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의 외교력 부재는 지난 7월 과테말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강원도 평창이 러시아 소치와의 동계올림픽유치전에서 패하면서 도마 위에 올랐다.
이후 지난 7일 두산중공업 총수인 박용성 회장의 국제유도연맹(IJF) 회장직 사임과 IOC위원 자격상실로 인해 본격적인 위기론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박용성 퇴장 이후의 위기
박용성 회장의 퇴장 이후 한국은 국제스포츠의 헤게모니를 사실상 좌지우지하는 거대기구 IOC 내에 삼성그룹 회장인 이건희 IOC위원만이 남게 됐다.
그러나 이 위원은 스포츠단체 수장 자격이 아닌 개인자격으로 IOC위원이 돼 국제스포츠계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는 없다.
지난 1947년 IOC 정회원국으로 가입한 이후 올해 IOC 가입 60주년을 맞는 한국스포츠는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의 불명예 퇴진 이후 스포츠 외교사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스포츠외교 전쟁에서의 동력 상실이 우려된다.
한국스포츠외교, 새로운 대안으로서의 여성
여성이 올림픽 무대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1900년 파리 올림픽때였다. 당시 전체 선수 997명 가운데 여성은 불과 22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는 여성이 전체 선수 가운데 44%를 차지할 만큼 그 지분을 높이고 있다.
IOC는 지난 2005년 여성의 리더십 진입을 위해 모든 올림픽 관할 조직은 지도부에 최소 20% 이상 여성을 기용해야 한다고 규정화했다.
IOC는 새로운 IOC위원 선출의 내부 가이드라인을 기본적으로 어학, 나이, 전문지식, 연차 등으로 두고 있지만 신입 여성IOC위원 선출에는 이러한 조건이 완화된다는 것이 정설이다. 더욱이 IOC는 올림픽메달리스트의 IOC내 진입에 호의적이다.
현실적으로 한국이 여성 IOC위원을 배출할 여건은 충분하다.
한국이 역대 올림픽에서 획득한 메달 주인공의 과반수 이상이 여성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예비IOC위원풀을 여성 쪽에서 찾는 것은 박용성 위원의 사임 이후 마땅한 차기 IOC 위원감을 찾지 못하고 있는 한국스포츠계의 현실상, 전략적 측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7월 과테말라 총회에서 확인됐듯이 올림픽메달리스트 출신 IOC위원의 기구내 위상과 파워는 비경기인 출신 IOC위원에 비해 절대적인 우위를 갖고 있다.
도약 준비하는 여성스포츠인과 현실적 제약
대한체육회 여성체육위원회(위원장 김을교)가 지난 14일 서울 방이동 한국체육대학 본관 1층 합동강의실에서 마련한 미래의 여성스포츠 발전을 위한 학술대회 '세계로 나아가는 여성스포츠리더'에서는 이와 관련, 미래의 여성IOC위원 만들기를 골자로 한 여성 스포츠 외교인력 양성 방안이 제시됐다 .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여성 스포츠 외교가 양성의 현실적 필요성과 함께 한국스포츠계의 여성 스포츠 외교가 양성을 저해하는 제도적 미비점이 집중 부각됐다.
서울시립대 생활체육정보학과 김설향 교수에 따르면 IOC위원 진출의 발판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한올림픽 위원회(KOC)내의 여성의 비중은 IOC의 여성기용 규정기준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
물론 KOC는 김정길 위원장 취임 이후 여성 참여의 폭을 꾸준히 늘려오고 있다.
홍양자 이화여대 교수는 2007토리노동계유니버시아드 단장을 맡기도 했고 이에리사씨는 태릉선수촌 사상 최초로 여성촌장의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현재 KOC에는 불과 2명의 여성 부회장만이 있을 뿐이다. 또한 KOC내의 4급 이상 고위직은 남성들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럼에도 몇몇 여성들은 한국 여성스포츠 파워의 잠재력을 확인시켜주기도 했다.
올림픽금메달리스트 출신 전이경씨는 IOC분과위원회 선수분과위원과 여성과(課) 스포츠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장기간의 어학연수 등, 여성으로서는 한국 스포츠사상 처음으로 전문적인 스포츠 외교수업을 받은 전이경씨는 과테말라 현지 동계올림픽 유치전에서 올림피언이라는 메리트를 등에 업고 프레젠테이션 등에서 러시아의 유명 동계스포츠 스타들과 견줘도 크게 밀리지 않는 활약을 보였다.
물론 동계올림픽 유치라는 특수성에 기인한 것이지만 여성 스포츠 인력의 가용폭을 가늠하게 하는 좋은 사례라는 지적이다.
그 많은 여성 스포츠인들은 어디로 갔나?
물론 경기인 출신들이 스포츠외교 전면에 등장하지 못하는 현실은 비단 여성 스포츠인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 스포츠외교의 문호는 그간 남성 경기인 스포츠인들에게조차도 쉽게 개방되지 않았다. 몇몇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이 활동하고 있지만 상징적 의미에 그치고 있다.
스포츠 외교가에서는 이에 대해 '역량부족'이 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는 곧 엘리트 스포츠육성에만 매진해온 한국스포츠의 치부를 드러내는 부분이기도 하다.
대한체육회 여성체육위원회 김을교 위원장도 여성 스포츠 외교가 양성을 역설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여성 스포츠 외교가가 되기 위한 내부적 역량이 아직은 부족하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역량부족보다는 한국스포츠의 후진성이 더 큰 문제점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간 한국은 필요에 따라, 한시적으로 몇몇 스포츠 지도자와 기업인, 정치인을 중심으로 한 스포츠외교만을 펼쳐왔다. 박종규, 김운용, 박용성 등 전직 IOC위원들의 면면이 그것을 뒷받침하고 있다.
김설향 교수는 이에 대해 "장기적 안목에서의 스포츠외교 전문가 양성을 위한 소프트웨어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며 한국 스포츠외교의 후진성을 꼬집었다.
문제는 육성의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실패는 제외하더라도 한국은 향후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2014인천아시안게임 등, 굵직굵직한 대형 국제 스포츠 이벤트를 잇따라 유치해 놓아 스포츠 전문인력 증원의 필요성이 절실한 시점이다.
정부는 지난 2004년 1월 향후 10년간 100억원을 투자해 국제 스포츠외교 무대에서 활약할 스포츠외교 인력 100명을 육성하는 프로젝트를 발표했고, 그 구체적 실천으로 경기대학교 서비스경영대학원에 스포츠외교 전문가 과정을 개설해 놓고 있다.
또한 정부는 올초 스포츠인재육성재단을 통해 스포츠 외교·마케팅 등 전문인력을 육성하기로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여성에 대한 특별한 지원책을 마련해 놓고 있지는 않다.
이는 국제적인 추세와도 걸맞지 않으며 차기 IOC위원 배출에 대한 현실적인 요구와도 동떨어져 있다.
김을교 위원장은 "현재 세계 각국은 많은 여성들이 체육과 스포츠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 확대와 여
스포츠 지도자 양성을 위한 제도적 측면에서의 전략을 세워 실천하고 있다"며 정부와 체육계의 여성스포츠 외교가 육성을 위한 전환적인 사고 마련을 촉구했다.
위기에 처한 한국스포츠가 여성 IOC위원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은 단순히 남녀평등 이라는 추상적 차원을 넘어서는, 현실적 대안이라는 인식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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