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된 ‘국민건강증진법’ 지난 8일부터 시행되면서 흡연자들이 설 자리가 더욱 좁아졌다. 전만 해도 일부시설에는 금연·흡연구역을 구분해 지정할 수 있게 했으나, 새 금연법은 공중이용시설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토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흡연자들은 더 이상 음식점이나 호프집에서 술을 마시면서 담배를 피울 수 없게 됐다. 내년 6월부터는 PC방 등의 게임제공업소도 금연구역으로 지정된다. 하지만 음식점 업주와 흡연자들은 이를 과도한 규제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8일부터 전국의 8만여개 150㎡ 이상 음식점은 별도로 설치하는 흡연실을 제외한 영업장 전체가 금연구역으로 지정됐다. 내년 1월부터는 100㎡ 이상 면적(15만개소), 2015년 1월부터는 모든 면적의 음식점에 적용된다. 식품접객업과 유흥·단란주점은 금연구역 지정 대상에서 제외된다.
다만 입법예고 시 제출된 의견을 반영해 커피전문점과 같은 일부 음식점 내 설치된 흡연석(담배연기를 외부와 차단하는 설비를 갖춘 경우)을 당분간 흡연실로 간주해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모든 음식점에서 전면 금연이 시행되는 2015년 1월부터는 흡연석을 폐쇄하고, 서서 담배만 피울 수 있는 흡연실을 운영해야 한다. 설치가 허용되는 흡연실은 담배 연기가 실내로 유입되지 않도록 실내와 완전히 차단 밀폐돼야 하며, 환풍기 등 환기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또 PC나 탁자 등을 흡연실에 둬서는 안 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새 금연정책이)충분히 홍보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내년 6월까지 계도기간을 갖고 그 이후부터 엄격하게 법 적용을 할 방침”이라며 “이번 법률 개정사항을 반영해 법집행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규제 말고는 아이디어가 없다
우리나라의 금연정책은 지난 1995년 처음으로 금연구역·흡연구역이라는 구분을 포함한 국민건강증진법 제정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3000㎡ 이상의 대형 사무형 건물과 병원 등이 최초로 금연구역으로 지정됐고, 이런 공중이용시설 내에는 흡연구역이 설치돼 이곳에서만 담배를 피울 수 있게 했다. 당시만 해도 어디서나 흡연이 가능했기 때문에 이런 구분은 생소하게 느껴졌다.
2003년에는 시설 전체가 금연구역으로 지정되는 ‘금연시설’이 처음 생겨났다. 병원과 도서관 등이 흡연구역이 없는 완전 금연화가 시작됐다. 이어 게임장과 PC방, 대형 음식점, 만화방 등 실내 영업장에 대해 절반 이상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토록 하는 조치가 취해졌다.
2010년에는 시설운영자나 업주뿐 아니라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들에게 5∼1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되기 시작했고, 지난해부터는 잡지 등 정기간행물에 담배 광고를 게재하는 횟수가 기존 연 60회에서 10회로 대폭 축소돼 담배 광고를 보기 어려워졌다.
이렇듯 나날이 강화되던 금연정책이 또 다시 강화된 이유는 지속적으로 떨어지던 흡연율이 지난 4년간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흡연으로 인한 만성질환 관련 의료비 증가, 소득 손실, 간접흡연 등 사회·경제적 비용이 2007년 기준 5조4603억원에 이른다고 추정한 바 있어 이러한 손실을 줄이기 위함이기도 하다.
1992년 무려 75%에 육박했던 만 19세 이상 국내 성인 남성 흡연율은 2001년 들어 60.9%로 줄은 뒤, 2007년 45.0%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후 2008년 47.7%, 2009년 46.9%, 2010년 48.3%로 움직임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성인 여성의 흡연율도 1998년 6.5%를 기록한 이후 2005년 5.7%, 2010년 6.3%로 큰 변화가 없다.
이에 정부는 남성 흡연율 40%, 여성 흡연율 5%의 벽을 허물기 위해 금연구역을 확대하고 담뱃갑에 혐오사진을 게시토록 하는 등 규제책을 쏟아내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비준국이기 때문에 협약에 맞춰 이런 규제책을 시행할 의무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 “담배 소비자 권리 존중하라”
그러나 이번 개정에 대해 흡연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흡연자에 대한 인권은 무시됐다는 게 중론이다. 담배의 유해성은 인정하지만 사회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 수준의 대중적인 기호품인 만큼 당연히 담배 소비자의 권리도 존중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흡연자들은 대체적으로 “담배향이 불편한 사람에게 피해를 줄 생각이 없기 때문에 공공장소의 금연공간 확대에 불만은 없다”면서도 “흡연도 일종의 권리인데 이렇게 까지 하는 건 심하다”는 입장이다.
하루 1갑정도 피운다는 한 애연가는 “흡연할 수 있는 공간이 줄고 과태료 규모까지 높아진다는데 흡연의 자유는 누가 지켜주냐”며 “흡연실 설비 기준이 강화됐다는데 아예 흡연실을 만들지 않을까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에서 담배를 팔아 놓고 실현 불가능한 금연정책만 남발하는 것은 흡연자들을 범죄자 취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이 가장 반발하는 부분은 공원·버스정류장 등등 공공장소가 아닌 식당·호프집 등의 사유 공간까지 규제하는 방안이다. 그는 “식당에서 비지니스 목적으로 저녁 자리를 갖는 경우 흡연자들은 안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으므로 계속 왔다갔다 할 수 밖에 없다”며 “식당이나 음식점 입장에서도 매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주들도 불만을 쏟아냈다. 한 식당주인은 “손님이 담배 피우는 것을 금지하면 사실상 장사가 불가능하다”며 “과태료보다 손님이 끊기면 장사 자체가 불가능하니 사실상 손님에게 흡연을 허용할 수 밖에 없다”고 답했다.
업주들은 흡연실을 설치해야 하는 것에도 불만이 많다. 흡연실을 따로 만들려면 공사비가 들어가고 그 기간에 장사를 못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된다는 것이다. 한 음식점 업주는 “아예 ‘흡연자 전용’으로 허가를 따로 만들어달라고 요구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 가격인상이라는 간편한 방법이 있는데…
정부가 흡연자들의 금연을 유도하는 방식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대체적이다.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공간을 줄이는 것보다 담배 가격을 올린다거나 세금을 높이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담배에 매기는 세금으로 정부는 무려 7조 원에 달하는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한국지방세연구원에 따르면 담배 가격을 1000원가량 올리면 소비 감소를 상쇄하더라도 지방세수가 1조 원 가까이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헬스데스데이터2010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담뱃값은 OECD 34개 회원국 중에서 29위로 최하위권에 속한다. 정부가 마지막으로 담뱃값은 인상한 것은 2004년 12월로 당시 500원을 올려 2500원이 된 국산담배 가격은 8년째 제자리다.
담뱃값 인상은 보건복지부의 숙원사업으로 이번개정안을 입법 과정에서도 담뱃값 인상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담뱃값이 500원 오르면 소비자물가가 0.17% 상승하는 등 물가에 미치는 영향과 담배 농가 및 담배소매점의 반발이 예상됨에 따라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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