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적발에 특허 패소 ‘산 넘어 산’

산업 / 유상석 / 2012-12-28 11:21:14
한미약품, ‘위기의 2012년

2012년은 제약 업계 2위 한미약품에게 힘든 한 해였다. 발기부전치료제를 놓고 타 제약사와 송사에 휘말리는가 하면, 임성기 회장이 네 살짜리 손자를 포함해 가족들에게 291억원치의 주식을 증여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리베이트’ 제공 혐의로 식품의약품안전청로부터 1개월 판매금지 처분을 받은 이 회사는 보건복지부가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취소 기준에 ‘인증 이전의 리베이트 지급 행위’도 포함하기로 결정하면서 또 한 번 악재가 덮일지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리베이트 적발로 혁신 인증 취소 위기


한미약품은 최근 자사 의약품에 대해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식약청으로부터 1개월 간 판매업무정지 행정처분을 받았다. 한미약품의 리베이트 제공 시기는 지난 2009년 7월부터 2012년 올해 5월까지로 드러났다. ‘리베이트 쌍벌제’ 이후에도 리베이트 제공 행위가 계속된 것이다.


한미약품은 의약품 판매 촉진을 대가로 병ㆍ의원 및 약국 관계자에게 현금 등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판매금지 제품은 주력품목인 코싹정을 비롯, △큐코라제정 △써스펜이알서방정 △메가폴민정 등 20개 품목이다.


문제는 보건복지부가 새로 마련한 혁신형 제약 인증기업 인증 취소 기준에 ‘인증 이전의 리베이트 지급 행위’도 포함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새 기준에 따르면 앞으로 △기준 과거 3년내 리베이트에 따른 과징금 누계액인 2000만원(약사법), 6억원(공정거래법)인 경우 △과징금 누계액에 관계없이 3회 이상 과징금 처분을 받은 경우 인증이 취소된다.


다만 지난 6월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선정된 업체들의 경우 2010년 11월28일 쌍벌제 시행 이후 위반행위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받기 전에 발생한 위반행위가 인증 이후에 적발·처분이


확정되고 인증결격사유에 해당되는 경우에도 취소된다.특히 보건의료계가 리베이트 근절 자정선언을 한 2011년 12월 이후 리베이트 제공 건에 대해서는 벌점이 2배로 가중돼 적용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당시 이미 리베이트에 대해서는 인증을 취소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며 “리베이트는 R&D 투자 재원을 잠식하고 혁신경영 풍토를 크게 저해하는만큼 리베이트를 반복하는 구태의연한 행태를 혁신하기 위한 차원에서 인증취소기준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번 새 기준안이 마련됨에 따라, 한미약품의 리베이트 혐의가 인정될 경우,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취소가 불가피하게 된다.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쌍벌제 시행 이후 2011년 1월부터 2012년 7월까지 리베이트 혐의로 조사를 받거나 처벌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혁신형 제약기업은 모두 43개로, 이 중 최소 10곳 이상의 업체가 연루돼 있다.


쉴 틈 없이 이어지는 특허 소송


한미약품은 각종 소송으로 얼룩진 2012년을 보내기도 했다. 한국화이자제약이 자사 ‘비아그라’ 디자인을 모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본지 11월 10일자, 제331호 보도). 다국적 제약사인 일라이 릴리와의 특허 소송에서는 쓴 잔을 들었다.


특허법원 1부(재판장 배기열)는 한미약품이 일라이 릴리의 국내 법인인 한국릴리를 상대로 제기한 올란자핀 무효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지난달 29일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번 소송은 지난 2008년 10월 한미약품이 한국릴리가 1999년 10월부터 국내에 시판한 정신분열증치료제 ‘자이브렉사’의 주성분인 ‘올란자핀’이 앞서 개발된 ‘에틸올란자핀’과 비교할 때 진보성(차이점)이 크지 않으므로 이에 대한 물질특허가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자이브렉사’는 당시 국내에서 연간 36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리던 정신분열증 치료제로, 환청이나 환시 같은 양성증세와 대인기피증 등의 음성증세 모두에 효과를 나타내며 부작용이 비교적 적은 것으로 알려져 호평을 받은 제품이다.


한미약품은 이 시장에 진입하고자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제네릭 시판허가를 신청해 승인을 받았지만 한국릴리의 ‘올란자핀’ 물질특허에 가로막혔고, 결국 ‘올란자핀’이 진보성이 없다는 취지로 소장을 제출했다.


재판부는 “올란자핀의 진보성을 인정하려면 선행발명 물질인 에틸올란자핀에 비해 질 또는 양적으로 현저한 효과 차이가 있어야 하는데, 올란자핀은 ‘콜레스테롤 증가 부작용 감소’라는 이질적 효과를 갖고 있으므로 진보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와 관련, 한미약품은 다시 대법원에 상고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에틸올란자핀의 물질특허가 지난해 4월 만료돼 상고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릴리 측은 는 한미약품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릴리 관계자는 “회사 내부적으로 손해배상 소송이 검토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미성년 손주에게 주식 증여로 구설수


미성년 자녀나 손주에게 주식을 증여하는 행위는 재벌가의 고질적인 ‘꼼수’ 중 하나로 비판받아 왔다. 이 비판에 한미약품도 예외는 아니었다.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은 지난 8월, 네 살짜리 손자를 포함한 가족들에게 무더기로 주식을 증여해 구설수에 올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임 회장은 한미약품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옛 한미홀딩스) 주식 731만3000주(14.7%)를 가족 13명에게 분할 증여했다. 이는 당시(8월20일) 기준으로 종가 3985원을 기준으로 할 때 총 291억원어치에 이른다. 이 증여로 임 회장의 한미사이언스 보유 지분율은 50.7%에서 36.03%로 축소됐었다.


임 회장의 부인인 송영숙 한미미술관장은 가장 많은 74만8000주를 받았다.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장녀 임주현 상무, 차남 임종훈 상무는 32만 주씩을 증여받았다. 며느리 2명에게는 각각 62만9000주가 배정됐고, 임 사장의 첫째 아들이 60만9000주를, 다른 손자 손녀들은 62만3000주씩 물려받았다.


손주들은 2008년생 만 4세 3명을 포함, 다들 만 10세 미만의 나이임에도 시가로 25억원에 이르는 주식을 보유하게 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임 회장이 증여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식증여에 나선 것으로 분석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후계구도와 연결 지어 바라보기는 시선도 있다. 실제로 임 회장은 이미 8년 전 장남인 임 사장을 후계자로 지목하고 경영수업을 시켰고, 2009년 북경한미약품 동사장(이사회 의장)이던 임 사장을 한미약품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등, 후계구도를 확정한 듯한 모양새를 보인 바 있다.


반면 보유 지분 면에서는 형제들과 비슷한 수준이어서 임 사장이 경영권 승계를 확정지었다고 보기에는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임 사장은 현재 한미사이언스 지분 3.67%를 가지고 있으며, 차남 임종훈 상무와 장녀 임주현 상무 역시 각각 3.6%와 3.1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를 볼 때 오너 가를 대상으로 한 증여는 임 회장이 향후 경영권 승계와 자녀들 간 계열 분리를 염두에 둔 사전 정지 작업이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해 증여를 한 것일 뿐, 특별한 배경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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