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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신동’이라 불린 뛰어난 인재들의 얘기는 신화 전설 뿐 아니라 실제 현실에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사방 수백리에 이름을 떨칠만한 인재라는 것은, 사실 그리 드물지 않다는 얘기다. 오성 이항복이 어땠다느니 율곡 이이가 어땠다느니 서애 유성룡이 어땠다느니 하는 일화들은 수백 년의 시간을 넘어 지금까지도 전해올 정도다. 하지만 그들이 실존하고 또 중앙 정치의 핵심에서 일하거나 이름을 날리던 시기에 이 나라는 엄연히 임진왜란이라는 수치스런 역사를 겪었다. 정부에 재능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중책을 맡게 되는 것이 아니요, 그런 사람이 중책을 맡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선정(善政)이 실현되거나 부국강병이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50년대 이승만 대통령은 당시로서는 희귀한 해외유학파 인재들을 모아 더러 내각 요직에 앉혔지만, 그들의 힘으로 나라를 근대화시키는 것은 거의 실패에 가까웠다. 남북한을 비교할 때 경제적 지위는 지금의 남북한을 뒤집어 생각하면 비슷하다 할 정도로 열등했던 것이 사실이다. 정치사회적 질서는 또 얼마나 부정부패와 권모술수로 엉망이 되었던가. 오죽하면 50년 6월25일 북한의 기습남침 때는 단 하루도 버티지 못하고 수도 서울이 적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임진왜란이 있기 전 율곡 선생은 ‘나라가, 나라가 아니옵니다.’하는 말로 선조에게 경고를 보냈는데, 이승만 시절도 그 표현이 틀리지 않을 만큼 세상은 어지러웠던 것이다.
지능이 높거나 학력이 높은 인재들을 많이 끌어 모았다 해서 사회가 안정되고 또 반드시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재능이 적재적소에서 올바르게 발휘될 수 있도록 지휘하는 현명한 지도자가 있어야 한다. 역량이 비슷비슷한 선수들을 가지고도 어떤 감독은 월드컵 4강을 이뤄내는가 하면 어떤 감독은 지역예선 통과조차 실패한다. 능력 있는 선수들도 중요하지만, 그 능력을 120%, 200%로 끌어내는 감독의 능력이야말로 보다 결정적인 성패의 조건이다.
지금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충분한 역량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면, 그 이유는 훈련된 인재의 부족에 있지 않다. 우리나라는 수십년간 지나치다 할 정도의 교육열로 인재들을 육성해냈다. 대학입시를 수단으로 삼아, 젊은이들을 공부에 몰입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우리나라의 스파르타식 인재양성 프로그램(교육제도)은 미국 대통령도 본받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로 소문이 났다. 대입 수능에서는 과목에 따라 수천 명에서 1만 명 이상까지의 학생들이 과목 만점을 획득하여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는 비명이 나온다. 학과목 능력만 그러한가. 좋은 지도자만 있다면 대한민국은 스포츠올림픽에서도, 기능올림픽에서도, 축구나 야구 월드컵에서도, 골프에서도, 그리고 영화나 예술 분야에서도 얼마든지 세계 최고임을 입증할만한 인재들이 즐비하게 준비되어 있다. 우리나라 정치가 가장 후진적이라고도 하지만, 국회의원들의 프로필을 살펴본다면 아마 세계적으로 이만한 지력과 학력과 열정을 가진 정치인 집단도 쉽게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인적 자원들을 세계적으로 빛나게 할, 혹은 역사적으로 위대한 역할로 이끌어낼 수 있는 지도자다. 이 나라의 지도자가 과연 그런 기획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대한민국은 2002 월드컵의 영광을 넘어서는 숱한 성취와 행복의 역사를 다시 창출해낼 수도 있을 것이다.
‘대선 삼국지’는 안철수 후보의 사퇴로 2파전으로 전환됐다. 그렇지만 여전히 ‘안철수 현상’은 대선 판세를 가르는 주요 변수로 작동중이다. 본래 ‘야권 단일화’라는 큰 명목에 비춰보면 야권 두 후보의 힘은 이제 단일한 힘으로 뭉쳐서 선거 판세가 뚜렷해져야 했을 터인데, 뜻밖에도 여당 박근혜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당 문재인 후보를 여전히 앞서고 있다. 다만 그 박빙의 지지율 차이가 다소 줄어든 것뿐이다. 박 후보 쪽은 위기의식을 느낀 여권의 여러 세력들이 급거 합세하여 확고한 절대지지층을 형성했다. 반면, 문 후보 쪽은 여전히 변심 우려가 높은 자유분방한 지지층의 마음을 다독거리느라 노심초사하는 형국으로 보인다.
주요 정보를 다루는 권력기관 사람들은 이미 여당의 집권연장이 확정적이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 검찰 내부 전산망에 검찰 개혁이 필요하다고 외친 한 검사가 그의 동료에게 보냈다는 문자메시지에는 ‘이번 선거는 박근혜가 이긴다’는 노골적인 표현이 들어있다. 같은 시기에 검찰개혁안을 준비 중이던 검찰총장이 갑자기 물러났다. 내막을 들여다 보면 검찰 내부의 힘겨루기에서 밀려난 결과인데, 그 상대편에는 검찰 내 TK라인이 있었다. 대선 직전에 이루어진 권력기관 내부의 힘겨루기에서 최재경 중수부장 등 TK라인의 힘이 총장을 눌렀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지는 TK권력의 연장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하다면 이 다툼의 승패가 이처럼 쉽사리 결판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권교체를 내세웠던 안철수 전 후보는 그의 사퇴 후 벌어지고 있는 급격한 정국의 흐름을 어떤 관점에서 읽고 있을지 궁금하다. 국민들 다수가 새 정치를 실현할 수 있는 인물로 기대했던 후보이기 때문에 그의 앞으로 태도는 지금의 2파전에서 일종의 캐스팅 보트와도 같은 파급력을 가질 수도 있다. 과연 그는 이 대선의 성격을, 이 나라 역사와 미래라는 큰 흐름 위에서 어떤 시각으로 조망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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