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공부’보다 ‘행복’ 가르치세요”

오피니언 / 유상석 / 2013-01-18 15:17:15
인물포커스 - 신의진 새누리당(비례대표) 의원 (116)

[토요경제=유상석기자]

▲ 20년 가까이 소아정신과 전문의로 활동한 신의진(새누리당,비례대표) 의원은 “초등학생의 스트레스를 치유하려면 ‘행복감’과 ‘자신감’을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학생이 무슨 스트레스냐!”
20여 년 전, 학교와 학원을 바쁘게 ‘순례’하느라 힘들어하던 어린이들에게 어른들이 외치던 호통이었다.
하지만 지금 ‘초등학생’들의 스트레스 호소를 나무라는 어른은 찾기 어렵다. 학교와 학원에 출석 도장을 찍어야한다는 점에서 ‘국민학생’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지만, 고생의 강도는 더욱 높아졌다. 밤 9~10시까지 학원에 묶여있는 일은 다반사다.

그렇다고 학원에 다니면서 열심히 수업을 듣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는다. 어린 나이에 벌써부터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해야하는 탓이다. 오죽하면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이 ‘대통령’. ‘과학자’에서 ‘공무원’으로 바뀌었을까.

연세대 의대 소아정신과 교수이자 ‘나영의 주치의’로 잘 알려진 신의진(새누리당?비례대표) 의원은 “이런 현실에서 아이들에게 무엇보다 자신감과 행복감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 아이에게 ‘자신감’과 ‘행복감’ 가르쳐야
우리나라는 다른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아이들에게 요구하는 ‘정상’의 기준이 높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만 하면 의자에 앉아 수업시간 동안 꼼짝도 않고 집중하기를 바라고, 어른들 말에 거역하지 않고 고분고분 따르기를 바란다. 또 학교에서 돌아오면 숨 돌릴 틈도 없이 시간 맞춰 학원에 가기를 바란다.

책도 좋아해야 하고, 친구도 잘 사귀어야 하고, 그림 그리기는 기본에 악기 하나도 다룰 줄 알아야 하고, 태권도나 수영 하나쯤은 할 줄 알아야 하는 게 우리 초등학생들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잘 하기가 쉬운 노릇일까. 웬만한 어른도 해내려면 어려운 것을 아이들에게 같은 강도로 요구하고 있으니 아이들이 버거워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도 엄마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고민을 반복한다. 왜 우리 아이는 잘하는 게 없을까, 왜 공부를 계속 시키는데도 성적이 안오를까, 왜 공부하기를 싫어할까 등등. 공부란 결코 많이 한다고 좋아하게 되는 것도, 잘하게 되는 것도 아니다.

신의진 의원은 “아이를 공부의 잣대로만 평가하는 것이 초등학생 부모들이 범하고 있는 가장 큰 잘못”이라고 말했다.

신 의원은 학교생활을 힘겨워하는 아이들을 치료해 온 의사로서의 경험과 문제 많은 두 아들들을 나란히 초등학교에 보냈던 엄마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초등학생 부모들이 꼭 알아야 할 양육 노하우를 담은 자녀교육서 <아이의 인생은 초등학교에 달려 있다>를 지은 바 있다. 지난 2004년에 처음 세상에 나온 이 책은, 2011년에 개정판을 출간했다.

신 의원은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아이가 받는 심리적 스트레스는 가히 ‘쇼크’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하고 싶은 게 있어도 참아야 하고, 하기 싫은 글씨 쓰기와 책상 줄 맞추기, 수업 시간 내내 꼼짝 않고 앉아 있어야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미 큰 스트레스라는 것이다.

그는 “그런 아이들에게 학원과 과외, 선행학습을 강요하는 것은 아이를 위한 것이 아니라 망치는 일이 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신 의원은 “초등학교 때 아이에게 반드시 가르쳐야 할 것은 단 두 가지”라고 강조했다. “‘나는 꽤 괜찮은 사람이다’라는 자신감과 ‘이 세상은 살만한 곳이다’라는 행복감이 바로 그 두 가지”라고 말한 그는 “아이가 정말 공부 잘하기를 바란다면, 행복하게 커 나가기를 바란다면, 가르치는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부모들이 아이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선행 학습이 아니라 ‘런 하우 투 런(learn how to learn)’이라는 것이다.


◇ 아이가 ‘세상’을 좋아하게 만들어야
신의진 의원은 “자신도 여느 부모와 마찬가지로 큰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아이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지만 걱정했지 아이에게 제일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며 “학원에 보내놓으면 어느새 도망 나오는 아이 때문에 좌절도 하고, 아이가 싫어하는 공부를 억지로 하게 하다가 아이의 반감을 산 적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두 초등학생의 엄마(2004년 당시)로, 10여 년 동안 학습과 성격 문제로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치료하면서 초등학생이 꼭 배워야 할 한 가지를 확신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그것은 바로 ‘세상을 좋아하게 만들기’다.

신 의원은 “여기서 세상은 친구와 가족, 선생님은 물론 공부까지 아우른 세상”이라며 “초등학교 시절을 보내면서 ‘아, 세상은 참 재미있고 좋은 곳이구나’를 느낀 아이와 ‘아,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들고 재미없지’를 느낀 아이는 인생 자체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또 “세상을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아이는 힘든 상황에서도 적극적으로 자신이 할 일을 개척해 나갈 수 있다”며 “아이에게 행복한 미래를 주고 싶다면 완벽한 아이로 키우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좌절을 경험하게 하며 아이의 ‘개똥철학’을 받아주라”고 덧붙였다.

이어 “형제, 자매를 같은 학원에 보내지 말고 큰 아이에게 작은 아이를 맡기지 말라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구체적인 조언”도 곁들였다.

“우리의 아이들이 미래 사회에서 생존하게 하려면 부모는 아이가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않고 세상을 좋아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신의진 의원은 “그것은 이제 세상으로 첫발을 내디딘 초등학교에서만 가능하다. 우리 아이들이 그 세상에서 남과 어울려 사는 것을 즐기고, 그 속에서 자신의 발전을 이룰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이라며 “아이의 인생은 초등학교 시절을 어떻게 보냈느냐에 달려 있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 신의진 의원은
1964년 부산 출생. 연세대 의대에서 학사 학위를 취득한 후, 동 대학원에서 정신과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세대 의대 소아정신과 교수이자 강남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전문의로도 활동한 그는 ‘나영이 주치의’로 더 잘 알려져 있다.

1994년 소아정신과에 뛰어든 이후 20년 가까이 55만 명이 넘는 엄마와 아이들을 상담한 신 의원은 대한민국 엄마들이 가장 믿고 의지하는 자녀교육 전문가로 손꼽힌다.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에 입성한 그는 새누리당 인권위원회 위원, 새누리당 ‘아이가 행복한 학교 만들기 특별위원회’ 간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현명한 부모는 아이를 느리게 키운다 △나는 아이보다 나를 더 사랑한다 △아이 심리백과 △국제화시대 신의진의 복지와 건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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