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전현진 기자] 지난달 총선에서 집권한 보수주의자 아베 신조 총리는 새해 벽두부터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해 사죄하는 ‘무라야마 담화’와 위안부 문제를 인정, 사과한 ‘고노 담화’ 내용을 수정할 의향을 비쳤다. 그러나 미국, 중국 언론들은 ‘고노 담화 수정’에 강력히 비난 하고 있으며, 특히 미국 정부는 “고노 담화 수정땐 구체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아베에게 경고했다.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지난 해 12월 31일 보도된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무라야마 담화와 관련해 “전후 50년을 기념해 나온 담화이지만, 그때부터 세월이 흘러 21세기를 맞았다”면서 “21세기에 바람직한 미래지향의 아베 내각으로서의 담화를 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무라야마 담화는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가 1995년 종전 50주년을 맞아 “일본이 전쟁으로 국민을 존망의 위기에 몰아넣었고,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의해 여러 국가와 국민에게 많은 손해와 고통을 줬다”면서 ‘통절한 반성과 사죄’를 표명한 것을 가리킨다. 이후 이 담화는 집권 정당이 어딘지에 상관없이 태평양 전쟁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계승돼 왔다.
그는 담화의 발표 시기와 내용에 대해서는 전문가 회의를 설치해 검토하겠다고 밝혀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무라야마 담화 자체에 대해서는 각의에서 결정한 사안인 만큼 계승하겠다는 의향을 표명했다.
산케이신문은 “아베 총리의 발언은 무라야마 담화 자체를 파기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담화를 발표해 역사문제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아베 총리는 고노 담화에 대해서는 전문가의 의견 등을 듣고 관방장관 차원에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고노 담화는 1993년 8월 4일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이 위안부 문제와 관련, 일본군 및 관헌의 관여와 징집ㆍ사역에서의 강제성과 문제의 본질이 중대한 인권 침해였음을 인정하고 사죄한 것으로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인식돼 왔다.
아베 총리는 새로운 담화의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무라야마 담화와 고노 담화를 무력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이 경우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큰 반발이 예상된다.
아베 총리는 지난 해 12월 16일 총선에서 승리해 집권하기 전까지만 해도 기회 있을 때마다 무라야마 담화와 고노 담화를 수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美, 아베에 경고 “고노 담화 수정땐 구체 대응”
미국 정부가 과거 일본 침략전쟁을 인정하고 사죄하는 내용을 담은 담화를 수정하려는 아베 신조 정부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 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고노 담화’ 등 과거 역사인식과 관련된 입장을 바꾸려는 아베 정부에 신중한 태도를 요구했다.
신문은 오바마 대통령이 아베 정부의 역사관에 즉각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일본의 역사인식 수정으로 한ㆍ중ㆍ일 외교관계가 악화돼 그가 중시하는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안정화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말에도 여러 일본정부 고위관계자에게 이와 같은 의향을 전달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아베 정부가 고노담화를 수정하면 미국 정부로서는 구체적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미 오바마 행정부는 일본 정부가 고노 담화 수정을 추진할 경우 미국이 우려를 표명하는 성명 등을 발표할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미국 정부뿐만 아니라 언론도 아베 정권의 우경화 추세를 강력 비판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지난 3일 사설에서 “범죄를 부정하고 사죄를 희석하려는 어떤 시도도 일본의 짐승같은 지배로 고통을 겪은 한국과 중국, 필리핀 등의 분노를 촉발할 것이며 특히 아베의 ‘수치스런 충동’이 북한 핵 문제 등 지역 이슈에서 중요한 협력관계를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변국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이 침략과 식민지 역사를 부인하는 우익 드라이브 정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일본 정치인들이 바꿔야 하는 것은 담화 내용이 아니라 머리(사고)”라며 강력히 비난했다.
지난 7일 신화통신은 “새해 벽두부터 일본 아베 정권이 무라야마ㆍ고노 담화를 수정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며 “지난 4일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는 미얀마를 방문하면서 2차 세계대전 전사자가 매장된 일본인 묘지를 참배하는 등 정치인들의 감춰왔던 개인적인 우익 성향은 노골적이고 공개된 정부의 공식 입장이 됐다”고 주장했다.
또 언론은 “일본이 날로 우경화하는 원인에 대해 겉으로는 2차 세계대전 주 책임자이자 A급 전범인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로부터 큰 영향을 받은 아베 총리와 그 극우파 내각이 주도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국가(일본)의 조급함과 성급함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러나 역사를 되돌리려는 행보는 오히려 미래를 상실케 하며, 역사는 군사적 현대화를 통해 발전을 도모하려 했던 시도가 막힌 길임을 이미 증명해 보였다”며 “이 같은 우익 행보는 일본의 사면초가, 즉 아시아 지역에서의 고립을 가중시킬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아베 정권의 이 같은 우익 행보는 아시아 지역에 큰 위협을 가져오고, 주변국에 파란을 몰고 올 것”이라며 “서방 언론마저 일본의 이 같은 ‘위험한 민족주의’를 ‘아시아에서 가장 필요없는 것’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고 신화통신은 말했다.
신화통신은 마지막으로 “일본 자민당이 잘못된 세계관을 고집하며 일말의 양심마저 버리려 하고 있다”며 “일본이 정상적인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역사를 부인하는 사고를 바꿔야지 담화 내용 수정에 집념하지 말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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