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산토끼 사냥 보단 집토끼 단속”

산업1 / 유상석 / 2012-11-16 16:16:24
‘중도공략’ 그만, ‘보수결집’ 행보 가속화

대선투표일을 한 달여 앞두고,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선택이 확정됐다. ‘보수층 결집’을 대선 전략의 축으로 결정한 것이다. 보수와 중도 ‘두 마리 토끼 쫓기’ 전략을 버리고고 ‘집토끼’를 잡는 데에 집중키로 한 셈이다. 중도 공략을 두고 더 이상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박 후보 측이 이와 같은 ‘작전 변경’을 선택한 것에 대해 정계에서는 “‘대세론’이 무너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빙의 승부를 예상하고, 전통적인 지지층의 결집이 우선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51 대 49’의 게임으로 받아들인 셈이다.


◇ 朴, 뚜렷한 ‘보수결집’ 행보
박근혜 후보의 행보는 ‘중도층 끌어안기’에서 ‘보수 세력 결집’으로 확연히 달라진 양상을 보이고 있다. 12일 서울 가든호텔에서 열린 ‘제3차 동북아 안보 심포지엄’에 참석한 것이 그 예다. 안보관을 중시하는 보수지지층 끌어안기 행보에 박차를 가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박 후보는 지금까지 ‘안보’를 중시하겠다는 입장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평화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나선 것을 겨냥해 “진정한 평화는 단순히 평화협정에 서명한다고 해서 이뤄지는 게 아니다”며 각을 세웠다.


박 후보는 또 민주당의 한반도 평화공세를 염두에 둔 듯 ‘진정한 평화와 가짜 평화’를 구분했다. ‘안보’에 바탕을 두지 않은 ‘평화’를 ‘가짜 평화’로 그리고 ‘가짜 평화’에 의한 ‘평화협정’은 ‘휴짓조각’에 비유했다. 그러면서 “평화의 환상에 빠져 잘못된 행동에 끌려다니면 평화가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평화마저 사라져버린다”고 말했다.


그의 이런 행보는 대선 막바지까지 서해 북방한계선(NLL) 등 대북-안보이슈를 집중 제기해 대치전선을 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보수 vs 진보’의 대립구도는 불가피하다고 보고 ‘보수층’을 동원하는 가장 유력한 구도인 ‘안보’ 전략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 ‘경제민주화’ 후순위로…
박 후보가 최근 들어 부쩍 경제위기와 성장, 준비된 리더십을 강조하는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반면 후보 경선 때부터 강조해온 ‘경제민주화’는 속도를 조절하는 양상이 뚜렷하다.


박 후보는 지난 13일 세종시당 선대위 출범식 인사말에서 “내년에는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경고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며 경제 위기론을 거론했다.


박 캠프 핵심 관계자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위기극복 리더십을 부각시키는 게 야권 후보와의 차별화 포인트”라고 말했다.


경제위기론과 경제성장론은 보수정당이 선거 때마다 내미는 화두다. 경제민주화를 강조했던 데서 탈피해 성장론을 강조하면서 자연스럽게 안정론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보수의 결집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다.


반면 경제민주화는 속도가 늦춰지는 분위기다.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당내 경제민주화실천모임(경실모)이 내놓은 경제민주화 공약 중 무리한 공약을 걸러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행추위가 올린 기업의 기존순환출자에 대한 의결권 제한을 거부한 게 단적인 예다.


박 후보는 한때 경제민주화의 상징으로 꼽히는 김 위원장을 앞세워 톡톡히 재미를 봤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와 총선정국에서 존재 자체만으로도 '쇄신'과 '경제민주화'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김 위원장이 간혹 벼랑 끝 전술로 애를 태웠지만 그때마다 박 후보는 김 위원장 손을 들어주며 경제민주화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박 후보는 김 위원장과 선을 긋고 나섰다. 박 후보측 인사는 “박 후보는 애당초 지배구조를 건드는 식의 경제민주화는 위험하다고 봤다”며 “대기업을 때려잡겠다고 나서면 애꿎은 국내 대기업을 외국 투기세력에게 먹잇감으로 던져주는 꼴”이라고 말했다.


◇ 환영 분위기 속, 소장파 우려도
박근혜 후보의 보수지지층 결집전략은 지난 11일 박 후보가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만나 ‘경제민주화’논란과 관련해 사실상 결별에 가까운 발언을 하면서 확고해진 것으로 평가된다. ‘중도공략’ 여부에 대해 당내에 여러 목소리가 나왔으나 박 후보의 결심이 확인된 이상 내부정리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한 달여 남은 대선정국에서 박 후보는 정치외교적으로는 ‘안보’, 경제정책으로는 ‘성장’이라는 정통적인 두 개의 보수 핵심 주제를 복원했다. 박 후보 캠프 쪽에서는 ‘집토끼’만으로도 대선승리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의 이 같은 변신을 놓고 당내 평가는 엇갈린다. 박 후보가 보수지지층 결집을 선택한 데 대해 새누리당 내 개혁파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초 중앙선대위 인선과정에서 벌어진 김종인 위원장과 이한구 원내대표간의 ‘경제민주화’ 갈등에서 이 원내대표를 당으로 돌려보내면서까지 ‘경제민주화’에 대한 의지를 나타낸 박 후보가 불과 한 달 만에 자신의 입장을 번복한 것에 대한 실망감이다.


영남권에 지역구를 둔 새누리당 한 소장파 의원은 “당의 대선 기조가 최근 뭔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느끼고 있지만 문제제기가 쉽지 않다”면서 “경제민주화 후퇴나 고위관계자들의 보수적 발언으로 중도ㆍ부동층을 내치고 있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소장파ㆍ쇄신파 의원들이 주축이 된 경제민주화실천모임(경실모)도 마찬가지다. 경실모는 지난 13일 비공개모임을 갖고 최근 당내 경제민주화 후퇴 문제를 놓고 의논했지만 아무런 대응책도 내놓지 못했다.


이날 회의에서 다수 참석자들은 박 후보가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 반대 방침을 밝힌 데 대해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는 등 분위기가 침통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실모가 제출한 경제민주화법안 가운데 상당수가 불발된 것에 대해서도 일부 의원들이 비판적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당내 분란을 일으키면 대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데 다수가 공감, 대선 이후를 기약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보수층 결속을 주장한 쪽에서는 박 후보의 선택을 반기고 있다. 그러면서 중도공략을 주문한 당내 개혁파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다. 박 후보의 선택을 반긴 한 당직자는 “박 후보가 대통합행보로 내몬 사람들이 과거사 논란을 키워 박 후보에게 오히려 상처만 냈다”고 지적했다.


이 당직자는 “‘경제민주화 이슈’가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차별지점을 애매모호하게 해 보수층의 결집력을 떨어뜨리고 전통적인 지지층을 혼선에 빠뜨렸다”고 봤다. 4ㆍ11총선 승리가 ‘경제민주화’ 등 정책쇄신에서 나온 것이라는 평가에 대해서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제주해군기지’, ‘불법사찰 논란’ 등 전통적인 여야 전선 가르기에 있었다”고 강변했다.


그는 또 “박 후보의 이번 선택으로 최소 45% 내외의 안정적 지지를 결속할 수 있게 됐다”며 “이제 남은 것은 ‘박근혜’ 인물경쟁력으로 플러스 5%를 달성하는 것만 남았다”고 언급했다. 이는 박 후보가 남은 37일 동안 전통적인 민생행보를 줄기차게 이어갈 경우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박 후보 캠프 쪽은 문재인-안철수 후보단일화 정국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도 보수층 결집만이 유일한 돌파구란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야권으로선 박 후보가 보수행보로 퇴행한 것을 기회로 볼 수 있지만 박 후보 쪽으로선 보수지지층을 동원하는 전략으로 단일화 정국을 ‘야권, 그들만의 잔치’로 좁힐 수 있다는 계산이다.


야권의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정치세력간의 연합몰이를 하는 가운데 ‘경제민주화’, ‘정치쇄신’ 등 야권이 주장하는 내용과 차별화 없이 갈 경우 2002년 이회창 후보처럼 힘 한 번 써 보지도 못하고 주저앉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당 선대위 관계자는 “경선 초기엔 ‘100% 대한민국’을 내세워 끌고 갔지만, 과거사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며 “어차피 대선은 보수 대 진보 구도로 짜여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보수결집’ 전략, 성공할까?
그러나 이러한 선택은 새누리당과 박 후보 진영이 ‘후보단일화’ 정국의 회오리 속에서 ‘안보 vs 평화’, ‘성장 vs 복지’란 전통 패러다임 복귀로 어쩔 수 없이 승부수로 띄울 수밖에 없는 수세적인 선택이란 반증이기도 하다.


막상 야권 후보단일화가 성사되면 대선판이 보혁 세대결로 치달으면서 중도전략이 무의미해진다는 가정에 무게를 둔다면 보수결집전략이 유의미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분단국가인 한국의 특성상 보수층이 조금 더 두터운 현실에서 편가르기 전략은 승리를 보장하는 지름길일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보수결집전략이 확장성을 놓친다는 우려도 있다. 선대위 관계자는 “이회창 후보가 보수결집전략을 고집했다가 두차례 대선 모두 패했다”고 지적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박 후보가 중도층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야 나중에 단일화 과정에서 이탈하는 층을 흡수할 수 있는데, 지금처럼 보수결집전략으로 가면 흡수력이 제약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선 필수선인 51% 확보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당 일각에서는 “자신들의 대선승리가 박근혜 후보 진영이 ‘더 잘하는 것’에 의존하기 보다는 문재인-안철수 후보 등의 야권진영의 ‘잘 못하기’에 기대는 전략”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45%의 지지층을 지키면서 상대진영의 실수를 기다리는 것이다.


즉 야권의 문재인-안철수 후보단일화가 보다 경쟁력이 약한 후보로 선출되고 과정 또한 상호 불화가 증폭돼 단일화가 시너지창출로 이어지기 보다는 역(逆)시너지 효과로 귀결되기를 기다리는 전략이다. 새누리당의 다른 당직자는 “여권 고정표를 지키면서 야권 정치세력의 연합이 국민대중적으로 신뢰를 잃고 깨지기를 열망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고 지적했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