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터진 '4대강 입찰 담합'

산업 / 양혁진 / 2012-12-28 11:22:57
삼성물산, 대우건설 95억 과징금 철퇴

국가가 발주한 4대강 사업 과정에서 건설사들이 담합을 통해 국민의 혈세를 챙긴 사례가 또 다시 밝혀지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야권이 제기한 영주다목적댐 입찰담합 의혹이 결국 사실로 드러난 것.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미 지난 2009년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해 놓고도 무려 3년이 지나서야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논란을 부추겼다. 두 업체에 부과된 과징금 규모도 당초 금액보다 70% 넘게 깎아준 것이어서, ‘봐주기’식 처벌이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정 공정과 설비, 사전 합의 후 실행


공정위는 23일 영주다목적댐 건설공사 입찰에 참여해 담합한 삼성물산에 70억4500만원, 대우건설에 24억9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두 건설사의 설계용역 회사인 삼안과 도화엔지니어링에도 시정명령을 내렸다.


영주댐 공사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하나로 한국수자원공사가 2009년 7월 발주했으며 공사액은 2214억원이다. 설계·시공 일괄공사(턴키공사)로 설계점수 70%, 가격점수 30%로 낙찰자를 결정한다.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은 입찰 과정에서 설계비용을 절감하고 기본설계 등의 평가에서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위험요소를 차단하기 위해서 100여개 설계항목 중 특정 공정이나 설비 등을 제외하거나 포함시킬지 여부를 사전 합의해 실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으로 두 회사는 댐 수위가 일정용량 이상 됐을 때 여분의 물을 지류로 흘리는 여수로 및 여수로에서 내려오는 물 흐름을 약화시켜 침수를 방지하는 감세공 설계를 사전에 향후 200년 빈도 홍수확률로 맞추기로 합의했다.


또한 두 회사는 댐 건설에 따른 생태복원시설 교량 형식 중 건설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교량형을 고의로 제외시켰고, 하천에 서식 중인 어류가 쉽게 이동할 수 있는 통로인 어도를 설계과정에서 아예 뺐다.


이 같은 담합은 전체 설계항목 중 일부에 대해서만 이루어졌지만, 턴키공사 입찰 취지에 반하는 데다 설계경쟁을 제한해 발주자 이익과 설계품질 저하를 초래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를 통해 전형적인 입찰 담합 행위인 낙찰자 또는 낙찰가격에 대한 합의뿐 아니라, 설계내용 합의도 담합 행위로 제재받을 수 있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게 됐다”며 “향후 관련 업계의 담합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번 담합이 설계내용 담합이라는 점을 감안해 검찰에 고발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요금 인상도 4대강 때문?
이번 4대강 입찰 담합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야권이 이미 지적한 사안이다.


민주통합당 김기식 의원은 당시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4대강 사업을 진행한 건설업체들이 4대강 사업 턴키공사 전체를 놓고 입찰을 고려했음이 드러났다” 며 “4대강 공사 전반에 대한 입찰담합조사를 즉시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김 의원은 이번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와 관련해 “공정위는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에 과징금을 부과했을 뿐, 이들 업체에 대한 고발 조치나 공공입찰 참가 제한 조치는 전혀 하지 않았다” 며 “이들 업체는 4대강 1차 턴키공사는 물론 2007년 서울지하철 7호선 공사에서도 담합을 저지른 업체”라고 말했다.


그는 “조사 착수 36개월 만에 이제야 법대로 처분이 내려졌지만 관행적인 건설사 봐주기에서 크게 벗어나진 못한 것 같다” 면서 “설계용역회사인 삼안과 도화엔지니어링도 설계방법에 대한 담합도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었으나,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야권이 제기한 이번 담합의혹이 결국 사실로 드러남에 따라 향후 4대강 사업과 관련된 추가적인 건설사 담합사건이 추가로 밝혀질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미 공정위는 이 사건을 처리하기 전인 올해 7월 현대건설 등 18개 대형건설사가 연루된 입찰담합 사건을 조사해 총 1100억원 과징금을 물린 바 있다.


여기에 새해부터 인상될 예정인 수도요금도 ‘수자원공사의 4대강 부채 탕감’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와 4대강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박원석 진보정의당 의원은 “대선 후 국토해양부가 요금 인상에 나선 것은 수자원 공사의 경영 부실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4대강 사업 과정에서 수자원 공사는 투자비 8조원을 떠안아, 4대강 때문에 엄청난 경영 부실 상황을 맞게 됐다. 수자원공사는 댐 사업과 수도사업부분에서 꾸준히 매출이익을 내왔다.” 며 “수자원공사가 이윤을 창출하지 못한 부분은 단지분양 사업 등 수자원 공사의 원래 설립 취지와는 맞지 않은 사업 때문에 발생한 것이 더 많다. 이번 수도 요금인상은 수자원공사에 떠안긴 4대강 사업 투자비 보전을 위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결국 수도사업에서는 이익을 보았지만 정부의 대규모 국책사업으로 인한 손해를 국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보전하겠다는 계획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오는 31일 해체되는 국토해양부 소속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에 대해 환경단체는 4대강사업과 관련된 정보와 자료를 단 하나라도 폐기해서는 안된다고 요구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은 한시법으로, 오는 31일로 효력이 상실된다. 이에 따라 직원 70여 명의 한시조직으로서 2009년 4월 출범해 4대강 사업의 실무를 총괄 지휘했던 4대강추진본부도 대부분의 구성원이 올해 말로 계약이 만료되고, 파견근무 공무원들도 각 부처로 복귀하면서 4대강추진본부는 해체된다.


이들 단체는 “지난 16일 대선후보 TV 토론에서 박근혜 당선인은 ‘4대강 사업의 결과를 보고 보완할 점이 있거나 잘못된 점이 있으면 위원회를 구성해서라도 검토해서 바로잡아 나가겠다’고 밝혔다” 며 “박 당선인 및 대통령직 인수위는 오는 31일 이전에 4대강추진본부의 모든 자료와 정보를 철저하게 보관토록 조치할 것을 엄중히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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