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이젠 ‘국가’다

산업1 / 전성운 / 2012-12-06 15:20:26
UN ‘비회원 옵서버 국가’ 자격 승인

지난달 29일 열린 유엔총회는 팔레스타인을 비회원 옵서버 국가로 승인하자는 결의안을 찬성 138, 반대 9, 기권 41이라는 압도적 표차로 가결, 유엔이 팔레스타인을 하나의 국가로 승인했다. 이로써 팔레스타인은 오랜 염원을 달성하는 승리를 거뒀고 미국과 이스라엘은 엄청난 외교적 패배를 맛봤다. 그나마 이제 막 옵서버 국가 자격을 얻었을 뿐, 진짜 독립은 아직 멀었다. 그럼에도 이스라엘과 미국은 국제사회를 비난했고 이스라엘은 추가적 재제조치를 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번 결의안 가결로 팔레스타인의 이후 행보에도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팔레스타인은 비록 유엔 비회원이긴 하지만 국가로서 인정을 국제사회로부터 간접적으로 받아내는데 성공, 향후 유엔 정회원국 지위 획득 노력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팔레스타인은 이번 유엔 총회에서 전체 193개 회원국 가운데 찬성 138, 반대 9, 기권 41라는 압도적 지지를 확인했다. 이는 작년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네스코 총회에서 193개 전체 회원국 중 173개국이 참여한 가운데 실시된 가입 표결에서 얻은 107표보다 30개국 이상의 지지를 더 끌어낸 것이다.


이번 표결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반발에도 팔레스타인이 국제무대에서 상당한 외교적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는다. 또 팔레스타인의 독립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 입증된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팔레스타인의 유엔 옵서버 국가 신청은 예견된 절차였다. 팔레스타인은 유네스코에서 정회원 자격을 먼저 얻는 ‘우회전략’을 사용, 이를 획득한 후 UN에서 한 단계 높은 지위를 신청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팔레스타인은 표결을 앞두고 세계 각국의 동향을 파악하며 반대 국가를 대상으로 설득 작업을 벌였다.


◇ 이스라엘 “인정못해”
하지만 이스라엘은 결코 이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지가 굳건하다. 이스라엘 현지 언론에 따르면 팔레스타인이 유엔 비회원 옵서버 국가 지위를 확보에 이스라엘은 보복 조치로 예루살렘과 요르단강 서안 정착촌 지역에 3000호 주택 건설을 긴급 승인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일(현지시간) 각료회의에서 팔레스타인의 유엔 지위 격상을 비난하며 “유엔 총회의 결정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도 예루살렘과 이스라엘의 전략적 이해가 달린 모든 지역에 정착촌을 건설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팔레스타인이 작년 유네스코 가입에 성공했을 때도 이스라엘은 보복조치로 새 정착촌 건설에 나선 바 있다. 팔레스타인 고위 관리 하난 아쉬라이는 “이스라엘이 영토를 빼앗는 상황에서 어떻게 협상할 수 있겠나”라며 이스라엘의 정착촌 주택 건설 계획을 비판했다.


미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주요국들도 이스라엘의 계획을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팔레스타인이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삼아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에 국가 건설을 바라는 상황에서, 이스라엘의 조치는 서안의 북쪽과 남쪽 사이를 갈라놓는 것으로 팔레스타인의 국가 건설을 방해하려는 조치라는 것이다.


프랑스는 이스라엘이 서안 정착촌에 주택 건설을 강행하는 것은 양측의 평화 협상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면서 맹비난했다. 로랑 파비우스 프랑스 외무장관은 “이스라엘이 정착촌 주택 건설과 관련된 어떠한 결정도 삼갈 것을 촉구한다”며 “이번에 발표한 계획이 확정된다면 대화 재개를 위해 필요한 신뢰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도 이스라엘을 질타하고 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토미 비에터 대변인은 “정착촌 주택 건설은 역효과를 낳고 양측이 직접 협상을 재개하거나 2개 국가간 해법 도출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의 캐서린 애슈턴 외교·안보 고위대표 역시 이날 성명을 내고 “EU는 정착촌 건설이 국제법상 불법이고 평화의 걸림돌이라고 누누이 밝혀왔다”며 이스라엘에 정착촌 건설을 중단하고 평화협상 재개에 기여하라고 촉구했다.
이스라엘은 한발 더 나아가 팔레스타인을 대신해 징수한 세금 송금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유발 스타이니츠 이스라엘 재무장관은 지난 2일 각료회의 시작 전 “우리는 애초 팔레스타인의 지위 격상은 대응이 따를 것이라고 밝혀왔다”며 “이번 달 대리 징수한 세금을 송금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못 박았다.


이스라엘 정부는 1994년 파리 협정에 따라 팔레스타인을 대신해서 징수한 관세와 통행세 등 각종 세금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매달 송금해왔다. 이는 팔레스타인 예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전에도 이스라엘은 외교적 혹은 정치적으로 자국에 해롭다고 판단되는 사안이 발생하면 보복 차원에서 세금 송금을 여러 차례 중단한 바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재정적자 13억 달러 가운데 올 회계연도에만 5억달러나 부족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세입상의 적자를 감당할 여유가 없다. 때문에 이번 제재가 미칠 영향력은 막대하다. 팔레스타인 당국자들과 전문가들은 “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팔레스타인 정부가 11월치 공무원 월급도 지급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IMF의 서안지구 및 가지지구 대표 오사마 카난에 따르면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의 송금 말고는) 재정을 마련할 다른 방도가 없다. 따라서 이스라엘이 송금을 동결하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월급을 지급할 수 없게 돼, 악화된 경제상황으로 불만이 커진 민중들이 들고 일어날 위험이 있다.


◇ 팔 “정회원국 가입 다시 시도”
팔레스타인이 ‘국가’ 자격을 얻었다고는 하나 이들 앞에 놓인 엄혹한 현실에는 사실상 큰 변화가 없다. 팔레스타인이 이를 통해 먼저 지역 평화를 위한 타개책을 제시할 만한 여력은 없기 때문이다.


떄문에 팔레스타인은 유엔 정회원국 가입을 다시 시도할 계획이다. 앞서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의 타이세르 칼레드 대외국 국장은 “팔레스타인이 유엔 옵서버 국가 자격을 얻으면 나중에 유엔 정회원국 가입을 다시 시도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이 유엔 정회원 자격을 얻기까지는 험난한 길이 기다리고 있다. 팔레스타인이 유엔 안보리를 거쳐 정회원이 되려면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5개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없이 최소 9개국이 승인한 뒤 유엔 총회에서 193개 회원국 중 3분의 2의 찬성을 받아야 한다.


팔레스타인은 유엔 회원국 가입을 지지할 최소 7개국의 안보리 이사국을 확보했다고 공언한 상황이다. 하지만 상임이사국인 미국은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팔레스타인에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번 유엔 총회에서 프랑스와 중국, 러시아는 팔레스타인을 지지했고 영국은 기권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영국 <가디언>은 “프랑스의 찬성표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가 우세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분위기 일 뿐 현재로선 내년 1월 22일 열릴 이스라엘 총선 결과와, 그 이후에 나올 것으로 보이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입'만을 바라보는 형편이다. 자치정부의 한 관리는 “(이스라엘 총선 이후) 의미 있는 평화 수립 절차가 나오면 합류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국제사회로 팔레스타인 문제를 갖고 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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