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식 이미지 정치 쇼아닌 '진정성' 담겨있길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며칠 남겨두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21일 무릎을 꿇었다. 긴급기자회견을 자청해 시민들을 향해 투표를 독려하는 자리에서다. 자신의 시장직까지 내걸고 배수의 진을 친 것이다. 오 시장의 이런 행동은 얼마 전 내년 대선에 나서지 않을 것을 선언한데 이어 이번엔 시장직까지 거는 초강수다. 오는 24일 열릴 예정인 투표에서 투표율 33.3%에 미달하면 개표도 못한 채 무산되기 때문에 이후 오 시장의 시정운영도 상당한 타격을 입을게 뻔하다.
긴급기자회견에서 큰 키의 오 시장이 기자들 앞에 무릎을 꿇은 쇼맨십까지 보여준 건 그런 절박감이 반영된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치쇼인지, 오 시장의 진정성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상당하다. 사전 충분한 파장을 예고하고 움직인 듯한 기자회견은 그래서 많은 여운을 준다. 보기에 따라서는 평소 이미지 정치에 익숙한 오 시장이 던진 또 하나의 정치쇼로 비칠 공산도 크다. 그는 회견 도중 등을 돌려 눈시울을 붉히며 집중적인 카메라 세례를 받기도 했다. 정치인이나 공직자는 대중을 향해 웬만해선 무릎을 꿇고 큰절을 하지 않는다. 공인으로서 엄청난 자신의 정치적 과실이나 신변상의 잘못을 인정할 때만 취하는 행동이다.
정치권에서 이미지 정치는 곧잘 유권자나 대중을 향한 감성정치로 치부된다.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실속공약이나 정치비전의 제시보다는 자신의 이미지를 앞세워 표심을 자극하는 경우가 더 많아서다. 오 시장은 서울시장에 출마할 때도 잘생긴 얼굴에 깨끗한 변호사 이미지를 앞세워 비교적 손쉽게 서울시장에 입성한 인물이다. 그를 두고 이미지 정치의 달인이라는 수식어도 그때부터 따라붙게 됐다. 많은 이들이 선거를 불과 3일 앞둔 오 시장의 이번 행동 역시 고도의 정치공학적 계산이 깔려있다는 의혹을 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자는 오 시장의 이번 긴급기자회견을 지켜보며 몇 년 전 가수 나훈아가 한 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떠올렸다. 당시 나훈아는 연예계에 풍문처럼 떠돌던 자신에 대한 악성루머를 바지춤을 내리는 한 번의 제스처로 잠재우는 위력(?)을 발휘했었다. 이번 오 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투표율을 올리려는 목적에서 비롯된 기자회견은 그에게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사뭇 궁금해진다.
◇이번 선거 치열한 정치공방에 시민·국론분열만
이번 선거는 여야는 물론, 서울시민과 국민들까지 둘로 나누고 있다. 마치 광복절 날 서울광장에 모인 보수와 개혁세력이 둘로 나뉜 연장선의 양상이다.
주민투표 참가운동을 벌인 복지포퓰리즘추방국민운동본부(투표참가운동)와 투표불참운동을 펼친 나쁜투표거부시민운동본부(투표거부운동)가 치열하게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결국 무상급식 전면시행이냐 단계적 시행이냐의 싸움에서 기 싸움만 계속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서로 자신들의 의견만 고수할 뿐 절충이나 양보의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급기야 이번 선거는 서울시와 오 시장을 넘어 여야의 정치공방전으로 확전된 양상이다. 선거결과에 따라 향후 정국 주도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정작 무상급식의 주체이자 수혜자인 학부모와 학생들의 의견은 양측간 치열한 정치논리에 휩쓸려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주객과 본말이 전도된 정치, 오늘날 우리 정치의 씁슬한 현실이다. 오세훈 시장이 차세대 큰 정치인이라면 감성에 호소하는 이미지 정치보다는, 지금이라도 더 큰 틀의 정치력을 선보이고 정면으로 승부하는 결자혜지의 자세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토요경제 이완재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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