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메일로 시작된 국내 원조 포탈 ‘다음’이 몰락하고 있다. 사실상 네이버를 제외하면 인공호흡기 수준인 다른 포털들과는 달리 다음은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시도해가며 시장을 공략해오기는 했다. 하지만 모든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고, 지금은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 내려가고 있는 수순이다.
업계는 이러한 다음의 쇠락에 대해 ‘컨트롤타워’의 부재를 이유로 꼽으며 너무 많은 시도 때문에 오히려 힘이 분산돼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3분기 매출액은 1095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교하면 6.2% 늘었지만 지난 분기보다는 6.1% 줄어든 규모다. 영업이익은 222억원에 그쳤다. 작년 같은 기간 대비 22.5%, 지난 분기 대비 26.7% 줄어든 규모다.
이렇듯 시장의 예측을 크게 밑도는 실적은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작년 10월 15만2000원이었던것에 비해 지난 14일 기준 8만4000원으로 반토막 났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2만원대까지 폭락했던 것에 비하면 아직 괜찮다고 희망을 갖는 투자자도 간혹 있긴 하다.
◇ 직접 광고영업, 오히려 ‘악재’
다음의 가장 큰 위험요인은 올해 말로 예정된 오버추어 제휴 중단이다. 야후의 자회사인 오버추어는 한때 국내 최대의 검색광고 대행사였지만 네이버가 NBP라는 자회사를 두고 직접 검색광고 영업을 시작하고 2010년 말 네이버가 계약을 해지하면서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로 인해 오버추어의 시장 지배력은 크게 낮아졌고 오버추어에 전체 검색광고의 절반 가까이를 의존해온 다음 역시 덩달아 어려움을 겪게 됐다. 그리고 다음 역시 결국 오버추어와 제휴 종료를 선언하고 자체적으로 검색광고 영업을 하겠노라고 선언했다. 그리고 야후는 한국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오버추어와 제휴 종료로 다음이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직접 영업이고, 또 하나는 네이버에 위탁하는 방법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다음이 네이버와 검색광고 계약을 맺을 경우 오버추어보다 광고 단가를 높여 받아 서로 윈윈 전략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다음은 결국 독자 생존을 선택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는 있겠으나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첫째는, 핵심 수익모델을 경쟁회사에 의존하는 건 원조 포탈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는, 야후의 한국시장 철수로 사실상 네이버 독점체제가 보다 탄력을 받을 전망이어서 네이버와 제휴한다 하여 특별히 단가 메리트를 얻기는 힘들다.
그러나 다음의 선택에 주식시장은 매우 비관적으로 대응했다. 하루 사이에 주가가 10%나 폭락하기도 했다. 투자분석가들이 “장기적으로 실적에 도움이 된다며 자체 광고 플랫폼 전략도 나쁘지 않다”는 분석을 내놨지만 일각에서는 같은 경쟁사였던 야후의 자회사와는 손을 잡으면서 네이버와는 왜 손을 잡지 못하냐는 지적도 나왔다.
홍종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다음이 자체 광고 플랫폼으로 가더라도 당장 광고주들이 더 높은 단가를 지불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수수료가 나가지 않으면 외형은 늘어나겠지만 인건비와 각종 마케팅 및 프로모션 비용 등을 감안하면 이익면에서 크게 기대하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 성장동력 부재, 미래가 없다
하지만 다음의 진짜 위기는 ‘성장 동력’이 없다는 것이다. 수익과 직결되는 검색 점유율은 정체 상태고 신규 사업들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성종화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온라인 광고 중심의 수익모델로는 성장둔화 국면을 극복하기 어렵다”며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모바일 부문에서도 다음은 좀처럼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목할 부분은 네이버나 다음이나 2010년부터 검색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스마트폰 보급을 전후로 검색 쿼리가 눈에 띄게 둔화하는 추세로 온라인에서 쌓은 경쟁력을 어떻게 모바일로 끌고 오느냐가 현재 포탈들의 생존을 좌우할 전망이다.
모바일 검색 쿼리 점유율은 올 1월까지만 해도 네이버가 57% 수준이고 다음이 17%, 구글이 24% 수준이었으나 8월 기준으로는 네이버가 67% 수준으로 늘어난 반면 다음은 14% 수준, 구글은 18% 수준으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그러나 시장 전체적으로는 모바일 검색 쿼리가 온라인 검색 쿼리의 60% 수준까지 늘어났다.
다음은 일찌감치 모바일 부문에 전력을 집중해 왔다. 인스턴트 메시지 서비스 마이피플을 출시한 게 2010년 5월이다. 파격적인 무료 통화 기능을 제공해 반짝 인기를 끌었지만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카카오톡에 밀려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애니팡의 성공을 벤치마킹해 게임 서비스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카카오톡의 아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카카오톡은 이미 규모의 경제를 이뤄 막강한 진입장벽을 형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처럼 다음이 변화를 주도하는 ‘퍼스트 무버’ 역할을 해왔다면 네이버는 조금 늦게 가더라도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로 밀어붙여 시장을 장악하는 전략을 펼쳐왔다. 다음은 일찌감치 메일 서비스를 시작했고 카페 서비스도 먼저 시작했고 모바일 진출도 서둘렀지만 지금은 모두 네이버에 선두를 내준 상태다.
한때 동영상 서비스에 기대를 걸기도 했지만 지금은 유튜브에 밀려 존재감이 크지 않다. IPTV 서비스 역시 의미 있는 변화를 보여주지 못했다. 때문에 온라인에 구축된 네이버 독점 구도가 그대로 모바일로 옮겨오고 있다.

◇ 주인 없는 회사의 한계 실감
다음은 전통적인 수익모델의 붕괴와 새로운 성장 동력의 부재라는 이중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검색광고 시장이 성숙기에 들어서면서 성장률이 한 자리 수로 떨어진 가운데 모바일에서도 주도권을 놓친다면 다음의 미래는 암울하다.
다음은 발 빠르게 신규 사업에 뛰어들기만 했지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정도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다. 위험을 감수하고 모험을 할 이유가 없는 네이버와는 입장이 전혀 다르다.
업계는 이 처럼 다음이 ‘힘을 못쓰는’ 이유로 기업 지배구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다음의 지배구조는 일종의 연방제 스타일로 모든 사업 부문이 독립적”이라며 “오너가 모든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네이버와는 기업 문화가 전혀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회의 때 아이디어를 내면, 겉으로 말하진 않지만 ‘어디 잘 되나 보자’ 그런 분위기”라며 “모바일이 화두라고 했다가, 지도 서비스를 강화한다고 했다가, IPTV 서비스를 떠들썩하게 시작하기도 하고. 그런데 뭐 하나 힘을 받는 게 없다. 주인 없는 회사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네이버는 구글을, 구글은 네이버를 서로 충실히 모방해 가며 다툼을 벌이고 있다. 구글은 한 자리 수에 불과한 PC검색시장과 달리 모바일에서는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으며 네이버는 구글의 서비스들을 자사의 서비스로 흡수해가며 ‘검색광고’ 모델을 탈피하려 하고 있다. 마치 삼성과 애플 같은 모양새다. 반면, 다음은 구글도 따라하고 싶고 네이버도 부러운, HTC같은 신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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