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의 직장인 이모씨(37)는 최근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들어오면서 동료와 함께 길거리 카드 모집인의 손에 이끌려 신청서를 작성하게 됐다. 이미 필요한 카드는 충분했지만, 가입하면 증정품으로 나눠주는 상품권과 놀이공원의 공짜표가 구미를 당겼다.

하지만 다음달부터 이런 모습들은 이른바 카파라치(카드+파파라치)의 표적이 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9일 ‘신용카드 불법모집 근절 대책’에 대한 세부 시행방안을 마련하고, 내달 1일부터 불법모집 신고 포상금제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신고 대상은 △길거리 모집 △연회비 10% 초과 과다경품 제공 △타사카드 모집 △미등록 모집 △종합카드 모집 등이다. 지난달 신용카드 발급 기준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기준 마련에 이어 신용카드의 부작용을 막는 2단계 정책인 셈이다.
하지만 매번 등장하는 파파라치마다 부작용이 지적됐듯이 이번 카파라치 제도 도입에도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통상 카드 연회비가 1만원인데 연회비 10% 초과 과다경품 제공이 단속 대상이면, 현실적으로 1000원짜리 사은품으로 고객을 유치하라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카드 설계사들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헌법 소원이라는 강경 카드를 꺼내들고 반발하고 있다.
◇ 부작용 막을 장치 실효성 있나
대한민국은 이미 파파라치 공화국이라 불릴 정도로 각종 전문 파라치들이 무분별하게 활동하며 사회문제가 된지 오래다. 현재 정부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고 있는 신고 포상제는 불법 학원, 도박, 유사석유, 등 900여 개가 넘는다.
이번에 도입한 카파라치도 이미 교통위반차량을 촬영해 신고하는 카파라치(car+파라치)가 있어 카파라치 2로 불러야 할 지경이다. 3대 파라치라고 불리는 불법학원을 신고해 포상금을 타는 이른바 ‘학파라치’(학원+파파라치)는 전문꾼 21명이 지난 3년간 수령한 금액이 15억에 이를 정도다.
선거기간이면 떠오르는 이른바 선파라치(선거+파파라치)의 최고 포상금은 5억원에 육박한다. 대선을 앞둔 각 캠프에도 선파라치가 활동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선관위는 21일 지난 4.11 총선 당시 불법행위를 신고한 A씨에게 3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이번 카파라치의 경우에도 전문꾼 들의 무분별한 신고를 막기 위해 신고인 한 명당 연간 한도는 100만 원으로 정했다. 다만 종합카드 모집 신고는 1건당 200만 원씩, 연간 1000만 원의 별도 한도 내에서 포상금을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종합카드 모집은 등록을 하지 않고 별도의 사람들을 고용해 여러 회사 신용카드를 모으거나 수수료 수익을 취하는 행위를 말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타 포상금제도를 참고해 포상금액을 건당 20만 원 이내로 하되, 불법정도가 중한 종합카드 모집은 건당 200만 원으로 정했다”면서 “종합카드 모집과 기타 유형의 연간한도는 별도로 운영하고 유형이 중복될 경우 고액포상금만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신고는 사진, 동영상, 녹취록, 가입신청서 사본, 경품 등 불법 모집 증거를 확보한 후 20일 안에 해야 한다. 여전협회나 금감원, 카드사에 설치된 신고센터에 서면·우편·인터넷으로 신고하면 되고, 포상금 지급은 월 1회 여신금융협회에서 결정해 지급한다.
금융당국은 이와 함께 불법모집 단속반 운영도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카드사 직원 30명이 단속해왔지만 앞으로는 전문인력인 여신금융협회 직원 20명이 최소 1주일에 한 번 상시점검을 하게 된다.
◇ 카드 모집인 헌법소원.. “다 죽으라는 거냐”
지난 2009년 학파라치가 도입됐을 때 가장 문제가 된 것은 단속대상으로 생계형 영세학원들이 대거 걸려들었다는 것. 이번 카파라치 도입으로 당장 생계가 위협받게 된 카드 모집인들도 바로 발끈하고 나섰다.
카드모집인들의 모임인 전국신용카드설계사협회는 2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카드설계사들의 최소 생존권과 영업권을 위해 카파라치 제도에 대해 헌법소원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협회 전광원 회장은 특히 현행 여전법 상 연회비의 100분의 10을 초과하는 경품을 지급하는 것을 금지한 것을 두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여신전문금융업감독규정에는 카드의 평균연회비를 1만원으로 정하고 있다. 이에 비춰보면 현재 1000원을 초과하는 경품을 지급할 경우 모두 불법행위가 된다.
그는 “20년 동안 물가상승 수준이나 국민의 소득수준 등 여러 환경 변화를 살펴봤을 때 이 같은 경품비는 현실에 맞지 않다” 면서 “특히 이동통신사의 전화가입시 지급하는 현금과 경품은 상상을 초월함에도 카드 모집인에만 엄중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법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전 회장은 “길거리 영업 규제 역시 도로의 의미를 너무 추상적으로 유추 해석해 악용의 소지가 크다” 며 “수긍이 가는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고 금융당국에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로 현재 전국신용카드설계사협회에는 4만여명의 카드 모집인들이 등록해 활동하고 있지만 그 숫자는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협회에 등록된 카드모집인수는 2010년 5만3000여명을 기점으로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까지 5만여명 수준을 유지했으나 현재 1만명 이상 줄어든 4만1000여명으로 나타났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4332명에서 9월말 현재 3678명, 현대카드는 같은 기간 7800명에서 7100명으로 줄었다. 삼성, 국민, 비씨 등 대다수 카드사들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카드모집인 이탈 현상은 각종 규제로 갈수록 영업환경이 열악해지는 상황에서, 더 이상 생계를 이어갈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존에 카드를 발급하면 10만원 안팎의 기본수당을 받았지만 지금은 반토막이 난 상황이다.
또한 업계가 신규고객을 늘리기 위한 무한 경쟁에서 벗어나 고객 이용요금을 높여나가는 방향으로 영업전략을 수정한 것도 카드 모집인들이 떠나는 주요 이유다. 업계의 무분별한 과다 경쟁으로 휴면카드만 전체 발급카드의 20%가 된다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전 회장은 "카파라치 제도의 도입은 4만 설계사의 목숨을 거둬가는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라며 "폐지하지 않으면 거센 물리적 저항을 끝까지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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