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이 취임 1년을 맞았다. 그는 1년 남짓한 재임 기간 동안 유통비용을 줄이기 위한 농수산식품 물가관리, 수출 활성화 등에 집중하며 aT를 이끌었다. 그 결과 2009년 유통비용을 줄이기 위해 처음으로 시작된 농수산물사이버거래소가 4년만인 올해 매출 1조원을 눈앞에 두고 있고, 농림수산식품 수출 역시 지난해 77억 달러를 달성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부족하다”며 “지속가능한 농업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예로부터 ‘농자천하지대본’이라 하여 농업을 중요시 여겨 왔다. 그러나 급격한 산업화의 흐름 속에서 수십년 간 농수산업은 구시대적인 산업이라는 인식이 강해져 왔던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식량안보’가 중요시 되면서 농수산업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선진국들은 앞 다퉈 육성정책을 펴면서 자국산 생산물과 농어업인들의 보호에 나서고 있으며 자급률을 높여가는 추세다.
우리 역시 이러한 움직임에 발맞춰 나가려 하고 있으나 이미 수입농수산물에 시장을 많이 내준 형국이다. 정부는 농수산업 보호를 위해 갖가지 정책을 내놓고는 있으나 이미 기울어진 판세를 되돌리긴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은 “우리나라의 농업 정책은 예측 가능하지 않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장관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바뀌기 때문에 지속적인 정책을 추진하는데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긴 안목을 갖고 예측 가능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경제학을 전공하고 농업 정책 전문가로 30년을 보내고도 모자라 1년 넘게 서울 양재동 aT센터 집무실에서 이상기후 현상으로 인해 출렁이는 국제 곡물가격, 자유무역협정(FTA)의 파고와 싸우며 하루하루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김재수 aT 사장은 ‘예측 가능한 농업 정책’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 농업정책, 정치권·정부 협력해야
최근 aT가 신규 사업으로 역점 추진 중인 국산 농수산물의 세계시장 진출에 대해 그는 정치권과 정부의 협력을 요청했다. 특히 선진국은 농수산업에 대해 ‘식량안보’적 측면과 ‘고부가가치산업’이라는 인식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정치권에서 농업 분야를 볼 때 농산물 생산에 종사하는 300만명만 생각한다. 전체 국민의 6%만 농업인이고, 94%는 비농업 분야라고 보는 시각이다. 하지만 비료·농약·토양·농자재·병해충 방재, 생산물 가공·저장·유통·수출 단계를 다 포함하면 인구의 18%가까이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만큼 농업 분야는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선진국들은 전통적 분야인 농촌 환경, 복지 증진, 식량 안보를 넘어 장미에서 향수를 만든다든지 산야초에서 의약재를 발굴하는 등 농작물을 원료로 고부가가치를 만드는 농업으로 전환하고 있다.
그는 “현재는 농업 예산의 대부분이 생산에 투입되고 있지만 이는 거꾸로 된 것”이라며 “이들 분야에 대한 융복합 연구를 통해 농업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생산에 2 정도, 식품안전·가공·고부가가치 소재, 수출 분야 등에 8 정도의 예산을 투입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농수산품의 지나친 유통비용을 낮추기 위한 유통구조 합리화 방안도 제시했다. 자유무역도 좋지만, 우리가 세계를 이끌 국가가 되려면 튼튼한 농업 기반을 갖추고 먹고사는 문제를 안심할 수 있게 해야 하고 더불어 직접 개방의 충격을 완충하기 위해서도 공기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농업분야에선 시장경제 지상주의만을 읊조릴 수 없다”며 “민간이 투명성을 갖고 잘할 수 있는 분야는 그렇게 두고, 잘 되지 않는 분야에는 정부가 최소한의 범위에서 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국내 설탕시장은 개방돼있는데 국제 원당가가 대폭 떨어졌을 때 국내 제품의 가격은 떨어지지 않았다. 이는 제당 3사의 독과점 때문으로 제당 3사는 국제 원당 값이 안정적일 때도 가격을 내리지 않았지만 aT가 설탕을 직수입하기로 결정하자 가격을 내린 일도 있었다.
그가 말하는 공사의 ‘역할’은 시장에 경고를 던지는 정도다. aT는 그밖에 고추, 마늘, 양파 등 9개 주요 품목의 수입 관리를 하고 있다. 경제 관리, 경제학자 일부는 요즘도 시장에 모든 것을 맡겨야 한다고 한다. 그런 분야도 있을 수 있겠지만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완벽 시장경제로 두는 나라도 없고 선진국일수록 정부가 더 잘 관리한다.
김 사장은 “국내 많은 분야에서 FTA로 효과를 볼 것이라고 했는데 결국 그 이익을 누가 가져갔나. 유통업자들이 전부 챙겼다. 공급자가 독과점 등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데, 이런 것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 “심지어 3개월 장관도 있었다”
농업 정책분야를 30여 년 담당해온 그는 차기 정부에 ‘예측가능한 정책’을 제안했다. 그는 “선진국은 예측 가능한 정책을 추진한다”며 “농업분야의 수급 불안이 이어지고 대외 여건도 끊임없이 바뀌기 때문에 농업 정책은 특히나 예측 가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미국은 의회에서 농업법을 5년 주기로 제정해 중요한 정책은 5년 주기로 바뀌는 반면, 우리나라의 농업 정책은 기본적으로 정권이 바뀌는 5년마다 달라지고,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이런저런 사안이 있을 때마다 바뀌다보니 평균 11개월 정도의 임기를 갖는다”며 “심지어 3개월, 6개월, 9개월 장관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시 때때로 바뀌는 정책은 우리의 농수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막는 장애요인”이라며 “정권이 바뀌어도 여야가 함께 토론하며 예측 가능한 정책을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작년 10월 말에 취임한 후 지난 1년간 농어업과 식품산업의 성장을 이끌어온 스스로의 활동에 대해 그는 “뒤돌아보면 나름 큰 성과와 결실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미흡함과 후회도 함께 공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임기 동안 뭘 했냐는 질문에는 “농수산물 유통개선과 수급, 가격안정 위주의 사업에서 수출촉진과 식품산업육성, 농수산물사이버거래, 국가곡물조달사업 등 농어업과 식품산업의 동반성장을 위한 기반조성에 주력하기 위해 대규모 신규 사업이 확충됨에 따라 조직자체가 전면 재편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 과정에서 겪은 애로사항도 털어놨다. 그는 “외부에 있을 때는 ‘공사는 정부기관이 아니니 자유롭게 다양한 일을 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는데 막상 와보니 굉장히 제약이 많았다”라며 “법령을 고쳐서 공기업도 좀 더 신축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aT는 농수산물의 생산 이후의 수출, 식품산업 가공 등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지만 태생이 준정부기관이라 신축적이고 자율적인 업무를 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준정부기관으로서 정부가 정해주는 업무가 정해져있고, 경영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에 대해 그는 “외부에서는 철밥통이라고 지적하지만 공기업 사람들이 나빠서 그런 것은 아니다”라며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구조적 시스템이 문제다. 인사와 예산, 업무를 신축적으로 할 수 있도록 맡기고, 대신 책임도 묻는 체제로 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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