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들이 손해보험사들에 가맹점 수수료 인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양 업계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손해보험사들은 신용카드사들의 수수료 인상에 맞서 보험료의 현금 결제를 적극 유도하기로 했다. 현금결제시 보험료 인하하는 방안 등의 반격에 나서는 일반 손보사들과 달리 다이렉트사들은 카드결제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한숨이 깊다. 하지만 수수료가 올라가면 보험료도 상승하기 마련이니 결국 모든 피해는 소비자가 고스란히 떠안게 될 전망이다.

신용카드사들이 삼성화재를 비롯한 손해보험사들에 가맹점 수수료율을 최대 30% 올리라고 통보, 양측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카드 수수료를 깎아 자동차보험료를 내리려던 손보사들은 철회 요구가 거부되면 카드 결제를 없애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 보험업계 “협상 안되면 카드 거부하겠다”
지난달 22일 보험·여신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현대카드 등 대형 카드사들은 삼성화재에 새로운 수수료율로 2.7%를 제시했다. 동부화재, 현대해상, LIG손해보험 등 대형 손보사에도 2% 후반대까지 올려달라고 통보했다. 수수료율 2.3% 수준인 LIG손보는 2.7%까지 0.4% 포인트 올리라는 통보를 신한카드에서 받았다.
개정 여신금융전문업법(여전법)을 근거로 수수료율을 기존 2%보다 0.7% 포인트 높였다는 게 카드업계의 설명이다. 카드사들은 금융 당국이 대형 가맹점의 평균 수수료율을 2.3%로 판단한 만큼 업계의 이윤을 더하면 그 정도 부과하는 게 맞다는 논리다. 연말에 적용되는 개정 여전법의 수수료율 상한선인 2.8%에 근접하는 수치다.
손보업계는 오는 22일까지 수수료율을 놓고 카드사와 협상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하지만 협상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일단 카드사들과 접촉해 인상을 막는 데 진력하되 합의에 실패하면 보험료 카드 결제 자체를 아예 거부한다는 계획이다.
한 대형 손보사 관계자는 “새로운 수수료율이 무려 30%나 급등해 매우 당혹스럽다”면서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은 세금 납부와 같은 데 수수료율을 이렇게 책정하니 분통이 터진다”며 강력 대응 의지를 보였다. 다른 회사 관계자도 “법 개정으로 보험 업종 수수료율이 내려갈 줄 알았는데 되레 올려 달라는 요구가 들어와 황당하다”고 비판했다.
◇ “수수료 오르면, 보험료 올린다”
현재 손보사들이 카드사에 내는 자동차보험료 수수료는 2500억원 수준이다. 업계에 따르면 수수료율이 2.7%까지 올라갈 경우 750억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보험업계에서는 카드수수료의 적정 상한선을 2.3%로 보고 있다.
때문에 이처럼 급격한 수수료율 상승이 이뤄지면 보험료도 오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대형보험사 관계자는 “현재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좋지 않은 가운데 수수료율마저 오르면 보험료가 상승할 개연성이 충분하다”면서 “그 동안 보험료 인하가 논의됐었지만 수수료율이 오르게 되면 인하는 물 건너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보사들은 지난 4월 가계 부담을 덜고자 자동차보험료를 평균 2.6% 내린 데 이어 기존 카드 수수료를 깎아 하반기 보험료 인하에 쓰기로 의견을 모은 상태다. 그러나 수수료율 인상 통보로 내년에 자동차보험료를 내리기는커녕 올려야 할 상황을 맞게 됐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업계 상황이 좋지 않은 가우데 수수료율이 상승하게 되면 운영압박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수수료율 인상폭이 큰 대형 손보사들은 물론 중소형보험사들의 부담도 만만찮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손해보험사들은 신용카드사들의 수수료 인상에 맞서 보험료의 현금 결제를 적극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대형 손보사는 자동차보험의 현금 결제 또는 계좌 이제를 고객에게 적극 요청하기로 했다.
연금저축 등 장기보험 상품은 최대 1% 깎아주는 정책도 확대할 방침이다. 손보사들은 카드납부를 금지하는 방안을 고려했으나 고객 불편이 너무 크다는 점 때문에 현금 결제를 택할 수 있도록 안내 등을 강화하기로 했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수수료를 낮춰주면 그만큼 보험료를 내리는 데 쓰기로 했으나 대폭 인상 통보로 모든 게 무산됐다”면서 “보험 상품의 현금 결제 비중을 늘려 보험료 인상 가능성을 최대한 막는 데 노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삼성화재 등 대형 손보사들은 보험료 현금 결제 유도와 더불어 카드사와 협상을 통해 과도한 수수료율 인상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카드사가 인상된 수수료율을 고집하면 생명보험사처럼 카드납 자체를 금지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기로 했다.
대형손보사들은 카드사에 맞서겠다는 방침이지만 다이렉트보험사들은 고민이 많다. 이들은 카드결제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다이렉트사들은 카드별제 비중이 90% 전후에 달한다. 악사다이렉트는 지난해 원수보험료 기준 86.8%가 카드결제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하이카다이렉트는 91%, 에르고다음 91.1%, 더케이손보는 84.2%로 나타났다.
때문에 다이렉트사들의 타격은 일반 손보사에 비해 더욱 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이렉트사 한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의 경우 간단하게 카드결제 하는 경우가 많아 계좌이체 등 현금결제로 유도하는 것이 어렵다”면서 “다이렉트사들은 협상 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 손보사들 “차보험료 내릴려고 했는데…”
보험사-카드사 싸움에 모든 피해는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연말 대선정국을 앞두고 또 한 차례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추진하고 있었으나 이번 수수료 갈등으로 물거품이 됐기 때문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동부화재·현대해상·LIG손해보험 등 대형 손보사들은 대내외 압력 속에 내달 보험료 추가 인하 가능성을 고심했으나 최근 자동차보험 손해율 급등으로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해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손보사는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압력 등으로 자동차보험료를 평균 2.5% 내렸고 대통령 선거도 앞두고 있어 추가 인하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자동차보험을 둘러싼 모든 여건이 악화했다.
지난해 12월부터 판매된 마일리지 자동차보험은 올해까지 170여만건이 판매돼 보험료 할인 규모가 86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신용카드 업계가 보험 상품의 카드 수수료를 올리기로 한 게 자동차보험료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소비자들의 반발도 거세다. 성남시 분당구의 박 모씨(34세)는 “대기업(카드사-보험사) 간 밥그릇 싸움에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는 것”이라면서 “수수료율 핑계로 보험료가 올라가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말했다.
동작구 흑석동의 송 모씨(39세)도 “수수료율이 오르면 카드사가 좋아지고, 이에 보험료가 오르면 보험사만 좋은 것 아니냐”면서 “결국 마지막에 피해를 보는 것은 소비자”라고 지적했다.
한편, 그동안 경영난을 호소해온 카드업계의 올해 가맹점 수수료는 사상 처음으로 ‘9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약탈적 금융’으로 불리는 카드론 수익도 올 상반기에 1조351억원으로 전년 동기 9980억원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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