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경제=여용준 기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에 박차를 가하던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으로 주춤거리게 됐다.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담당 부장판사는 19일 새벽 5시께 “현 단계에서는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조 부장판사는 “뇌물범죄의 요건이 되는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 각종 지원 경위에 관한 구체적 사실관계와 그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 관련자 조사를 포함해 현재까지 이뤄진 수사 내용과 진행 경과 등에 비춰 이런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전날인 18일 오전 9시20분께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출석해 대기하다 9시50분께 특검으로 이동했다.
오후 2시20분까지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이 부회장은 처분을 기다리기 위해 당초 특검 사무실에서 대기할 계획이었으나 법원의 지시로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19일 새벽까지 대기했다.
서울구치소는 옛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나 서울중앙지검이 수사한 정치인, 고위 관료, 기업인 등 거물급 인사가 주로 거쳐 가는 곳이라 ‘범털 집합소’로 불린다. 범털이란 돈 많고 사회적 지위가 있는 수용자를 지칭하는 은어다.
법원의 영장기각으로 구치소를 나오게 된 이 부회장은 곧장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으로 향해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등 핵심 임원진들과 회의를 주재했다.
삼성은 19일 “불구속 상태에서 진실을 가릴 수 있게 돼 다행으로 생각한다”며 공식입장을 밝혔다.
한편 구속영장 발부를 자신했던 특검팀은 허탈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규철 특검 대변인은 이날 오전 10시 언론 브리핑을 통해 “법원의 구속 영장 기각 결정은 특검과 피의사실에 대한 법적 평가에 있어 견해 차이 때문으로 판단된다”며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 흔들림 없이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특검은 이 부회장에 대해 430억원대 뇌물공여와 횡령·위증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이날 “대가관계와 부정청탁 소명 정도에 비춰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재청구, 불구속 수사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수사 자료 및 법리 검토를 지속할 방침이다.
또 이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영장실질심사 결과와 상관없이 대기업 조사를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말해 앞으로 SK·롯데·CJ 등으로 수사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 이외 대기업이 박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한 의혹은 최순실씨가 설립·운영에 깊숙이 관여한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대기업들의 자금 출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삼성의 경우 이들 재단 출연금 외에도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승마훈련 지원금,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 등이 뇌물로 간주됐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은 모두 774억원이고 돈을 낸 대기업은 53곳에 달한다. 삼성을 비롯해 현대차, SK, LG, GS, 한화 등 16개 그룹 소속 기업들이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이들 그룹의 현안을 해결해주는 대가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내도록 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어 이들 모든 대기업으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열려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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