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그룹 성장에만 기여하겠다”

산업 / 전성운 / 2012-12-24 11:52:17
SK그룹의 경영실험, 두 마리 토끼 잡을까?

SK그룹의 대주주이자 경영권자인 최태원 회장이 그룹을 대표하는 권한을 모두 내놓는 결단을 했다. 최 회장의 자리는 전문 경영인인 김창근 SK케미칼 부회장이 맡는다. 최 회장은 그룹과 관계사의 성장에만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하지만 SK가 이런 실험적인 노력을 통해 지배구조 개선과 글로벌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 재계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SK그룹은 18일 서린동 SK사옥에서 17개 주요 관계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한 가운데 수펙스추구협의회를 개최하고 김창근(62) 부회장을 신임 의장으로 선출했다. 신임 김 의장은 최 회장의 뒤를 이어 대내외적으로 SK를 대표하면서 그룹이 내년 1월1일부터 적용할 새로운 운영체계인 ‘따로 또 같이 3.0’체제를 이끌게 된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각 계열사 대표이사들이 모여 중요한 의사를 결정하는 다른 그룹의 사장단회의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기구로 ‘따로 또 같이 3.0’ 체계에서 SK는 다른 그룹과 달리 총수 역할을 하는 최고 경영권자의 직함으로 ‘회장’이라는 말이 없어지고 ‘의장’이 대신하게 된다.


2004년부터 그룹의 회장 역할을 수행한 최 회장은 전략적 대주주로서 그동안 힘써오던 글로벌 성장, 차세대 먹거리 개발, 해외 고위 네트워킹 등 그룹의 성장과 발전에 관련된 '큰 그림'을 그리는데 매진한다고 SK는 설명했다.


SK 인재육성위원회는 사내에 명망 있는 후보군에 대한 검토를 거쳐 김 부회장을 수펙스추구 협의회 의장에 추천했고, 협의회에 참가한 관계사 대표이사들은 최적의 전문 경영인이라는 데 뜻을 함께하고 만장일치로 선임했다.


김 의장은 1974년 선경합섬(현 SK케미칼)에 입사한 뒤 SK그룹 경영기획실 재무담당 임원, 구조조정본부장, SK㈜(현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SK케미칼 대표이사 부회장 등을 역임해 ‘SK그룹 성장의 주역’으로 손꼽힌다.


특히 2004년 친정 격인 SK케미칼 부회장으로 부임한 이후에는 SK케미칼을 첨단 화학소재 및 생명과학 기업으로 탈바꿈시켜 7년간 기업가치를 400% 넘게 올려놨다고 SK그룹은 설명했다.


또 1994년 그룹의 자금 담당자로 당시 최종현 회장을 도와 한국이동통신(SK텔레콤)을 인수하는 등 그룹의 질적, 양적인 성장을 이루는가 하면 외환위기때는 구조조정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는데 일조하기도 했다.


앞으로 김 의장은 그룹의 위원회 위원장과 위원을 결정하는 권한을 지닌다. SK는 김 의장이 선임됨에 따라 그룹 인사와 위원회 인선 작업을 예정대로 1월 중순에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 “변화폭 너무 크다” 우려도
SK의 전문경영인 체제는 이번이 두 번째로 지난 1998년 2대 최종현 회장의 타계로 당시 그룹의 전문경영인이던 손길승 경영기획실장이 3대 회장으로 추대된 바 있다. 하지만 당시는 최태원 회장의 나이가 어렸던 특수 상황이 있었고 이번은 경우가 다르다.


대주주 경영인이 회장직을 맡아 그룹을 책임지는 국내 대기업 환경을 고려하면 SK의 이 같은 ‘실험적인’인 경영체제는 단순히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사회적 요구를 넘어선 새로운 시도라는 측면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다는 것이 재계 일각의 해석이다.


SK가 앞으로 추진할 새로운 경영체제인 ‘따로 또 같이 3.0’의 가장 큰 전제는 ‘성장’이다. 그룹 단위의 활동이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 개별 회사들이 ‘각개 약진’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에서 나온 것이다.


각 위원회가 중심이 되는 이번 체제는 그룹 중심의 운영 구조를 이번에 개별 기업 중심의 운영체제로 바꾼 것이다. 이러한 점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상징적인 변화가 그룹의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직을 전문경영인에 맡긴 것이다. 그룹 단위의 운영을 하게 될 5개의 위원회 위원장도 전문경영인에게 맡길 계획이다.


2004년부터 그룹을 이끌어온 최태원 회장은 자신의 권한과 책임을 모두 넘겨주고 전문경영인이자 전략적 대주주로 ‘전장의 장수’가 되겠다는 각오를 임직원들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최근 최고경영자(CEO) 회의에서 “국내 관계사의 일에 대해 신경을 안 쓰게 되는 많은 시간을 글로벌 성장에 주력할 수 있게 되고, 그런 방향으로 역할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대기업의 관행에서 보면 실험적인 선언으로 여겨진다. 재계는 SK의 이러한 시도가 외국과 달리 소유와 경영이 분리될 수 없는 국내 대기업 환경에서 지배구조 개선과 글로벌 성장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묘안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물론 ‘경제민주화’라는 사회적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조치라는 시각도 있지만 그렇게 깎아내리기에는 SK 변화의 폭이 너무 크다는 해석도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SK의 새로운 리더가 된 김창근 부회장의 어깨는 무거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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