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경제=여용준 기자] ‘회식’이라는 한국의 직장문화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잠시 이야기해보자면, 과거 직장인들은 식사가 부실한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월급 많이 받는 부장님이 밥 잘 먹고 다니라는 취지로 술과 고급진 음식을 샀다. 물론 여기에는 ‘부서 친목도모’같은 거창한 명분도 존재했다.
하지만 지금의 직장인들은 충분히 잘 먹고 다니고 개인의 사생활과 시간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만큼 ‘회식’이라는 것은 젊은 직장인들에게는 귀찮은 문화일 뿐이다.
평범한 회사원으로 출근해서 일하는 것에 자부심이나 긍지, 책임감 따위를 가질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저 생계를 유지해야 하고 업무와 무관한, 개인의 미래를 설계해야 하기 때문에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인터넷의 유머처럼 “입사동기를 왜 자꾸 묻냐? 돈 벌려고 입사했지”라는게 젊은 직장인들의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그만큼 이들에게 직장이란 ‘일 하는 곳’ 이상의 의미가 없다. 그런데 그 ‘일 하는 곳’에 들어가기 위해 젊은이들은 ‘업무능력’ 이상의 것들을 증명해야 한다. 그것을 흔히 ‘스펙’이라고 부른다.
최근 문재인 정부는 올 하반기 공공부문에서 블라인드 채용을 유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간에도 권고의사를 밝혔으나 기업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최근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477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현재 블라인드 채용을 시행하고 있는 기업은 전체 6.1%에 해당하는 26곳뿐이다.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할 의사가 있는 기업도 전체의 절반이 되지 않는 48% 뿐이다.
블라인드 채용은 구직자들을 편견 없이 바라보고 공평한 기회를 주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학력이나 지역, 환경 등을 보지 않고 오로지 업무에 필요한 능력만 보겠다는 취지다.
아마도 일만 하길 원하는 구직자와 일 잘하는 사람을 원하는 회사 모두에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시대가 변하고 사람들의 가치관이 변하면서 많은 것들이 변했다. 직장문화도 거기에 하나일 것이다. 빈말이라도 “회사에 충성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며 회식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젊은 사원은 이제 어디에서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 그저 일할 때는 일하고, 저녁에는 개인의 삶을 존중해주는 것이 ‘직장생활’의 미래가 될 것이다. 이런 미래를 위해서 블라인드 면접은 합리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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