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으로 승진했는데… 금리 좀 낮춰주시죠?”
직장인 조한일 씨가 최근 신용대출기간을 연장하는 과정에서 은행 상담원에게 꺼낸 말이다. 은행 상담원은 “내부 검토 후 긍정적인 답변을 주겠다”고 답했다.
앞으로 신용대출을 연장하는 개인고객의 경우 조 씨처럼 취업이나 승진 등으로 신용도가 좋아지면 금융권에 금리인하를 요구할 수 있게 된다. 또 은행은 신용등급별 대출금리를 매달 공시하고, 변동주기가 돌아와 대출금리가 바뀌면 이를 전화나 휴대폰 문자메시지 등으로 고객에게 설명해야 한다.
◇ 취업ㆍ승진시 은행 대출금리인하 요구 가능
지난 2002년 도입됐지만 사실상 사문화된 금리인하요구권에 대해 금융계가 모범규준을 만들어 활성화에 나선다. 금리인하요구권에 대한 구체적인 조건을 명시하고 이를 대출자에게 알리는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 상당수의 고객이 금리인하의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인하요구권은 취업이나 연봉상승 등 신용등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만한 변화가 생겼을 때 고객이 신용대출 금리를 내려달라고 제안할 수 있는 권리다. 이 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이용 실적은 거의 없었다.
실제로 지난해 한 해 동안 금리인하요구권을 행사해 금리를 낮춘 사람은 349명에 불과하고 2008~2010년에도 금리인하요구권을 행사한 대출자도 357명(연평균)에 그쳤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자수입이 줄어들기 때문에 솔직히 고객들에게 일일이 알리는 것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제도를 가장 먼저 시행하는 곳은 은행이다. 은행연합회는 회원은행과 최근 이사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대출금리체계의 합리성 제고를 위한 모범규준’을 의결했다. 이에 따르면 은행은 앞으로 대출자가 금리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대출 종류와 인정 사유, 접수ㆍ심사·통보절차를 내규에 구체적으로 반영하도록 했다.
개인의 경우 금리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사유는 △취업 △승진 △소득 상승 △전문자격증 취득 △우수고객 선정 △신용등급 개선 △재산 증가 등 7가지다. 기업은 △회사채 신용등급 상승 △재무상태 개선 △특허취득 △담보제공 등 4가지 경우에 해당하면 금리 인하를 요청할 수 있다.
내년부터는 은행별 대출금리도 주택담보대출, 개인신용대출, 중소기업 운전자금신용대출, 중소기업 운전자금 물적담보대출 등 유형별로 나눠 매달 연합회 홈페이지(www.kfb.or.kr)에 공시된다. 은행들은 신용등급별 대출금리(기준금리와 가산금리)를 1~3등급, 4등급, 5등급, 6등급, 7~10등급 등 등급별로 공개한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금리인하요구권과 금리 비교공시가 정착되면 고객은 실질적인 금리인하 혜택을 보거나 금융정보 접근성이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 신용카드업계, 금리인하요구권 시행 동참
신용카드업계도 금리인하요구권 시행에 동참키로 했다. 이들은 금융당국과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어떤 방향으로 갈지를 협의할 방침이다. 우선 금리인하요구권과 이용한도 증감액 절차, 이용 전 동의절차 등을 담은 카드론 표준약관을 만들 계획이다.
표준약관이 제정되면 신용등급이 오르거나 급여 자산이 늘어나는 등 대출자의 신용도가 높아지면 카드사에 카드론 금리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 카드론 표준약관은 올해 말까지 시안을 마련해 관계당국과의 협의를 거쳐 내년 3월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일부 은행이 고객에게 이자를 책정할 때 차별을 뒀지만 앞으로는 그런 사례가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은행과 카드사들이 금리인하요구권에 앞장서고 있는 만큼 앞으로 다른 금융사들도 속속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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