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경제=이경화 기자] 국내 토종 화장품 브랜드들이 화장품 본고장인 프랑스 파리에 진출하는 등 글로벌 영토 확장에 잰걸음을 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이제는 국내 화장품산업의 성장을 이끈 중국 바라기 현상에 대해 진지한 재고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해외 시장 다각화를 통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에 따른 위기에서 벗어나야 하며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해선 서구 시장 공략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토니모리 등 국내 화장품 기업들이 중국 시장을 넘어 해외 시장으로 보폭을 넓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
위기는 넘고 기회는 살린다
아모레퍼시픽은 프랑스 파리의 라파예트 백화점에 설화수 단독 매장을 열었다. 한국 브랜드로서는 유일하다. 뷰티의 성지로 불리기도 하는 라파예트 본점은 프랑스 현지 고객뿐 아니라 수많은 관광객으로 붐비는 관광 명소다. 프랑스 시장에서 K-뷰티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설화수 매장을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받는 명소로 자리매김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설화수 라파예트점은 단순 제품 판매뿐 아니라 브랜드 감각체험의 공간으로 구성됐다.
설화수는 라파예트 백화점 오프라인 단독 매장과 더불어 인터내셔널관과 해당 백화점 온라인몰에도 동시 입점했다. 설화수 관계자는 “설화수의 글로벌 시장 확장의 가속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행보”라며 “라파예트 입점을 통해 아시아·미주뿐 아니라 유럽 시장까지 아우르는 진정한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모레는 또 하반기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에 에뛰드하우스 1호점을, 미국 뉴욕에는 이니스프리 1호점을 각각 오픈하며 뷰티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에뛰드하우스의 경우 색조 분야가 발달한 중동 시장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향후 카타르, 오만 등 주변 GCC국가로 확대하고 추가 브랜드도 론칭할 계획”이라며 “중국 등에 국한됐던 오프라인 매장 진출에서 벗어나 유럽, 중동 등으로 출점 지역을 확대 중”이라고 전했다.
LG생활건강은 앞서 자연주의 브랜드 더페이스샵을 앞세워 인도네시아(매장 약 70개)와 말레이시아(약 50개), 중동(약 60개) 등에 진출했다. 지난해 중동 매출만 70억 원이었다. 2015년 미국 시장에 진출한 빌리프의 경우 최근 150여개 세포라(미국 유명 화장품 편집숍) 매장에 입점하는 성과를 거뒀다. 현재 빌리프는 서구 문화권에 익숙한 허브를 주성분으로 해 미국 현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며 빌리프 브랜드의 전체 매출은 1000억 원에 육박한다.
브랜드숍도 해외 공략 속도
불황과 사드보복으로 국내시장에서 정체기를 맞은 화장품 브랜드숍들도 수출국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토니모리는 세계 최대 규모 드럭스토어 부츠와 입점계약을 체결하고 하반기부터 영국 2500여개 매장에 들어간다. 앞서 지난해 5월 한국 화장품 브랜드 처음으로 세포라 유럽 전역에 입점한데 이어 부츠 입점으로 영국 시장까지 확대하게 됐다. 유럽 내 2개국에 더 진출할 계획이다.
화장품브랜드숍 1세대인 미샤도 남태평양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는 최근 피지공화국에 미샤 매장 4개를 동시 오픈했다. 1·2호점은 수도인 수바에, 3·4호점은 난디와 라우토카에 각각 문을 열었다. 비비크림, 아이섀도, 루즈와 같은 색조 제품을 전면에 내세워 피지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에이블씨엔씨 관계자는 “피지에서의 성과에 따라 인근 뉴칼레도니아, 바누아투 등에 추가 출점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약사 화장품도 서구시장 도전장
제약사의 화장품 브랜드들도 특화된 기술력을 앞세워 미국, 유럽 등 서구 시장에 적극 도전하고 있다. 동화약품은 자사 소화제 까스활명수의 이름을 내세운 활명 스킨 엘릭서로 미국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토너, 미스트, 세럼, 오일이 한 병에 들어있어 다용도로 사용이 가능한 올인원 제품이다. 활명은 올해 미국 고급백화점인 노드스트롬에 입점했다. 이 백화점은 미국 40개 주와 캐나다 등 지역에 약 350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동국제약도 자사 상처치료연고 마데카솔의 핵심 성분 센텔라아시아티카로 만든 고기능성 화장품인 마데카크림을 내세워 미국·유럽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 마데카크림이 포함된 동국제약의 화장품 브랜드 센텔리안24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록을 마쳤으며 현재 유럽시장 진출을 위해 프랑스에서 임상실험을 진행 중이다. 대웅제약의 경우 화장품 업계에서 핵심기술로 인정받는 이지에프(EGF, 상피세포성장인자)를 이용한 화장품 브랜드인 이지듀를 내세워 해외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사드 리스크로 인해 중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는 등 업체들이 이번 기회에 새로 태어나는 수순을 밟고 있다”면서 “새로운 도약을 위한 중·장기적인 방향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경쟁력 상승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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