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칼럼]기술자를 홀대하는 나라

산업1 / 권희용 / 2014-04-14 09:33:20

“우리사회에는 많은 편견이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현장실무자에 대한 편견을 꼽을 수 있다.”


며칠 전, 지난 2월에 '과학기술훈장'을 받은 전기기술자를 만나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그가 들려준 말이 오랫동안 가슴에 남아있다.


“일반인들도 전문기술자보다 이론을 위주로 하는 대학교수의 말을 더 신뢰하는 경향을 볼 수 있다. 특히 관료조직이나 매스컴에서의 교수편향식 편견은 절대적일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전문분야에서 30여년 이상을 종사한 엔지니어일 뿐 아니라 대학 강단에서 10여년 이상 제자를 길러낸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인물이다. 그래서 전문분야에 대한 정부부처 등 공공기관 등에서 기술관련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현역이기도 하다.

지금도 4만여 명의 기술자들이 회원인 단체의 임원이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기술자의 최고명예인 훈장을 받은 것이다.


그러한 그가 기술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지적하고 있다는 것은 산업화에 성공했다는 우리나라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아닐 수 없다. 그의 지적은 이렇다.


“기술적 문제에 대한 전문적 지적에 대해 현장실무에 밝은 전문가의 진단보다 이론에 치우친 교수의 판단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허다하고, 보다 권위적으로 받아들이는 예가 많다.”는 것이다.


그와의 대화가 있은 지 불과 며칠 지나지 않아 정부가 ‘공과대학교육혁신안’이라는 정책을 발표했다. SCI(과학논문인용색인)논문을 쓰지 않아도 공대교수가 되는 길을 열겠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산업현장에서 실제로 필요한 기술을 직접 지도할 수 있는 인물을 교수로 임명하겠다는 방안이다. 진짜 엔지니어를 육성해서 산업체의 생산성을 높이고 나아가 경쟁력향상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교수에 대한 평가는 연간 논문을 어떤 잡지에 발표했느냐에 따라 매겨졌다. 공대교수에 대한 평가도 다르지 않았다. 현장실무와 관계없이 이론위주의 논문쓰기에 몰두해야했다. 실용성이 무시된 논문으로 실력을 평가받는 것이 오늘날 우리나라 공대교육의 현실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내놓은 우리나라공과대학교육의 현주소를 보자. 공대를 졸업한 인재는 적지 않다. 인구 1만 명당 공대출신자는 한국이 10.9명, 독일 5.5명, 영국 4.4명, 캐나다 3.7명, 미국 3.3명으로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3배 이상 많은 공대출신자를 보유하고 있을 정도다.


그런데 엔지니어가 갖춰야할 전공에 대한 지식은 다른 나라 기술자보다 많이 배우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대에서의 전공필수비중을 비교해 보니 우리나라공대(A대학)에서는 25.1%, 미국조지아공대 72.1%, 미국스탠퍼드대 81.5%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공대의 전공교육비중이 지나치게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실정에 따라 기업에서도 대학에 대한 연구투자(R&D)도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공대졸업생을 뽑아봐야 재교육을 시켜야 할 지경이니 기업이 대학에 많은 돈을 줄 이유가 줄어든 까닭이다.


기업투자액 중 대학연구투자 비율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지난 1999년의 경우 1.97%였던 투자액이 2009년에는 1.58%로 줄어들더니 2012년에 이르러서는 1.32%까지 내려앉은 것으로 나타났다.


압축성장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온 주인공들이 바로 기술자들이다. 그들이 없었다면 오늘의 경제적 금자탑을 쌓을 수 없었다. 그들이야말로 우리경제의 동맥이다.

시대가 달라졌다고 해도 이들의 맥을 잇는 인재교육에는 새로운 접근방법이 긴요하다. 정부의 공대개혁안은 늦었지만 다행한 일이다. 대화는 이어졌다.


“기술자를 백안시하는 풍조는 우리나라의 오랜 전통인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되살아난다. 제자들의 처지를 보면서도 그런 생각에 회의를 느낀 적이 여러 번 있었으니까…”


가장 영예로운 훈장을 받은 기술자가 토로하는 말을 들으면서 가슴에 드리우던 그늘을 생각하노라면 정부의 새로운 공대교육개혁안에 박수를 보낸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