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신문=김재화 기자] “이사철이라 바빠 죽겠는데 xx도 풍년이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은행 오후 4시 마감’ 발언에 대한 어느 은행원의 푸념이다.
최 부총리는 지난 11일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참석해 “오후 4시에 문 닫는 금융사가 어디 있느냐”며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도 일을 안 하는 사람이 많으니 우리 금융이 우간다보다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라고 한국 금융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기자의 지인인 은행원은 “최 부총리가 은행 영업점 현장을 전혀 모르고 하는 말”이라며 “이번 주 퇴근시간 평균 8시, 15일은 9시에 퇴근했다. 어이없어서 기사도 안 봤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파트 입주자 집단 대출 때문에 다음 주는 주말에도 출근해야 한다”며 “개인업무 처리하기도 바쁜데 정부에서 저런 식으로 말해 짜증난다”고 심경을 고백했다.
최 부총리의 발언은 은행을 이용하는 고객 중심이라고 생각된다. 영업시간을 연장해 일반 근로자들이 퇴근 후에도 은행에 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다. 나아가 국내 금융개혁 시도와 국제적 금융 경쟁력을 키우자는 것이다.
그러나 은행원들은 그만큼 퇴근시간이 늦어진다. 영업점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영업 종료 이후 곧바로 퇴근하는 영업점은 드물다.
최 부총리의 발언을 ‘새겨들은’ 은행 측은 영업시간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최 부총리의 발언이 “변형시간근로제의 도입과 확대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일부 영업점은 오후 4시 이후에도 문을 닫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도 변형시간근로제를 도입할 특화점포를 검토 중이다. SC은행은 백화점에 입점한 점포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정부 입장에서 말 잘 듣는 은행이 고맙지만 은행원들은 은행에 반감이 생길 수도 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지난 12일 성명서를 통해 “업무실적에 대한 압박으로 휴일노동도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반발했다.
최 부총리의 경솔한 발언으로 은행원들의 사기가 꺾이고 있다. 비록 연봉은 많이 받지만 저녁에 약속 하나 쉽게 잡지 못하는 그들에게 위로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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