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공기업 “어차피 내 돈 아닌데…”

산업 / 전성운 / 2012-11-26 12:12:17
‘묻지마 투자’로 손실…투자 대비 성과 미미

MB정부 들어 공격적인 해외 에너지·자원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던 석유공사,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 등은 내년 정부 출자 삭감 등 예산부족으로 해외사업에서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해외자원개발 분야 후발주자인 우리나라가 에너지안보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돈을 쏟아 부어 얻어지는 자주개발률과 같은 형식적인 숫자보다는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각 공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부채비율이 150%에서 최대 360% 가량에 달하는 석유공사,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는 내년도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목적으로 정부에 2500억∼3500억원 가량의 출자를 요청했으나, 내년 전체 예산 부족을 이유로 소폭 삭감됐다.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 정부 출자안이 넘어갔으나 이마저도 다시 삭감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채비율을 낮추라는 압박을 받고 있는 이들 에너지자원 공기업 3사는 지금까지 벌여놓은 해외사업 추진을 위해 해외 채권발행보다는 정부 출자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정부에 예산을 요구하고 있지만 권력 유통기한이 다해가고 있는 지금 더 이상 해외 자원개발을 핑계로 국민 세금을 타먹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 에너지 공기업들 “돈좀 주세요…”
작년 기준 부채율이 193.2%에 달하는 석유공사는 셰일가스 해외개발 사업과 아랍에미리트(UAE) 유전광구 개발사업 등 공격적 해외사업을 위해 내년 3700억원의 정부 출자를 요청하는 안을 제출했다. 현재 국회 지식경제위원회를 통과해 국회 예결위에 넘긴 상황이지만, 반대가 매우 심하다.


또 석유공사에 대한 정부 출자 한도를 기존 10조원에서 13조원으로 늘리자는 석유공사법 개정안도 국회 본회의로 넘어간 상태다. 이미 정부는 석유공사에 9조8000억원의 출자를 실시 했고 공사가 요청한 내년 3700억원 정부 출자가 가능하려면 공사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


그러나 이 역시 쉽지 않다. 민주통합당 등은 지난 국정감사 등에서 석유공사의 해외 석유광구 개발사업이 실패율이 높고, 실제 개발한 석유를 국내 들여오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공사 해외사업을 비판해왔기 때문이다.


부채비율이 무려 364.3%에 달하는 가스공사도 당초 정부에 내년 정부출자 2500억원을 요청했으나, 내년도 세수 부족을 이유로 예산당국으로부터 500억원을 삭감당해 2000억원 출자안만 지경위를 통과한 상태다.


가스공사는 “해외 채권발행 등 투자자금 모집에서도 결코 유리하지 못한 상황으로 부채비율을 낮추면서 해외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선 정부 출자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역시 국회의 정부 출자액 삭감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가스공사는 2016년까지 23조2000억원 투자 계획을 갖고 있다.


작년 부채비율 186%인 광물자원공사도 내년 해외 자원 개발과 탐사사업, 암바토비 니켈 광산 사업 등 굵직한 해외 사업을 위해 총 9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며 정부에 5000억원 출자를 요청했다.


그러나 정부는 2700억원 출자로 낮췄고, 지경위 심의를 통과한 상태지만 국회 최종 예결위에서 삭감 가능성을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정부출자액이 낮아지면 나머지 필요자금은 해외 투자유치를 받아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다시 부채비율이 올라가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


공사 관계자는 “해외 자원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있어 그대로 높은 가격에 수입할 경우 국가 산업이 버티지 못하기 때문에 해외 자원 개발사업을 통한 자주개발률을 올리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국회와 정부가 공사 출자안을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 “운영 경험이나 쌓으시죠”
그러나 공기업들이 해외 자원개발을 빌미로 정부에 예산을 요청하는 것에 대해 에너지자원 분야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석유, 가스, 광물공사 등 에너지공기업의 맹목적인 지분 늘리기 투자보다는 광구 운영경험을 쌓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4월 발표된 감사원의 해외자원개발 관련 감사와 10월 있었던 국정감사에서는 에너지공기업들의 부실한 해외자원개발에 대해 강한 질타가 쏟아졌다. 특히 묻지마식 투자로 인해 투자 대비 성과가 너무 적고, 국내 도입물량이 거의 없으며, 외적성장으로 인한 과도한 부채 증가 등이 집중 거론됐다.


실제 MB정부 들어 지난 4년간 해외자원개발에만 총 35조원이 넘는 예산이 투자됐다. 그 결과 석유와 가스 자주개발률은 크게 늘어났지만, 거의 대부분 지분 투자 위주이고, 우리 기업들이 실제 광구를 확보하거나 운영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주식을 대거 보유해 지분은 확보 했지만, 배당금만 받을 뿐 실제 회사 경영엔 참여하지는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광구를 운영해 본 경험도 없고, 관련 전문가도 전무한 상황에서 단순히 자주개발률을 높이기 위해 돈과 조직만 늘려봤자 에너지안보 차원에서 큰 효과를 거두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우진 에너지경제연구원 자원개발전략연구실장은 “한국 기업들이 세계 메이저 에너지 회사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광구 운영과 관련한 경험을 많이 쌓아야 한다”며 “당장 본격적인 운영권 영역으로 진입하기는 어렵지만 전략적인 M&A와 공동 투자 등을 통해 다양한 광구사업 경험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주명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도 “맹목적인 투자 확대보다는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면서 “해외우수인력을 최대한 많이 영입하고, 우리나라의 인재들을 조속히 키워서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갖도록 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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