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열린 2주일간의 유엔(UN) 기후회의에서 190개국 이상의 참가국들은 막바지 밤샘 회의 끝에 금년 말로 종료되는 온실가스 규제안인 ‘교토의정서’를 2013년에서 2020년까지 효력을 발휘하도록 다시 연장하는데 어렵게 합의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이 결의안을 연장하는데 반대했고 결의 후에도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유럽연합(EU)과 호주는 연장안에 동의했지만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아랑곳없이 미국·일본·캐나다 등은 의정서의 연장과 이의 준수를 계속해서 기피함으로써 실제 온실가스 저감 효과는 앞으로도 기껏해야 13% 정도에 그치게 됐다.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제18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에 참가한 195개국은 8일(현지시간) 교토의정서의 효력을 2020년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총회 의장인 압둘라 빈 하마드 알 아티야 카타르 총리는 폐회 예정일을 하루 넘긴 이날 교토의정서에 2차 공약기간을 부여하는 등의 내용에 합의가 이뤄졌다고 선언했다.
기후변화협약의 부속 의정서인 교토의정서는 구속력 있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규정하고 의무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규제를 가할 수 있는 국제 규약으로 1997년 채택됐다. 교토의정서의 1차 공약기간은 올해까지다.
기후변화협약 당사국들은 2015년까지 선진국과 개도국이 모두 참여하는 새 기후변화체제를 만들어 2020년 이후 발효시킬 예정으로, 새 기후체제 논의와 2020년 이전 기간의 감축목표 상향을 위해 2015년까지 매년 두 차례 이상 회의를 열기로 했다. 새 기후체제에 대한 협상문은 2015년까지 초안을 만들기로 했다.
교토의정서는 선진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탄소가스 배출을 규제하는 유일한 유엔 협약이지만 이번 총회는 사실상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다. 일본·캐나다·러시아·뉴질랜드는 더는 감축의무를 지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중국이나 인도는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돼 연장된 교토의정서에 참여하지도 않았다.
미국은 주요 이를 핑계로 1차 공약기간에 이어 또다시 의무감축국이 되기를 거부했다. 회의 내내 교토의정서 연장에 반대한 러시아는 의장의 합의 선언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는 입장마저 보였다.
이에 따라 연장된 교토의정서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5%만 규제할 수 있다. 주요 쟁점 중 하나인 선진국의 개도국 지원기금 출연 계획 역시 “기금 확대를 위한 방안을 명확히 한다”는 모호한 합의만 이뤄졌다.
◇ 미국과 중국 빠진 의정서 ‘유명무실’
교토의정서 효력 연장은 2020년 이후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유엔의 실질적인 강제 규정을 마련할 2015년의 새 유엔 협약을 향한 중요한 첫 걸음이라는 점에서 선진국들의 외면은 심각한 문제다.
그러나 교토의정서의 무력화는 애초부터 예고된 것이었다는 지적이 많다. 양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과 중국이 1차 공약기간부터 의무감축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미국은 의정서를 비준하지 않았고 중국은 개도국으로 분류돼 감축의무가 없다.
2008년부터 5년간 감축의무를 이행한 선진국들은 교토의정서가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효율적이지 못한 데다가 불공평하기까지 하다는 불만을 느낄 수밖에 없었고 캐나다가 지난해 더반 총회 직후 교토의정서에서 탈퇴하는 등 선진국들이 줄줄이 등을 돌렸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수준보다도 25~40% 감축하라는 교토의정서 내용에도 불구하고 선진국들은 이번에도 온실가스 배출 규제를 좀 더 강화하겠다는 어떤 선언도 내놓지 않았다. 유럽연합조차도 20% 감축 목표를 유지하는데 그쳤고, 요구량인 30% 감축을 하려면 개발도상국들이 자발적으로 대폭 감축안을 내놓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만 되풀이했다.
그러나 이미 8년 전에 달성한 20% 감축선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 유럽연합이 더 이상의 감축 계획을 내놓지 않는다는 점에서 개도국과의 협상 능력도 효력도 의문시된다. 특히 미국은 2005년 수준에서 17%를 2020년까지 감축한다는 실망스러운 주장을 내놓았다.
이는 1990년 기준, 겨우 3~4%의 감축에 불과하며 호주도 1990년 기준으로는 0.5%의 배출 가스 감축에 그친다. 세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올해 2.5% 상승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으며 이는 1990년 대비 50% 이상 상승한 것이다.
유럽연합과 호주, 일본, 리히텐스타인, 모나코, 노르웨이, 스위스는 온실가스 거래제에 따른 탄소배출권을 앞으로 사지 않겠다는 정치적 선언을 함으로써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국의 온실가스 배출권을 매입하여 더 많은 가스를 배출하지는 않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는 점은 그나마 긍정적인 방향이다.
◇ “선진국들, 약속 지켜라”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돕기 위한 선진국들의 재정지원 문제도 이번 총회의 가장 큰 쟁점중 하나였다.
유럽연합 국가 중 영국 독일 프랑스 스웨덴 네델란드 덴마크는 기후변화에 대비, 개발도상국들을 돕기 위해 수십억 유로의 지원금을 제공하겠다고 밝혔지만 기후 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나라가 통째로 물에 잠길 위기에 처한 태평양 도서국가들은 “필요한 금액에 비하면 너무나 부족한 액수”라고 반발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지원금을 매년 늘려 2020년부터 한해에 1000억 달러를 모으기로 2010년 칸쿤 총회에서 약속했다. 그러나 천문학적 액수의 지원금을 얼마큼씩 분담해 어떤 방법으로 조달할지는 논의를 미뤄왔다.
군소도서국가연합(AOSIS)을 비롯한 개도국들은 “2010년에서 2012년까지 지급한다던 ‘신속 출발’이란 별명의 300억 달러의 지원금 등 자금 약속이 제대로 실현된 적이 없다”며 불만을 터트리며 일단 2015년까지 600억 달러를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문서로 남기라고 요구했다.
개도국 연합체인 77그룹과 중국은 선진국들의 모호한 장기지원금 약속을 2013~2015년 간 해마다 200억 달러의 중기 지원금을 주는 것으로 인상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글로벌 경제위기와 요즘같은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가 속출하는 환경에서 이미 개발된 선진 부국들의 애매한 지원 계속 약속을 가시화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제위기 등으로 선뜻 돈을 내놓기가 어려운 선진국들은 막판까지 재정지원에 대한 적극적 논의를 꺼리다가 '자금 조성에 대한 전략을 내년 총회 때 제시한다'는 수준에서 협상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2010년부터 3년간 300억 달러로 책정한 ‘긴급자금’ 지원이 올해로 끝나기 때문에 당장 내년부터 개도국이 얼마나 지원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태다.
브라질 대표는 “선진국들은 기후회의에서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고 계속 '루저'로 남아 있다. 온실가스 저감에도 나서지 않고 열성도 없으며 부담을 회피하기만 한다”고 말했다. 환경운동가들도 최근 필리핀의 태풍 피해 등 온실가스 규제 실패는 결국 가난한 나라의 국민들의 고통으로 이어진다며 부자나라들의 온실가스 규제 회피를 맹비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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