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지난 6일 정치쇄신안을 전격 발표했다.
박근혜 후보가 발표한 쇄신안에는 대통령의 실질적인 인사권 분산과 비리부패 근절을 위한 특별감찰관 및 상설특별검사제 도입, 정당공천제 개혁 등이 포함돼 있다. 박 후보의 쇄신안에 대해 정계에서는 “국정운영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하고 정당운영에 국민참여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 중에서도 ‘정당공천제 개혁’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특히 지방자치제의 경우, 지금까지 사실상 국회의원이 기초지자체장 및 지방의회의원 후보 공천권을 갖고 있었던 탓에, 진정한 의미의 ‘자치’가 어려웠는데, 박 후보의 이번 쇄신안 발표로, ‘진정한 지방자치’를 향해 한걸음 더 내디딜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 기초단체 공천 폐지로 ‘진정한 지방자치’를
박근혜 후보의 쇄신안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정당의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약속한 점이다. 구체적으로는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제를 폐지하고, 국민 참여 경선으로 국회의원 후보를 선출토록 법제화하겠다고 공언했다.
현행 선거법에서는 기초단체장과 광역ㆍ기초의회의원 선거에서 중앙당이 후보자를 공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실상 국회의원이 지방선거의 공천권을 행사하면서 지방의 중앙정치예속, 공천 잡음, 고비용 선거구조, 국회의원에 대한 줄서기 등 자방자치 발전을 크게 저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국민 참여 경선의 도입은 전략공천을 배제해 지역주민의 여론을 최대한 반영한 상향식 공천을 달성하고, 정치권의 고질적 병폐로 꼽히는 ‘공천비리’도 차단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또 정당정치 개혁을 위해 각각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과 국회의원 정수 축소 카드를 빼어든 문재인ㆍ안철수 후보와의 차별화를 위해 제3의 쇄신안으로 맞대응한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정책대결을 강조해 온 행보의 일환으로서 국회의원 후보는 선거일 2개월 전, 대선 후보는 4개월 전 확정해 정책선거를 뿌리 내리게 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공천비리를 엄중 처벌한다는 기조는 그대로 유지했다. 공천헌금을 주거나 받은 사람 모두 특가법상의 뇌물수수죄와 비슷한 수준으로 처벌하고 수수한 금품의 30배 이상 과태료를 부과토록 한다는 정치쇄신특위의 안을 그대로 수용했다.
박 후보는 이에 더해 부정부패로 인한 재보궐 선거 발생시에는 원인 제공자가 비용을 모두 부담토록 하는 고강도 쇄신안을 새로 제시했다.
◇ 前 기초단체장들 “환영… 야권도 도입해야”
박 후보의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 공약 발표에 대해, 기초단체장 출신 인사로 이루어진 ‘前시장ㆍ군수ㆍ구청장협의회’ 회원들은 지난 8일 국회 정론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충주시장 출신의 한창희 前시장ㆍ군수ㆍ구청장협의회 사무총장은 “박근혜 후보의 공약을 적극 지지하며 이를 꼭 실천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창희 사무총장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지난 1995년 시장ㆍ군수ㆍ구청장과 시ㆍ군ㆍ구의원을 주민이 직접 선출하는 지방자치시대가 열렸지만,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후보를 정당이 공천하는 탓에, 반쪽의 지방자치가 되고 말았다”며 “공천과정에서 비리가 비일비재했고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은 정당의 하수인으로 전락했다. 한마디로 중앙집권적 지방자치였다”고 지적했다.
한 사무총장은 “이를 시정하기 위해 권문용 회장을 비롯한 협의회 간부들이 새누리당과 민주당, 안철수 캠프에 정당공천폐지를 강력히 건의했는데, 박근혜 후보만이 유일하게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제 폐지를 모두 받아들여 정치쇄신안으로 공약했다”고 밝혔다.
정당공천제의 폐해에 대해 그는 “현재의 정당공천제가 존속하는 한 보통사람들은 정치를 할 수가 없다. 정당의 실력자와 줄이 있는 사람만 가능하다. 공천과정에서 비리가 만연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지금까지는 정당이 선택한 사람 중에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정당에서 공천을 미끼로 시장ㆍ군수ㆍ구청장과 기초의원을 하인 다루듯 했다. 이런 탓에 곳곳에서 기초단체장과 국회의원, 당협(지역)위원장의 마찰이 끊이질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 그는 “정당공천제 폐지를 통해 누구든지 정치를 하고 싶으면 지역에서 주민에게 봉사해 주민의 신망을 얻도록 해야 한다. 정당의 실력자가 아니라 주민을 잘 섬기는 사람이 정치에 입문할 수 있게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정당공천제 폐지야말로 중앙집권적 권력을 지방으로 분산해 지방분권시대를 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한 사무총장은 “주민의 지지를 받는 지자체의 장(長)이나 의원을 정당에서 스카웃하면 정당도 검증된 인재를 손쉽게 충원할 수 있다. 정치권에서 인재발굴을 쉽게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박근혜 후보가 기초 지방자치단체장 및 의원의 정당공천제를 포기한 것은 혁신중의 혁신으로, 참다운 풀뿌리 민주주의를 완성한 한국정치사의 새장을 여는 용단으로 높이 평가하며 적극 지지한다”며 “민주당과 안철수 후보 측도 하루속히 이를 공약으로 채택할 것”을 촉구했다.
◇ 국회에서 청와대까지…광범위한 개혁 의지
가장 눈에 띄는 ‘정당개혁’안 외에도, 박 후보는 △국회개혁 △민주적 국정운영 △깨끗한 정부 등의 주제로 정치쇄신안을 나눠 후보 공천 과정에서부터 시작해 국회 및 청와대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정치개혁 의지를 천명했다.
박 후보의 정치쇄신안은 국회의원의 기득권 내려놓기에 집중한 문재인ㆍ안철수 후보와 달리 지난 9월 당 정치쇄신특별위원회가 발표한 ‘권력실세 비리 근절책’을 근간으로 쇄신 대상을 입법부와 행정부로 넓힌 것이 특징이다.
박 후보는 “잘못된 정치가 국민을 얼마나 고통스럽게 하는지 절감했다”며 “물러서지 않는 불퇴전의 각오로 국민의 행복을 가로막는 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모두 바로 잡겠다”고 말했다. 4년 중임제로의 대통령 임기 조정과 관련해서는 공약에서 제외했지만 국민적 공감대를 전제로 집권 후 추진하겠다고 밝혀 정치권의 개헌 논의에서 발을 빼지 않았다.

◇ “낙하산은 없다”… 인사 자율권 최대 보장
대통령의 인사권 축소는 4년 중임제와 더불어 개헌 논의의 중심축 중 하나였다. 이는 3급 이상 모든 공무원의 인사권을 갖고 있는 독립적 인사기구였던 중앙인사위원회가 이명박 정부 들어 행정안전부로 통합되면서 대통령의 적극적인 인사개입으로 인한 부작용이 부각된데 따른 것이기도 하다. ‘고소영’, ‘강부자’ 등의 신조어가 단적인 예로 지적받아 왔다.
박 후보는 현재 헌법과 법률에 따라 가능한 범위의 인사권을 대폭 위임, 자율권을 보장해준다는 방침을 밝히고, 이를 통해 외압 등에서 벗어나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을 약속했다.
그 실현방안으로 현재 사문화돼 있는 국무총리의 국무위원제청권(장권제청권)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국무총리의 제청 없이 대통령이 단독으로 임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각 장관들에게는 부처 및 산하기관장에 대한 인사권을 보장해 대통령 1인에게 집중돼 있던 권한을 나누기로 했다.
박 후보는 이에 대해 “국민대통합의 탕평인사를 펼쳐, 부실인사가 아무런 원칙 없이 전문분야와 상관없는 곳에 낙하산으로 임명되는 관행을 없앨 것”이라고 밝혔다.
◇ 국회의 도덕적ㆍ법적책임 강화
국회개혁과 관련해서는 국회의원의 도덕적ㆍ법적 책임을 보다 엄중하게 묻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특권을 대폭 축소하는 기존 쇄신안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불체포 특권을 아예 법적으로 이를 폐지하고 직무상 행한 발언에 대해 책임을 면할 수 있도록 한 면책특권도 엄격히 제한키로 한 것이다.
국회의원의 면책 및 불체포 특권은 헌법으로 보장된 권한이기 때문에 개헌이 필요한 사항이다. 개헌하되 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않고 국민이 개헌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있게 하겠다는 강력한 쇄신의지 표명이다.
또 국회 윤리위원회를 전원 외부인사로 구성해 국회의원의 도덕성 문제를 보다 엄격히 심사토록 하고 자의적인 선거구 획정을 방지토록 외부인사에게 맡겨 지난 4ㆍ11 총선에서도 불거진 게리멘더링(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 유리하게 선거구를 조정하는 행위) 논란을 차단키로 했다.
◇ 국세청ㆍ개헌 문제… “추후 논의”
이날 공약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당 정치쇄신특위는 중앙당 권한 축소를 통한 원내정당화와 국세청 등의 경제공권력 제한 방안 등도 검토하고 있다.
안대희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은 “박 후보가 발표한 것이 전부가 아니다”며 “국세청 관련 등의 문제는 다음에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해 추가 쇄신안 발표가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4년 중임제 등 개헌공약은 집권 후 적극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박 후보는 “개헌과 관련해 정략적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국민들의 삶을 편안하게 하는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4년 중임제와 국민의 생존권적 기본권 강화 등을 포함한 여러 과제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해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개헌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해 국민적 합의를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다.
이는 집권 뒤 국민들의 의견을 보다 폭넓게 수용하는 공론화과정을 거쳐 개헌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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