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이완재 기자] “현대캐피탈, 농협, 한국엡손, SK커뮤니케이션즈 네이트 해킹까지...”
최근에 일어난 기업들의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끊이지 않으며 산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SK그룹의 보안관리가 유난히 허술한 것으로 드러나 고객들의 불안을 사고 있다. SK그룹의 IT관련 계열사들은 연이어 보안유출 사건에 직면하며 기업의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SK는 지난 7월 네이트 해킹사태로 고객 35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상 초유의 전산사태를 겪었다. 이후 그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엔 계열사인 SK마케팅앤컴퍼니(이하 SK M&C)의 실시간 교통정보 사이트 ‘앤트랙’ 회원 3만여명의 개인정보가 홈페이지를 통해 노출되며 다시 도마에 올랐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앤트랙의 사고가 터진 바로 다음날 SK텔레콤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오픈마켓 ‘11번가’가 먹통이 되며 SK그룹을 사면초가로 만들었다. 그룹은 피해자들에 의해 현재 줄소송에 처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도대체 SK그룹이 이처럼 전산사태에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SK가 겪고있는 연이은 전산사태 내막과 문제점들을 살펴봤다.
◇네이트해킹 3500만명 개인정보 유출…피해자 36명 손배소
SK커뮤니케이션즈(이하 SK컴즈)가 3500만건의 개인 정보를 해킹당하는 사건이 벌어진 지난달 26일 파문이 크게 일었다. SK컴즈는 포털인 네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싸이월드를 운영하고 있는 데다 해킹 건수도 사상 최대 규모 수준이었다.
특히 SK컴즈는 최근 무료 메신저 앱인 ‘네이트온 톡’을 출시하면서 모바일 시장 점유율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시점인 상황에서 이번 해킹사건으로 인한 피해가 더욱 컸다.
이 사건으로 네이트와 싸이월드에 중복으로 가입된 회원 수를 고려해볼 때 사실 상 회원정보가 통째로 유출됐다고 볼 수 있다.
SK컴즈는 해킹 사태로 인해 주형철 대표가 직접 고객정보보호 스패셜태스크포스장으로 나서 사태를 수습하고 있으며 이번 고객정보 유출이 중국발 IP 악성코드에 의한 것으로 보고 수사기관 및 관계기관에 조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해킹사태로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본 네이트·싸이월드 회원들이 SK컴즈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달 25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강모씨 등 36명은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로 각 50만원을 지급하라”며 SK컴즈, 이스트소프트,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강씨 등은 소장을 통해 “이번 해킹사고로 우리 신상정보가 메신저피싱, 스팸메일, 보이스피싱, 스팸문자 등 범죄에 노출됐고, 이밖에 신분증 위조와 전자결제 등 범죄행위에 악용될 가능성까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이번 해킹으로 중요 공직자 또는 공무원, 회사 연구원, 군인 등 중요 기밀을 보유하고 있는 자의 신상 정보도 사실상 모두 노출됐다고 할 수 있다”며 “북한, 일본, 중국 등 타국에 위 신상정보가 모두 넘어갈 경우 국가기밀 및 영업비밀에 대한 심각한 피해마저 우려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SK컴즈에 대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정보통신망법상 의무를 다 하지 않았고 SK컴즈 스스로도 보안상 취약점이 있음을 인정했다”며 “따라서 SK컴즈는 개인정보를 유출시킨 장본인으로서 법적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스트소프트와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해서는 “이스트소프트는 업데이트 서버 보안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악성코드가 배포되기까지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했고, 방송통신위원회는 SK컴즈의 정보보호체계에 대한 감시를 게을리 했다”며 “이들 역시 해킹사고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덧붙였다.
경찰이 발표한 네이트·싸이월드 해킹사태 중간수사결과에 따르면 중국 해커들은 이스트소프트의 공개용 알집 서버를 해킹하고 SK컴즈의 사내망 사용자들을 공략한 것으로 나왔다.
이에 SK컴즈는 지난달 28일 네이트온과 싸이월드 인터넷 홈페이지에 ‘아이디, 이름, 휴대폰번호, 이메일주소, 암호화된 비밀번호, 암호화된 주민등록번호 등 일부 고객정보가 해킹으로 인해 유출된 사실을 확인했고 수사기관에 조사를 의뢰했다’는 내용을 공지했다.

◇앤트랙 가입자 3만명 정보노출…11번가 ‘먹통’
SK컴즈의 해킹 사태가 일어난 지 약 1달 만에 SK계열의 SK마케팅앤컴퍼니가 관리하는 교통정보 제공 서비스인 ‘엔트랙’의 홈페이지 가입자 3만 명의 휴대폰 번호도 노출됐다.
지난달 22일 SK 관계자는 “2008년 1월부터 12월까지 휴대폰으로 엔트랙에 접속한 고객의 휴대폰 번호와 접속 기록이 노출된 것을 21일에 파악해 즉시 해당 데이터를 삭제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노출된 가입자 접속기록은 총 21만건으로 가입자 1명이 1년에 평균 7∼10회 정도 접속하는 것을 감안, 이번에 약 3만8000명의 정보가 노출된 것으로 추정했지만 접속기록이 언제부터 노출됐는지는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엔 SK텔레콤이 운영하는 오픈마켓 11번가 사이트에도 문제가 생겨 서비스가 중단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11번가에 따르면 사고 당일 오전 2시50분부터 8시30분까지 약 5시간 40분 동안 사이트 접속이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보라매 인터넷데이터센터(IDC)의 무정전전원공급장치(UPS)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비상시 전력을 공급해야 할 이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
이에 따라 예상치 못한 정전상태가 지속되면서 사이트가 약 5시간 40분가량 마비되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게 11번가 측의 설명이었다.
11번가 관계자는 “사이트를 열어놓고 점검을 진행하다가 문제가 생기면서 서비스가 5시간 반가량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이트를 중지하지 않고 시스템 점검을 진행하는 등 회사 측의 안일한 조치에 대한 비난이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실제 새벽 시간대에 주문이나 결제를 하다가 갑작스런 사이트 접속중단으로 피해를 본 고객들의 사고사례가 속출했다.
SK그룹은 최근 잇따른 해킹과 관리소홀로 고객정보를 유출시킨 상황에서 연이어 비슷한 악재가 터지며 치명적인 이미지 실추가 불가피 할 전망이다. 현재 주요 포털 카페 ‘싸이월드.네이트 해킹피해자 모임’ 수만 카페에 8만여명이나 된다. 줄줄이 소송이 이어질것임을 예견케 한다.
SK그룹 관계자는 “각 계열사별로 해킹 등 고객정보 유출과 관련해 관심을 높이도록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며 “고객불편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으며 소송건에 대해서는 자체 법무팀이 신중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전산사고라는 악재에 만신창이가 된 SK그룹. 전문가들은 “피해자들에 대한 합리적인 피해보상과 함께 국내 굴지의 기업답게 해킹피해 예방을 위한 확실한 시스템 마련과 인식변화가 요구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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