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유상석 기자] “나를 주기려(죽이려) 했던 아저씨를 판사 아저씨가 많이 많이 혼내 주셔야해요”
지난해 8월 30일, 집에서 잠을 자다가 이불 째로 납치돼 성폭행을 당한 여자 어린이가 판사에게 보낸 자필 편지의 내용이다. 피고인은 당시 이 아이를 강간한 후, 죽이려는 시도까지 했다.
“엄마가 나쁜 아저씨를 혼내주러 가신다고 해서 제가 편지를 쓰게 됐다”고 밝힌 이 어린이는 “판사 아저씨 나를 주기려(죽이려) 했던 아저씨를 판사 아저씨가 많이 많이 혼내 주셔야 해요. 그 아저씨가 또 나와서 우리 집에 와서 나를 또 대리고(데리고) 갈가봐(갈까봐) 무서워요. 그 아저씨가 또 대리고 가지 못하게 많이 많이 혼내주세요. 제가 말한 그대로 엄마께 아저씨한테 욕편지 보내도 돼조(되죠). 제가 쓴 편지대로 소원 드러(들어) 주세요. 제판사 아저씨랑 엄마랑 가치(같이) 많이 많이 혼내주세요”
이 어린이는 편지지 두 장 분량도 채 안 되는 짧은 편지에 “많이 많이 혼내주세요”라는 말을 세 차례나 반복했다. 얼마나 강한 두려움을 느꼈으며, 얼마나 큰 상처가 됐는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사건 당시 태풍 덴빈이 상륙해, 비바람이 강하게 몰아친 탓에, 이 어린이는 지금까지도 비가 오는 날이면 “엄마 뱃속으로 다시 넣어달라”거나 “아저씨가 목 조르는 게 자꾸 생각난다”는 말로 극도의 공포감을 호소한다고 한다.
형법의 기능은 예방주의와 응보주의로 나뉜다고 한다. 쉽게 설명하자면, ‘사람들이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예방하고, 이미 범죄를 저지른 자는 교화 및 재사회화를 거쳐 다시 사회로 내보내자’는 것이 예방주의고, ‘범죄 피해를 당했다고 해서, 법치 국가에서 사적 복수를 허용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것이 응보주의라고 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말로 더욱 쉽게 정리할 수 있다.
많은 입법자와 법조인, 법학자들은 응보주의도 긍정하지만, 예방주의에 좀 더 높은 비중을 두고 연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잠자는 여자 어린이를 이불 째로 납치한 후, 성폭행을 자행한 자에게 ‘예방’을 시도한 들, 얼마만큼이나 효과를 볼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또, 설령 가해자가 ‘교화’를 통해 새사람으로 태어난다 한들, 피해자의 마음속에 깊이 각인된 공포와 증오, 복수심은 사그라지기 어려울 것이다.
해당 사건 공판을 맡은 검사는 피고인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이제 판결이 어떻게 내려질 것인지 두 눈 크게 뜨고 지켜볼 일이다. “많이 많이 혼내달라”던 아이의 외침은 ‘판사 아저씨’의 마음을 얼마나 움직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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