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가 끝나면 빚 갚을 시간”

산업 / 전성운 / 2012-12-28 11:18:59
수자원공사 ‘물값 인상’ 논란

정부가 교체되는 짧은 정책 공백기를 틈타 공공요금이 줄줄이 인상되고 있다. 덕분에 비판여론에 숨죽이며 눈치만 보던 한국수자원공사도 발 맞춰 재빨리 물값 인상을 발표하고 나섰다. 수자원공사의 물값 인상은 그렇지 않아도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의 수도사업을 더 힘들게 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수자원공사가 물값을 올리려는 것은 적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이익을 보고 있음에도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그 이익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한 빚을 갚는데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이명박 정부가 밀어붙인 4대강사업에 따른 부채를 탕감하기 위해 물값(수도요금)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스스로 감당하지도 못할 4대강사업을 떠안아 그에 따른 빚을 갚기 위해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털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 21일 국토해양부는 수자원공사가 각 지자체 등에 공급하는 광역상수도와 댐용수 요금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광역상수도 물값심의위원회 심의와 기획재정부 협의를 거쳐 결정된 물값 인상은 각각 톤당 13.8원(4.9%), 2.37원(4.9%)으로 새해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이번 인상으로 인해 추가되는 국민부담은 약 544억원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는 이명박 정부가 수자원공사에 떠안긴 4대강사업 투자비 보전을 위한 인상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참고로 이명박 정부의 최대 국책사업이었던 4대강사업 과정에서 수자원공사는 8조원이라는 투자비를 떠안았다.


수자원공사는 4대강사업 이전까지는 비교적 안정적 경영 상태를 유지해오던 공기업이었다. 이런 수자원공사가 4대강사업을 떠안으면서 엄청난 경영 부실에 직면하게 된 것은 4대강 공사 덕분이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7년 간 요금 인상이 없어 수도요금의 현실화 수준이 낮아져 수자원공사의 경영이 어려워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수자원공사는 댐사업과 수도사업부분에서 꾸준히 매출 이익을 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수자원공사, 이윤창출에 ‘올인’


마치 수자원공사가 적자를 보고 있는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수자원공사는 댐사업과 수도사업을 통해서 매년 이익을 올리고 있고, 그 이익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7년 동안 물값 인상이 없었고 요금현실화율이 원가대비 82%밖에 안 된다는 이유를 대며 물값을 올리려 하고 있다.


그것은 투자금에 대한 이윤까지 포함하여 원가를 계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물값을 계산할 때 댐을 건설하고, 광역상수도를 건설하는 데 투자된 원금뿐만 아니라 그 이윤까지 원가에 포함시켜 계산하고 있다.


이러한 원가계산 방식은 민간기업이라면 당연하다. 그러나 댐과 광역상수도에 투자한 돈은 대부분 국민의 세금인 국가예산이다. 최근에는 수자원공사가 직접 투자하기도 하지만 그 역시 그동안 물값 등을 통해서 확보한 재원이다.


게다가 수자원공사는 지금까지 물장사를 통해서 계속 이익을 올리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물값을 올리지 않았는데도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에 대한 댐용수의 공급이 계속 늘어났기 때문에 댐사업과 수도사업을 통해서 이익을 얻고 있다.


수도사업을 광역화한다는 명분으로 지방의 수원을 폐쇄하고 댐물을 공급하는 사례가 늘어났기 때문에 광역상수도의 가동률도 높아지고, 댐용수의 공급도 늘어나고 있다. 거기에다가 최근에는 원가상승을 유발하는 댐과 광역상수도 사업의 확장사업이 거의 없었던 것도 한 요인이 된다.


거꾸로 가는 현실


정부와 수자원공사는 현재 80% 수준인 요금 현실화율을 요금 인상의 근거로 들고 있다. 하지만 지금 수도 정책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유수율’ 상승이다. 상수도의 누수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전국 평균 83.2%(2010년 상수도 통계) 수준이며 낮은 지역은 65.3%가량이다.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여전히 60% 가량의 유수율을 갖는다는 것은 상수도에서 누수되는(그냥 흘러보내는) 물의 양이 많다는 것이다. 강원도의 경우는 35%가량의 물이 누수된다는 통계가 있다. 따라서 정부와 수자원공사가 누수량을 줄일 생각은 하지 않고 요금만 올리겠다는 것은 정책의 우선순위가 잘못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수도사업은 수자원공사와 몇몇 광역시가 이익을 얻고 있고, 나머지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들은 적자 운영을 하고 있다. 인구가 집중되어 있는 대도시는 사업의 수익성이 높고, 넓은 지역에 적은 인구가 흩어져 사는 농어촌 지역은 수익성이 낮아 수도원가가 매우 높다. 더욱이 물을 수자원공사 등으로부터 구입한다면 더욱 경영이 어렵다.


수자원공사는 댐용수와 광역상수도 용수를 지방자치단체에 공급하고 도매요금에 해당하는 원수대를 받는다. 지방자치단체는 해당지역 주민에게 수도요금을 받아서 수자원공사에 원수대를 내고, 남는 돈으로 수도시설의 운영관리비를 충당한다. 우리나라의 수도사업에서 가장 운영이 어려운 곳은 수자원공사도 서울시도 아닌 농어촌 지역의 시군들이다.


이러한 지방자치단체들의 경영난이 해소되려면 원수요금은 낮아야 하고, 수도요금은 좀 더 올려야 한다. 즉, 수자원공사의 물값은 내려야 하고 지방자치단체의 물값은 올려야 정상이다.


하지만 지금도 대도시에 비해 높은 농어촌 지역의 수도요금은 더 이상 올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고, 거기다가 원수대 부담까지 높아지면 지방자치단체의 수도사업은 더욱 궁핍해질 것이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는 “댐용수와 광역상수도 요금을 인상이 아닌, 지방자치단체의 수도 경영난 해소와 유수율 제고가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애초부터 이럴 계획


수자원공사가 수도요금을 올릴 것이라는 의혹은 4대강사업이 시작되면서 예견됐다. 수자원공사의 ‘부채관리종합대책’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과 2014년 두 번에 걸친 5%가량 수도요금 인상을 통해 부채를 줄여나갈 계획이다. 전국 각지에서 벌이고 있는 무분별한 댐건설 사업 역시 이러한 물장사를 통해 확보한 이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댐을 새로 건설하여 거기에서 생공용수를 공급하면, 그 댐건설 비용과 거기에 대한 이자까지 우리가 내는 물값의 원가가 돼 다시 돌아온다. 부산경남에서 지자체의 반대를 무릅쓰고 벌이는 광역상수도 사업 역시 몇조가 투자되는데 그 비용 역시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의 광역상수도 공급을 받는 소비자가 부담해야 한다.


진보정의당 박원석 국회의원은 “결국 수도 사업에서는 이익을 보았지만 정부의 대규모 국책사업으로 인한 손해를 국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보전하겠다는 계획과 다름없다”고 수자원공사의 수도요금 인상을 강도 높게 질타했다.


박 교수는 “물값인상을 금지해야 할 뿐만 아니라 차제에 댐사업과 광역상수도 사업에서 얻은 이익을 다른 개발사업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자원공사가 물값을 올리겠다는 것은 결국 4대강사업과 같은 무모한 사업이 결국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가는 것이라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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