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렴치한 사기범인가, ‘비운의 재벌 일가(一家)’ 인가. 두산가 4세이자 고(故)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의 차남 중원(45) 씨가 사기 혐의로 구속될 위기에 처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는 박 씨가 지인으로부터 1억5000만원을 빌리고, 이를 상환하지 않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박 씨가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2007년 코스닥 상장사 뉴월코프를 자기자본으로 인수한 것처럼 허위 공시, 주가를 끌어올려 부당이득을 취해 구속 기소된 바 있으며, 2010년 2심에서 2년6월을 선고받아 복역, 얼마 전 출소했다.

◇ ‘재벌 4세’가 1억5000만원 ‘먹튀’
박 씨는 지난 3월 인터넷 쇼핑몰 운영자 홍 모(29) 씨에게서 빌린 5천만원을 포함, 주변 지인들로부터 1억5000만원을 빌린 후, 이를 갚지 않고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 홍 씨는 “박 씨가 자신 소유의 한남동 빌라 유치권이 해결되면 2주 뒤에 이자 2백만원을 더해 갚겠다고 말했다”며 “이 말을 믿고 박 씨 계좌로 5천만원을 이체해 돈을 빌려줬지만 두 달이 넘도록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더 믿고 기다릴 수 없어서 검찰에 고소장을 낸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15일 영장을 청구했지만 박 씨는 예정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고 잠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검찰은 법원에서 2차 구인장을 발부받은 뒤 박 씨의 휴대전화 위치 추척을 통해 소재를 파악 중이며 서울 강남경찰서와 공조해 검거에 나섰다.
검찰 관계자는 “박 씨가 거액의 돈을 빌리고, 이를 갚지 않은 채 잠적한 것은 변제하겠다는 의사 또는 능력이 없음에도 홍 씨를 기만해 금전을 교부받았다고 볼 개연성이 있으며, 그 어떤 피해구제 등도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전했다.
박 씨는 앞서 경찰 조사에서도 수사진의 전화를 받지 않고 출석에 여러 차례 불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 강남경찰서는 수사담당관은 “두 차례에 걸쳐 박 씨에게 출석할 것을 요구했으나, 박씨는 ‘고소인과 합의할 예정이니 기다려 달라’며 출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 출소한 지 얼마나 됐다고…
박중원 씨는 5년 전에도 경제 관련 범죄로 두 차례 기소된 바 있다. 그는 지난 2007년 2월 코스닥 상장사 뉴월코프의 주식 130만 주를 30억 원에 자기자본으로 인수한 것처럼 공시하고 같은 해 7월 유상증자를 통해 신주 304만 주를 31억 원에 자기자본으로 취득한 것으로 허위 공시한 혐의(증권거래법 위반)로 구속 기소됐다.
박씨는 또 뉴월코프를 운영하면서 36억7400만 원 이상의 자금을 빼돌려 채무변제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횡령)와 재무상태가 부실한 미국계 회사를 실사도 제대로 거치지 않고 인수해 회사에 65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경가법상 배임)도 받았다.
검찰 조사결과 박 씨는 자신의 제안에도 김 씨가 결정을 내리지 못하자 “내가 명색이 재벌 2세고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땅 3만 평만 해도 수천억 원 정도 된다”, “P사를 인수한 뒤 P사가 신림동 땅을 매입하게 되면 인수자금은 모두 해결 가능하다”는 등의 거짓말을 계속하며 김 씨를 설득한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해 12월엔 “코스닥에 상장된 P사를 같이 인수하자. 우선 계약금을 걸어놓으면 회장 자리를 주고 수년 내 수백억 원을 벌게 해 주겠다”며 투자자 김 모 씨를 속여 20억 원을 챙긴 혐의도 받은 바 있다. 이 사건으로 박 씨는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은 후, 얼마 전 출소했다.
◇ 파렴치한 사기범인가 비운의 재벌 일가인가?
사실 그는 ‘비운의 재벌 일가’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05년 형제간 경영권 분쟁 이후 부친인 고 박용오 회장은 두산가에서 사실상 ‘파문’을 당했고, 이후 성지건설 인수 등으로 재기를 노렸지만 사업실패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박중원 씨 역시 두산산업개발 상무를 지내다 아버지 대에서 벌어진 ‘형제의 난’ 이후 현재 두산그룹을 이끌고 있는 삼촌 및 사촌들과는 결별한 상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박 씨는 현재 두산 일가와 사실상 남남처럼 돼 버린 상황이다”며 “두산 측에서는 ‘박 씨와 두산그룹은 아무런 관련 없다’며 선 긋기에 나서지만, 기업 이미지 손상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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