 고메이 494 기획 단계부터 업체 선정, 메뉴 선정, 품질, 진열, 새로운 서비스 개발까지 디테일에 많은 신경을 썼다. 오픈을 앞두고 마켓에서 열린 행사장에 박 대표가 셰프 복장에 긴 앞치마를 두르고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박 대표는 “15년 이상 같은 콘셉트를 유지해 온 식품관의 정형을 바꿔 신개념 공간을 제안한다”며 “최고급 재료를 사용한 푸드 부티크를 지향하면서 감각 있고 맛깔 나는 공간으로 만든 만큼 매출도 30% 이상 늘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현대百 “고객 의견이 최우선”
현대백화점은 소비자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매달 ‘트렌드리포터’ 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백화점 측은 “압구정동 등 핵심 상권의 고객들이 경제력과 구매력을 갖췄고 해외여행 경험이 많고 다양한 음식을 접해 맛에 대한 감각이 남다르기 때문에 고객 의견에 귀 기울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이 지난해 8월 압구정본점 지하 1층 식품관을 고치며 치즈 전문점 ‘라 프로마제리’를 새로 연 것도 고객 의견에 귀 기울인 결과였다. 치즈 전문점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구비 품목을 기존 250종에서 370여 가지로 늘렸다. 대부분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외국 식품 종류로 ‘프레시(항공직송상품)’, ‘AOP(원산지 명칭 인증)’, ‘스페셜(국제 시상식에서 수상한 제품 등)’로 나눠 제품 겉면에 알아볼 수 있도록 붙였다.
월 1회 VVIP 고객 5~6명을 초청해 한우ㆍ제철과일ㆍ생선ㆍ채소 등 생식품 맛 비교 평가도 진행하고 있다. 평가결과는 바이어에게 통보되며 미흡할 경우, 산지 변경ㆍ신상품 유치 등의 조치를 즉각 취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현대백화점의 이런 노력은 하병호 현대백화점 사장의 철학이 반영된 듯하다. 백화점 유통업에서 34년 잔뼈가 굵은 하 사장은 현장 경영을 중시한다. 고객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하루 일과의 절반은 경쟁사 암행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마트나 재래시장, 명동이나 이태원 등 시장조사도 즐겨 한다고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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