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악몽이 떠오른다”

산업 / 김태혁 / 2015-03-27 16:41:43

[토요경제=김태혁 편집국장] 한국은행은 어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00%에서 1.75%로 인하했다. 1%대 금리는 우리 역사상 처음이다. 금리 인하는 무엇보다 정체에 빠진 경기를 살리는 데 목적이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최근 경제 상황을 돌아볼 때 금리 인하는 적절한 조치라고 평가한다.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경기가 호황을 보이고 있는 미국을 제외하면 주요국들은 이미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금리 인하와 더불어 유로존과 일본은 국채 매입 등의 수단을 동원해 양적완화 정책도 병행하고 있다. 심지어 스웨덴은 주요 정책금리를 마이너스로 인하했다. 부진한 경기를 회복시키려는 시도들이다. 우리도 이런 세계 조류를 외면하고 독불장군처럼 버틸 수는 없다.

그러나 이번 조치를 우려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그들이 우려하는 부작용은 ▲가계부채 증가 ▲유동성 함정 ▲자본 유출 ▲은퇴자 소득감소 등에 따른 소비 위축 ▲전세난 가중 등 크게 5가지다.


분명 금리 인하로 사업 준비가 전혀 안 된 자영업자가 빚을 내 사업에 뛰어들거나 부동산에 이중 가장 걱정되는 것은 가계 부채다. 1100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숫자에 도달한 가계 부채는 이번 금리 인하로 또다시 급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부동산 규제 완화로 지난 1월 한 달에만 주택담보대출은 4조 2000억 원이나 폭증했다. 정부는 부채의 70%를 소득수준이 높은 가계에서 빌리고 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그렇더라도 마냥 손 놓고 있어선 안 된다.


비우량 고객에게 저금리로 돈을 빌려주었다가 금리가 오르자 주택금융기관들이 줄줄이 도산한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악몽이 또렷이 남아 있다. 부동산을 살려서 경기를 회복시키고자 정부는 이미 1%대 주택대출을 내놓고 집 사기를 권하고 있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가 불붙은 가계 대출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돼서는 곤란하다. 금리 인하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손 치더라도 가계부채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우리는 금리를 내리는데 경기가 좋은 미국은 반대로 금리를 올리려 하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내외금리 차가 줄어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 금융시장이 혼돈에 빠질 수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신흥국들이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하는 학자들도 있다. 여기에도 정부는 낙관론만 펴고 있다. 지나친 비관도 문제지만 근거도 없는 낙관도 금물이다. 외환위기, 금융위기 모두 아무 일 없을 것이라고 낙관하고 방심하고 있다가 당한 것이다.


금리 인하는 부동산 시장에 회복을 넘어 과거와 유사한 거품이 끼게 할 가능성도 있다. 너도나도 돈을 빌려 집을 사려 든다면 주택 시장은 과열되고 집값은 적정 가격을 넘어선다. 부동산 가격 상승은 소비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모르나 전체 경제에 부담으로 남게 된다. 낮은 금리는 월세 전환을 촉진해 주거비 부담을 늘리고 그러잖아도 높은 전셋값을 더욱 높일 수도 있다. 정부는 무조건 경기를 살리는 데 매달릴 게 아니라 이런 금리 인하의 이면을 예의 주시하면서 적절한 대응책을 세워 나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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