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각 분야에서 나날이 ‘소비자 권리’가 중요시 되고 있는 시점에서 의료분야 또한 피해갈 수 없는 바람을 맞고 있다. 소비자들은 “보다 질 높고 안전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필요가 있는 만큼 소비자의 권리가 확대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으며 의료계는 “소비자 권리가 확대되는 만큼 소비자들의 책임 강화와 의료 공급자들에 대한 보호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그러나 양측 모두 장기적 안목에서의 의료 정보 공개와 의료전용 콜센터 등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합의점을 도출해 가는 모양새다.

지난 13일 서울 양재동 소재 엘타워에선 의료소비자 권리 확보를 위한 의료 정책 개선 방안 모색을 위한 세미나가 개최됐다. 이날 모인 의료소비자 대표들과 의료공급자들은 장기적 안목에서의 의료 정보 공개 등에 대해서는 일부 긍정적인 합의를 이뤘으나 중요 관점에선 여전히 시각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이날 자리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건강세상네트워크, 녹색소비자연대, 한국소비생활연구원, 소비자시민모임,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 5개 소비자·시민단체가 공동개최한 것으로, 의료소비자와 의료공급자가 보다 나은 정책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였다는 데서 향후 더 발전된 논의를 위한 사전포석의 의미를 가진 것으로 평가됐다.
◇ “알권리 보장하라” vs “외부유출 등 위험 존재”
이날 서울대 의과대학 권용진 교수는 특수한 소비자인 의료소비자의 알권리가 강화되어야 한다는 한편 소비자의 선택권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전문의약품의 가격이 공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약사 뒤편에 위치해 있는 전문약의 가격에 대한 정보가 제한되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직접 가격을 비교해본 뒤 약을 선택할 수 있도록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사나 약사에게만 개설권을 주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에 대해 별도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환자단체협의회 안기종 공동대표도 “의료소비자와 환자의 욕구가 조금씩 다를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알권리가 충족돼야 한다”며 “그들이 직접 의료기관이나 의약품을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현재보다 소비자 권리의식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중근 건강복지공동회의 공동대표도 “적정성이 있는 범위 내에서의 정보 공개 확대를 찬성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정보 공개 시 병원이나 의사의 쏠림 현상이 심화될수 있어 적정성을 유지하는 정도에서만 공개해야 한다고 다소 중도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안전상비약 편의점 판매도 거론됐다. 조중근 건강복지공동회의 공동대표는 “안전상비약 판매는 소비자 운동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일본의 경우 우리보다 훨씬 많은 품목들이 약국 밖에서 판매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성을 담보한다는 전제 하에 국민들 편익이 증진되는 방면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의료계는 소비자 권리확대 만큼 의료 공급자들에 대한 보호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대한약사회 이모세 보험이사는 “소비자들의 권리가 확대된 만큼 의료 공급자들에 대한 보호조치도 강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반약 가격 정보 등을 조사하되 포장 단위를 통일하는 등의 원칙을 지키고 전문가 패널을 활용해 보다 업그레이드된 정보를 통해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이재호 이사도 “방향성에 대해 동의하지만 현재 의사들은 벼랑 끝에 서 있는 느낌”이라며 “편의성이나 공개정보가 제공될수록 정보의 외부유출도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료인이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과 의료소비자가 권리를 확보하려는 것은 양날과 칼과 같다는 우려다.
대한치과의사협회 마경화 부회장도 “정보 공개를 피할 수는 없지만 공개할 것만 공개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느냐”며 “의료소비자와 의료공급자가 합의를 통해 올바른 선택을 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심평원 강윤구 원장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진지하게 고민을 했다는 것을 시발점으로 해 원만한 합의가 이뤄져 소비자와 공급자가 만족할 만한 결과가 도출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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