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첫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준비된 대통령, 대통합을 외친 박근혜 당선자의 첫 인사가 주목받는 것은 지난 대통령 당선인들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인사를 보면 그 정권의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박 당선자는 지난 27일 인수위 위원장에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과 부위원장에 진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을 임명하면서 새 정부의 본격적인 인사를 시작했다. 이번 인선은 선거 캠프에서 공약을 만들 때부터 함께 해온 인사들이어서 전문성과 더불어 박 당선인의 국정철학을 온전히 이해하고 함께 갈만한 사람들로 구성된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또한 핵심요직에 영남권 인사를 배제하고 국민대통합위원회와 청년특별위원회를 설치한 것도 눈길을 끌고 있다. 이는 이번 선거 결과에서 드러난 지역과 세대간의 불신을 해소하고 화합을 이끌어내야만 선진 복지국가로 갈 수 있다는 당선인의 믿음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앞서 인수위 윤창중 수석대변인을 두고 야당뿐만 아니라 여권 내부에서도 우려가 나올 정도로 논란이 됐지만, 이번 인선은 야권에서도 “고심한 흔적이 보이는 균형인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용준, 소수자 아우르는 국민통합
이번 인사에서 박 당선인은 영남권 인사를 배제한 채 서울과 호남 출신을 두루 기용하는 인사기조를 보였다. 이 가운데 핵심 요직에 호남 인사를 대거 발탁해 탕평인사의 발판을 마련했다. 여기에 인수위원장으로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을 임명한 것은 앞으로 박근혜 정부의 핵심키워드가 ‘원칙과 법치’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나선 의미로 보인다.
인수위 위원장에 임명된 김 전 헌재소장은 소아마비를 딛고 법조계에서 독보적 입지를 구축한 ‘감동 스토리’로 유명한 인물이다. 지체장애인으로서는 처음으로 1988년 대법관에 임명된데 이어 제2대 헌법재판소 소장을 지냈다.
김 위원장은 3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지체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이 때문에 어머니 등에 업혀 등교할 정도로 어려운 학창시절을 보냈지만, 서울고 2학년 재학 중 검정고시로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다. 김 위원장은 법대 3학년 때인 만 19세에 사법고시에 수석합격해 1960년 최연소 판사로 법조계 인생을 시작, 대법관과 헌법재판소장까지 40년간 법조인 외길을 걸었다.
그는 1963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를 반대하는 글을 썼다는 이유로 구속된 송요찬 전 육참총장을 구속적부심에서 석방한 것을 비롯해 적지 않은 ‘소신판결’을 해 후배 법관들의 사표로 인정 받아왔다.
헌법재판소장 재임 중에는 과외금지 사건, 군제대자 가산점, 동성동본 혼인금지, 영화 사전검열, 미결수 수의착용 사건 등에 대한 결정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각종 제한을 철폐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창중 수석대변인은 “박 당선인의 법치와 사회 안전에 대한 확고한 소신을 뒷받침하고, 대통령직 인수위를 통해 새 정부가 원활하게 출범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해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정치권과는 거리를 둬왔으나, 이번 대선 국면에서 박근혜 대선후보 중앙선대위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으면서 정치 일선에 나섰다.
박근혜 당선인은 후보 시절인 지난 10월 중앙선대위 인선을 발표하면서 “제가 존경하는 분”이라면서 “앞으로 새누리당이 지향하는 소중한 가치, 법치와 원칙, 헌법의 가치를 잘 구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말씀해 주실 것”이라고 말한바 있다.
김 위원장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있으면서 “대통령의 자격과 능력을 충분히 갖춘 후보가 박근혜이기 때문에 이분이 반드시 대통령에 당선돼야 한다”고 힘을 실었다. 박 후보가 김 전 소장을 위원장으로 임명한 것은 감동 스토리 외에도 헌법가치인 인권에 대한 관심과 장애인 등 이 사회 소수자들을 아우르는 국민통합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 아니겠느냐는 평가다.

실무는 진영? 커지는 역할론
인수위 부위원장에는 진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이 임명됐다. 윤 수석대변인은 “진 의장은 인수위원회가 새 정부에 국정철학과 정책기조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공약들의 우선순위와 실천로드맵을 연계성 있게 통합 조정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인선배경을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실무를 총괄 관장하지만 활동 내용이 법과 원칙을 중시한다는 상징적 역할이라고 본다면 진영 부위원장의 역할이 클 것으로 보인다. 서울 용산구 3선 의원인 진 부위원장은 변호사 출신으로, 지난 2004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한나라당 대표를 맡았을 때 비서실장이었다.
이와 함께 이번 인수위에는 박 당선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과제인 ‘국민대통합위원회’ 와 ‘청년특별위원회’가 설치됐다. 박 당선인이 강조해 왔던 국민대통합 구상을 실천하고 실업 등 청년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방향을 설계하기 위해서다.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에는 대선 캠프에서 국민대통합위 수석부위원장을 맡았던 한광옥 전 민주당 대표가 임명됐다. 동서 화합과 산업화·민주화 세력의 화합을 추진할 적임자로 판단했다는 게 윤 수석대변인의 설명이다.
수석부위원장도 김경재 전 의원과 인요한 연세대 교수, 윤주경 매헌기념사업회 이사, 김중태 전 서울대 민족주의 비교연구회장 등 캠프 시절 국민대통합위 부위원장단이 그대로 재선임됐다.
청년특위 위원장에는 대선캠프 청년본부장을 맡았던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이 임명됐다. 윤 수석대변인은 “김 의원은 오랜 기간 대학생 봉사모임 이끌어 온 분으로 청년들이 안고 있는 여러 고충을 실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소통의 중심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청년특위 위원에는 정현호 전 전국대학총학생회 모임 집행의장, 윤상규 네오위즈게임즈 대표이사, 박칼린 퀵뮤지컬스튜디오 예술감독, 하지원 에코맘 코리아 대표, 오신환 새누리당 중앙청년위원장, 이종식 채널A 기자를 임명했다고 밝혔다.
윤 수석대변인은 “이번 인수위는 전문성과 국정운영능력, 그리고 애국심과 청렴성을 기준으로 지역에 상관없이 인재를 모실 것이며, 규모는 작지만 생산적인 인수위를 구성할 것”이라며 “항상 국민의 눈높이에서 소통하고, 국민 삶의 어려움 해결을 최우선 할 것”이라고 밝혔다.
3대 키워드, 보안ㆍ탕평ㆍ전문성
이번 인수위 1차 인선 발표는 앞서 비서실장 및 대변인 인선 때와는 다르게 선대위 실무진을 그대로 이어간다는 의미가 강하다. 이미 전문성을 인사발탁의 최우선 가치로 내건 박 당선인이어서 이미 선거 캠프 때부터 공약에 걸맞는 인사를 배치해 인수위까지 함께 하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것.
김용준 전 헌재소장은 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진영 정책위의장 역시 대선공약을 총괄 준비했던 국민행복추진위 부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국민대통합위원회와 청년특별위원회도 마찬가지다. 한광옥 위원장은 대선 당시 선대위 산하 국민대통합위 수석부위원장을 맡았고 김경재 수석부위원장도 당시 국민대통합위 기획조정특보를 맡은 바 있다. 인요한·윤주경·김중태 부위원장 역시 모두 같은 기구에서 활동했다.
청년특별위원장을 맡은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 역시 대선 당시 새누리당 선대위 청년본부장을 맡은 바 있다.
박근혜식 인사의 특징인 보안은 여전했다. 이날 1차 인수위 인선 발표를 맡은 윤창중 수석대변인은 기자회견에 앞서 밀봉된 노란 서류봉투를 뜯고 명단 및 인수배경이 적힌 문서를 읽었다. 윤 수석대변인은 “이 인선 명단을 박 당선인으로부터 직접 받았다”며 “보안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제가 문서를 봉투에 밀봉해서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야권도 27일 박근혜 대통령당선인의 인수위원회 주요인사 발표와 관련,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민주통합당 정성호 대변인은 “나름대로 치우치지 않은 균형 인사로 평가하며 박 당선인의 고뇌한 흔적이 엿보인다” 며 “김용준 인수위원장을 비롯한 인수위원 모두 박 당선인이 국민에게 약속한 국민대통합시대, 100% 국민행복시대를 실현하는데 앞장서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 대변인은 또 “박 당선인이 2030세대의 고민과 불안,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48%의 국민을 고려해 국민대통합위원회와 청년특별위원회를 둔 것은 높이 평가한다”고도 했다.
진보정의당 이정미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박 당선인이 1차 인선안 발표를 통해 선거기간 때와 마찬가지로 국민대통합을 다시 강조하고, 특히 우리 사회 고통받는 청년문제의 해결 의지를 밝힌 것은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인사가 만사.. “이제 시작”
또한 감사원장,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 등 권력기관 수장 인선에도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들 자리는 특히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데다 일부는 임기제가 맞물려 있다.
특히 감사원장,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 등 이른바 ‘빅5’ 권력기관 수장 인선이 핵심이다.
그간 역대 정권교체기에 권력기관장들은 대부분 스스로 사의를 표시하는 형식으로 해당 정권과 임기를 같이하는 게 관행이었다. 현 정부에서도 출범과 함께 국정원장은 바로 바뀌었고, 감사원장은 3개월 후에 교체됐다.
4년 가까이 재직한 원세훈 국정원장과 2년 이상 자리를 지킨 이현동 국세청장 등은 법정 임기가 없는 관계로 자연스레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장은 경우 어느 때보다 재정확대 압박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어서 그것을 뒷받침할 국세행정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탕평보다는 효율성과 안정적인 재정확보쪽에 무게가 실리지 않겠느냐는 것이 대체적인 예상이다.
검찰총장은 공석인 상태여서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새 인물을 임명할 수도 있고, 5년 전 경찰청장의 경우처럼 박 당선인의 양해 아래 현 대통령이 임명할 수도 있다.
관건은 임기가 절반 이상 남아 있는 양건 감사원장과 김기용 경찰청장의 교체 여부다. 감사원장은 헌법에 임기 4년이 보장돼 있고 경찰법엔 경찰청장 임기가 2년으로 규정된 만큼 자진 사퇴 형식이 아니면 교체하기가 쉽진 않다. 더구나 양 원장은 함북 출신, 김 청장은 충북 출신이기에 지역 형평성을 고려해 유임 가능성이 점쳐진다.
특히 경찰청장은 김 경찰청장이 지난 5월 취임한데다, 박 당선인이 선거기간 ‘경찰이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임기를 보장하겠다’는 공약을 한 바 있어 유동적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이들이 관행대로 스스로 사의를 표명해 새 정부의 부담을 덜어주길 바라는 모습도 감지된다.
현재 당 안팎에서 원 원장 후임으론 안전기획부 2차장 출신인 이병기 여의도연구소 고문과 김장수 전 국방장관, 국회 정보위원장을 지낸 권영세 전 의원 등이 거명된다.
일부에선 서상기 정보위원장과 김회선 의원도 거론되지만 현역 국회의원인 점이 오히려 걸림돌이다. 양 원장이 교체될 경우 정치 쇄신 공약을 주도한 안대희 전 대법관이 후임에 임명될 수 있다.
김진태 대검 차장이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검찰총장의 경우 법무부 장관 인선 뒤에 상설특검 도입ㆍ대검 중수부 폐지 등 박 당선자의 구상에 부합할 인사를 물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당선자는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에서 추천한 인물을 임명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들 5개 기관장의 교체 여부와 관련해 “법에서 임기를 보장하는 직책을 어떻게 해야 할지가 상당한 고민일 것”이라면서도 “기본적으로 바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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