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경제=여용준 기자] ‘재벌들의 저승사자’로 주목을 받으며 취임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재계 대변인’ 자리에 오르게 된 대한상공회의소가 복잡한 관계를 이어가게 됐다. 겉에서는 서로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며 ‘달래기’에 나섰지만 긴밀한 견제가 예상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김상조 위원장은 대기업들을 달래며 신중하게 정책을 펴겠다는 입장이고 대한상의는 새정부와의 접촉면을 넓히며 관계 형성에 나서고 있다. 특히 전국경제인연합이 해체수순을 밟고 있고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정부와 부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게 되면서 대한상의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상의는 오는 17일 오전 본관 국제회의장에서 김상조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을 초청한 가운데 최고경영자(CEO) 조찬 간담회를 열기로 하고 기업인들을 상대로 참가 신청을 받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 김 위원장은 ‘새 정부의 공정거래 정책 방향’에 대해 강연한 뒤 참석한 기업 대표, 임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상의는 김 위원장 외에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김동연 경제부총리 등 문재인 정부의 경제인사들과 연이어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재계에서는 이런 일련의 움직임이 새 정부에서 달라진 대한상의의 위상을 드러내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지난달 여야 정치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은 경제계가 우려나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기보다는 건설적이고 실현 가능한 대안을 만드는 데 집중할 시기”라며 정부 정책에 대한 협력을 강조했다.
한편 김 위원장 역시 재계 인사들과 만나며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려는 모습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3일 삼성전자, 현대차그룹, SK, LG 등 4대 그룹 경영인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 부회장도 함께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대규모 기업집단들은 한국경제가 이룩한 놀라운 성공의 증거”라고 치켜세우면서 각 그룹의 경영전략과 의사결정 구조에 대해서는 “사회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이 없지 않았다”라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이어 “소수의 상위 그룹들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는데 다수 국민의 삶은 오히려 팍팍해진 것은 뭔가 큰 문제가 있다는 의미”라며 “모든 것이 기업의 잘못 때문이라는 주장을 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기업도 되돌아보아야 할 대목이 분명 있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기업인들에게 정부 정책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 줄 것을 당부하면서 이에 대해 “경청하겠고, 협의할 것이며,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라고 강조했다.
또 이날 간담회가 일회성 행사로 끝나서는 안 되고 보여주기식 이벤트로 끝나서도 안 될 것이라면서 개별 그룹과의 협의, 정부 차원의 협의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과 만남을 가진 4대 그룹 CEO들도 김 위원장의 정책방향에 크게 공감하는 분위기다.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은 간담회 직후 “(김 위원장이) 양적 규제책보다는 질적으로, 산업의 특수성을 감안해 신중하게 하겠다고 했다”며 “대화를 통해 앞으로 잘 해나가겠다고 해 아주 안심하고 돌아간다. 앞으로 전혀 의구심을 가질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기업이나 나라나 다 우리나라 경제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인데 어떤 분야에서는 방법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었다”며 “오늘 이야기를 들어보니 다 타당하다고 느꼈고, 저희도 거기에 맞춰서 어떻게 하면 경제 발전에 이바지할지를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공정한 경쟁이라는 것은 경제 정의에서 매우 중요한데, 김 위원장은 이런 부분에서 이론과 실행력이 뛰어난 분”이라며 “이런 기회를 통해 경제 경쟁력을 높이고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자주 만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현회 ㈜LG 사장은 “김 위원장이 비교적 진솔하게 설명했다”며 “기업으로서 정책 방향에 공감하며 제대로 된 성공 사례를 만들어갔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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