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경제=여용준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동통신업계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띄고 있다.
기본료 폐지와 분리공시제 등 문재인 대통령의 이동통신 관련 공약을 두고 관련 업계의 논쟁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기본료 폐지를 포함해 통신비에 대한 보편적 인하를 정책 방향으로 잡은 정부는 통신업계의 반발 속에 숨 고르기에 들어간 상태다. 기본료 폐지로 피해가 불가피한 이통 3사들 뿐 아니라 알뜰폰 사업자들까지 기본료 폐지에 반대하고 있다.

◇ 政 ‘기본료 폐지’…업계 반발에 ‘숨고르기’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신시장 독과점으로 통신비 인하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인위적인 시장 개입보다 알뜰폰 제도 개선을 통한 통신 서비스 공급시장 활성화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협회는 기본료가 폐지되면 알뜰폰 사업자들의 매출이 최소 46%(3840억원) 감소하고 영업적자도 지난해 기준 310억원에서 4150억원으로 대폭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직접 종사자 3000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내다봤다.
협회는 “인위적으로 기본료를 폐지할 경우 알뜰폰이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지경에 이를 것”이라며 “가입자가 이통사로 이탈할 것이며 독과점 문제는 더욱 고착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예정된 폐지 시점을 앞당기는 지원금 상한제나 3년 전 도입 직전까지 갔던 분리공시와 달리 기본료 폐지는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며 “정부 기조에 발맞춰 통신비 절감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기본료 폐지는 수익성과 직결되는 만큼 받아들이기 힘든 사안”이라고 반발했다.
정부도 이같은 의견을 수렴해 숨고르기에 나선 상태다. 지난 12일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은 전체회의에서 “통신비 인하, 교육환경 개선 등의 과제는 국민의 관심이 높고 이해관계도 첨예해 결론을 내리는 데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며 “(논의를) 마무리하는 과정이라고 최종 국정계획에 넣는 한이 있더라도 충분히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1차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기본료 폐지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통신비를 담당하는 경제2분과는 당초 지난주까지 미래부 업무보고를 받은 뒤 통신비 인하안을 마련할 계획이었지만 미래부의 안이 미흡하다고 판단해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국정기획위는 13~14일 기획분과위원회 주관으로 국정 과제들을 검토하고 15일까지 1차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확정 지을 계획이지만 통신비 인하처럼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에 대해서는 충분한 검토를 거친다는 방침이다.

◇ LG전자 ‘분리공시 도입’ 주장…삼성·이통업계 ‘반발’
이밖에 LG전자가 적극 주장하고 있는 ‘분리공시 도입’ 역시 이동통신 시장을 흔들고 있다.
분리공시는 제조사와 이동통신사가 휴대전화 구매 고객에게 주는 지원금을 각각 구분해 공개하는 제도로 현재는 제조사 지원금을 이통사 지원금에 포함해 공시하고 있다.
LG전자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기존 공시 대상에서 제외됐던 판매 장려금까지 분리공시 대상에 포함했다.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달 말 방송통신위원회에 “고객에게 주는 휴대전화 지원금뿐 아니라 유통망에 주는 판매 장려금까지 제조사와 이통사의 재원을 나눠 공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분리공시 대상을 지원금뿐 아니라 판매 장려금까지 확대한 셈이다.
현재는 지원금만 제조사와 이통사 재원을 구분하지 않고 공시되고 장려금은 별도로 공개되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LG전자의 이같은 ‘분리공시 도입’ 주장이 스마트폰 사업이 부진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3월 출시된 프리미엄폰 G6가 시장의 기대를 밑도는 성적을 내면서 절치부심하고 있다. G6의 부진에는 리베이트가 좌우하는 국내 이동통신시장 환경이 한몫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경쟁사보다 많은 리베이트를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4년 10월∼2015년 6월 삼성전자가 통신사 대리점에 직접 투입한 리베이트는 2458억원으로 LG전자(660억원)의 6배에 달했다.
한편 LG전자의 ‘분리공시 도입’ 주장에 대해 삼성전자와 이통업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분리공시에 따른 마케팅 비용 공개가 글로벌 영업 방식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며 “나라마다 시장 환경이 다르고 프로모션 비용도 다른데 금액을 다 맞춰주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또 이통사의 영향력이 센 미국 시장에서 국내 제조사의 협상력이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이유로 삼성전자는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한다”며 분리공시 도입을 반대해왔다.
통신사 측 역시 “유통점으로서는 자신들이 가져가는 마진을 공개해야 하는 상황이 달갑지 않을 것”이라며 “장려금으로 단시간에 치고 빠지는 고객유치 전략을 구사하기도 어려워 고객유치 과정에서 유통점의 입지가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마케팅 전략의 노출이란 측면에서 장려금까지 분리공시하는 것은 어렵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일부 회사는 LG전자와 마찬가지로 경쟁사 견제를 위해 장려금 분리공시를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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